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백팩 히어로, “강해지고 싶나? 가방 정리를 해라!”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선 방 정리는 안 해도 가방 정리는 잘해야 한다.
인디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얼리액세스에서 큰 인기를 끈 ‘백팩 히어로’가 지난 15일 정식 출시됐다. 이 게임은 ‘가방 정리 로그라이크’라는 특이한 장르명을 내세우고 있으며, PC와 닌텐도 스위치 등으로 즐길 수 있다.
‘백팩 히어로’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탐험을 하며 얻은 아이템을 가방(인벤토리)에 정리해 사용해야 한다는 독특한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모든 공격력, 방어력 등의 전투 수치가 가방 정리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
때문에 희귀하고 강력한 아이템이 나와도 가방에 자리를 낼 수 없거나, 지금까지 쌓아온 덱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려야 하는 상황이 자주 나온다.
근처에 액세서리가 있으면 강해지는 검, 에너지(턴 횟수)를 추가해주는 유물, 항상 가방 위쪽에 자리 잡아야 하지만 근처에 있는 모든 무기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보석 등 각 아이템은 고유의 능력이 있어서 잘 배치만 해도 가장 흔한 아이템이 희귀한 아이템보다 강한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전투는 턴제로 진행되고, 각 아이템마다 ‘횟수’를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이 다르다. 이용자는 가방에 있는 아이템을 적절히 활용해 적을 물리치면 된다. 상황에 따라 가방 안의 ‘검’ 아이템을 클릭해 공격을 하거나, ‘방패’ 아이템을 클릭해 ‘방어력’을 올리고, ‘음식’이나 ‘포션’ 등의 아이템으로 버프를 거는 식이다.
‘에너지’를 모두 소비하면 턴을 넘기게 되고, 적들도 다양한 공격과 디버프를 활용해 가며 이용자를 공격한다. 전투 중 가장 인상 깊게 느껴진 부분은 게임 성격에 맞는 특정 적의 디버프였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 내 가방의 아이템을 ‘고정시키는’ 디버프를 거는 적들이 있다. 공격을 맞아 ‘디버프’가 내 가방 안으로 들어오면, 이용자는 임의의 아이템 하나에 ‘디버프’를 부착시켜야 한다.
이 ‘디버프’가 부착된 아이템은 한동안 움직일 수(버릴 수) 없게 된다.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꼭 넣어야 하는 아이템을 넣지 못하고, 애물단지처럼 안고 가야 한다는 것.
가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운용하는 게임에 딱 알맞은 공격 방식에다, 전략적인 배치 또한 강조하게 만드는 좋은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또, 이런 형식의 디버프는 일정 체력을 대가로 거부할 수 있는 경우도 있어서, 이용자의 선택 영역을 넓혀준 것 같아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백팩 히어로’는 전투가 메인이지만, 모드에 따라서는 건설 게임의 맛도 느낄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이용자는 크게 ‘튜토리얼(스토리 모드)’과 ‘빠른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를 진행하게 된다.
‘튜토리얼’은 스토리와 함께 ‘마을’ 시스템을 즐길 수 있는 모드, ‘빠른 게임’은 부가적인 시스템 없이 바로 던전 탐사와 전투를 즐길 수 있는 모드라고 이해하면 된다.
게임의 핵심적인 재미만 느끼고 싶은 이용자라면 ‘빠른 게임’도 좋은 선택이지만, 느긋하게 게임을 진행하며 스토리도 보고 싶고, NPC와 교류도 하고 싶은 이용자에겐 ‘튜토리얼’ 모드를 추천하겠다.
이 모드는 생쥐 캐릭터인 ‘퍼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들을 팔아 마을을 다시 부흥시킨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용자는 ‘마을’에서 ‘마을회관’, ‘도서관’, ‘대장간’ 등의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시너지가 맞는 건물을 근처에 배치하면 건물 효율이 올라가는 등의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쪽에서도 정리 정돈을 할 필요가 있다.
건물을 통해서는 새로운 드롭 아이템도 해금할 수 있고, 던전(전투)에 나가 있는 동안 꾸준히 생산된 자원도 받아볼 수 있으니 적극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열심히 마을을 꾸미다 보면 점점 더 많은 NPC가 찾아온다. NPC도 퀘스트를 통해 새로운 아이템을 해금해 주거나, 각종 버프나 디버프로 새로운 맛을 낸 던전을 열어준다. 정확하게는 ‘던전 시작 시 들고 가는 아이템’을 정해준다는 말이 맞겠다.
퀘스트를 받으면 ‘던전 들어가기’에 퀘스트 명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버튼이 생긴다. 이 버튼을 누르면 해당 퀘스트를 진행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만 절대 버리지 못하는 아이템, 지금까지 사용한 적 없는 새로운 종류의 무기 등이 가방에 들어간 채로 던전을 탐사해야 한다.
개인적으론 항상 기본적인 무기로만 시작되는 던전보다는 퀘스트를 통해 다양한 무기도 익혀 보고, 어려워진 난도에 고심하며 플레이하는 것이 더 재미있게 다가왔다. 퀘스트 보상으로 스토리의 진상에 다가갈 수 있는 힌트를 주는 경우도 있어, 플레이가 더욱 풍부해진다는 감상도 받았다.
물론, 게임에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지속적으로 눈에 밟혔다.
‘백팩 히어로’는 한국어를 포함해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고 있지만, 번역의 퀄리티가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아예 오류로 번역된 글자가 깨지는 경우까지 자주 발생한다. 필자의 경우 후반에는 게임 설정을 영어로 전환한 뒤 번역기를 사용해 플레이를 진행할 정도였다.
차근차근 아이템을 모아 강력한 덱을 만드는 장르 특성상, 아이템 설명 한 줄로 게임의 판도가 바뀌는 점을 고려하면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디게임인 만큼 번역에 품을 들이기 어려운 것은 이해가 되나, 차라리 차근차근 준비한 뒤 한국어 업데이트 패치를 진행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