[리뷰] ‘산나비’, 액션과 스토리 다 잡은 K-사이버펑크의 맛

신승원 sw@gamedonga.co.kr

사이버펑크 세계관에 한국적인 색채를 더한 ‘산나비’가 지난 9일 정식 출시됐다. ‘산나비’는 원더포션이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서비스하는 2D 사슬 액션 플랫포머 게임으로, 퇴역 군인인 주인공이 ‘산나비’가 저지른 테러로 가족을 잃고, 딸의 복수를 위해 긴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나비
산나비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산나비’는 ‘사슬 팔’을 이용한 속도감 넘치는 액션, 이용자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기믹, 눈물을 쭉 뽑아내는 탄탄한 스토리까지 잘 어우러진 탄탄한 게임이다.

게임 실력에 자신이 없는 이용자나 로프 액션(혹은 와이어 액션)을 처음 경험하는 이용자들에겐 난도가 어렵게 다가올 수는 있으나, 게임을 처음 킬 때부터 네 단계의 난도 선택 옵션이 제공되니 크게 걱정할 것 없다. 게임 중간에 난도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난도 조절, 빡빡한 플레이가 힘든 이용자에겐 희소식이다
난도 조절, 빡빡한 플레이가 힘든 이용자에겐 희소식이다

난도는 각각 ‘쉬움’, ‘보통’, ‘베테랑’, ‘전설’로 구성되어 있다. ‘쉬움’은 체력이 줄어들지 않아 누구나 게임의 끝을 볼 수 있고, ‘보통’에서는 일정 시간 동안 피해를 입지 않으면 체력이 최대로 회복된다. 이어서 ‘베테랑’은 일정 시간 동안 피해를 입지 않으면 회복되는 체력이 최대 체력의 절반으로 제한되고, ‘전설’은 단 한 번의 피격으로 사망하는 난도다.

난도 설정이 끝나면 바로 튜토리얼 겸 프롤로그를 진행하게 된다. 평화로운 일상을 조명하고, 귀여운 어리광쟁이 딸과 함께 놀이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사슬 팔’의 조작법도 익힐 수 있는 부분이다. ‘사슬 팔’은 주인공의 오른쪽 팔인 기계 장치로, 이동부터 공격, 회피 등 게임의 모든 액션을 담당한다.

‘사슬 팔’의 조작법은 간단하다. 매달리길 원하는 부분에 대고 마우스를 클릭하면 사슬로 된 줄이 쭉 나간다. 누르고 있던 마우스를 떼면 사슬이 회수되고, 다시 새로운 벽이나 오브젝트를 클릭해가며 이동하면 된다. ‘스파이더맨’의 이동 방식을 상상하면 쉽겠다.

사슬 팔 이동
사슬 팔 이동

또, 주인공이 이동하는 힘만큼의 관성이 그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속도를 줄이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짧게 사슬 줄을 날려 브레이크를 거는 등의 행동도 할 수 있다.

게임 내 공격 역시 ‘사슬 팔’을 이용한다. 벽이나 오브젝트 말고 적을 타겟팅해서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게임 내 조준 보정(옵션)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하는 대로 사슬이 착착 감긴다. 적을 성공적으로 타겟팅하면 일정 시간 동안 적을 붙잡을 수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적을 날리는 것도 가능하다.

적을 날릴 때에는 주인공(플레이어)에게도 반동이 적용되는데, 이를 이용해 적이 날아가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총알처럼 날아갈 수 있다. 잘 컨트롤하면 한 번도 발에 땅이 닿지 않은 상태로 수많은 적을 물리칠 수도 있는데, 이때 느껴지는 속도감과 타격감, 성취감이 어느 게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충만하다.

튜토리얼에서는 ‘이동’과 ‘공격’ 정도만 알려주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캐릭터가) 보는 방향으로 돌진할 수 있는 ‘대쉬’, 빠르게 사슬의 윗부분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슬 감기’, 일정 시간 이상 충전 후 주변의 오브젝트를 향해 빠르게 돌진하는 ‘충전 대쉬’ 등의 기능이 해금되어 보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맛볼 수 있다.

반대 방향으로 날아간다
반대 방향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능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인 법. 게임은 챕터가 지날 때마다 새로운 기믹을 추가해 ‘사슬 팔’ 액션의 맛을 잘 살려준다. 간단하게 오래 매달리면 그대로 바닥으로 처박히는 플랫폼부터, 닿으면 대미지를 입는 구역, 특정 방향에서만 공격이 잘 먹히는 적부터, 퍼즐처럼 순서에 맞게 플랫폼에 타는(매달리는) 기믹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도탄을 피해 가며 적에게 폭탄을 맞추는 보스전을 가장 재밌게 즐겼다. 초반에 나오는 보스인데, ‘사슬 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기믹이 잘 짜였다고 생각한다.

점점 더 많은 미사일이 쏟아진다
점점 더 많은 미사일이 쏟아진다

‘산나비’를 언급한다면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는 없겠다. 모든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경험했으면 하기에 두루뭉술하게만 서술하겠다.

사실 필자는 게임 초반까진 스토리에 대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어두운 조직에 의해 가족을 잃은 주인공’,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만나는 어린 캐릭터와의 유대감’, ‘점점 정이 붙으면서 생기는 가족애’ 등의 키워드는 이미 다른 게임들에서도 많이 사용된 소재가 아닌가.

두 캐릭터의 티키타카를 보는 맛이 있긴 하다
두 캐릭터의 티키타카를 보는 맛이 있긴 하다

하지만 ‘산나비’는 달랐다. 클리셰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부분은 치밀하게 짜인 반전 요소를 위한 밑거름에 불과했고, ‘중요한 건 끝까지 가는 게 아니다’라는 게임의 코어 문장을 감탄이 나오는 연출로 이용자에게 전달한다.

그럼 중요한 게 뭘까? 직접 스토리를 읽어보길 권장한다
그럼 중요한 게 뭘까? 직접 스토리를 읽어보길 권장한다

또, 사이버펑크(‘사이버네틱스’와 ‘펑크’의 합성어, 기계화된 세상의 암울한 분위기를 다루는 장르) 특성상 게임의 분위기가 가벼운 편은 아닌데, 중간중간 보이는 패러디 요소와 어리고 밝은 성격의 ‘금마리’ 캐릭터를 적절하게 잘 활용해 분위기가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막았다.

깔끔한 도트 그래픽도 게임과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오히려 도트 그래픽이기 때문에 좋았던 부분도 상당히 많았다.

게임은 ‘사슬 팔’ 시스템으로 ‘빠르게’, ‘멀리’ 맵을 가로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섬세하게 그래픽을 마련한다고 해도 캐릭터와 배경이 휙휙 지나가는 탓에 제대로 형태를 보기 힘들고, 오히려 눈이 아프기 마련이다.

깔끔한 도트 그래픽
깔끔한 도트 그래픽

하지만 ‘산나비’는 큼직큼직하게 필요한 부분만 묘사하는 도트 그래픽인 덕분에 쨍한 색상과 빛이 반짝거리는 연출 사이에서도 그나마 눈이 편안한 부분을 마련했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주인공의 딸과 여자아이 캐릭터인 ‘금마리’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분위기도 도트 그래픽이기에 더 두드러졌다고 느껴졌다.

만약 당신이 속도감 있는 액션과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게임을 찾고 있는 이용자라면, ‘산나비’를 플레이해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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