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세계에서 즐기는 스타일리쉬 태그액션. ‘젠레스 존 제로’ 체험기
원신에 이어 붕괴 스타레일까지 성공시키며 서브컬쳐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호요버스가 또 다른 야심작 ‘젠레스 존 제로’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시연 버전으로 처음 공개돼 많은 관심을 모은 ‘젠레스 존 제로’는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의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중점적으로 내세운 게임이다. 대규모 오픈월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재미를 강조한 ‘원신’,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를 조합해서 전략적인 턴제 전투를 즐길 수 있는 ‘붕괴 스타레일’에 이어 세 번째 변신이다.
호요버스의 이름을 알린 첫 번째 게임인 ‘붕괴3rd’처럼 스타일리쉬 액션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붕괴3rd’에서 아쉬웠던 점을 털어버리려고 작정하고 만든 게임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게임의 세계관은 ‘공동’이라는 자연재해가 일어나 세계가 위험에 빠지게 된 근 미래가 배경이다. ‘공동’은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공동’ 안에서 귀중한 자원 ‘에테르’가 발견되면서, 다양한 조직들이 이를 독차지 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게 된다.
주인공은 공동 내부를 탐색하는 에이전트들을 서포트하는 로프꾼이 되어, 일상 생활에서는 신분 위장을 위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에이전트들과 함께 공동을 탐험하면서 ‘에테르’ 등 본격적으로 이윤을 추구한다. 직접 공동을 탐험하는 것은 에이전트들의 몫이지만, 공동에 장시간 머무를 경우 침식이 진행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로프꾼들이 해킹으로 목적지와 탈출구를 안내해야 한다는 설정이다.
일반적인 게임이었다면 주인공이 에이전트로 등장했겠지만, 이 게임은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는 게임이다보니,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주인공은 고정하고, 액션을 담당하는 에이전트를 뽑는 형태로 분리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주인공의 존재감이 흐려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나중에 언급하게 될 해킹 개념 때문에, 주인공의 존재감이 계속 지켜진다. 현재 서브컬쳐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호요버스답게 세계관 설정이 상당히 치밀하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이제는 예술의 경지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카툰렌더링 그래픽이다.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로 증명했던 호요버스의 카툰렌더링 실력은 이번에도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해서,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일러스트 컷신에서 실제 플레이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 모델링을 매력적으로 뽑아냈다. 원신에서 새로운 업데이트가 나올 때마다 성능과는 별개로, 가슴이 시켜서 캐릭터를 뽑게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이번에도 성능을 넘어서는 외모 능력이 매출에 많은 영향을 줄 것 같아 보인다.
게임 플레이는 일상 생활에서 신분 위장을 위해 비디오 가게를 운영 중인 주인공 남매가 공동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에이전트’들과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이 게임의 마스코트격인 캐릭터인 밤부가 등장하는데, 공동 외부에 있어야 하는 주인공이 공동 내부에 있는 에이전트들과 밤부를 통해 소통한다는 개념이다.
공동 안에 들어가면 밤부를 조작해 공동 내부를 탐험하게 되고, 적들과 만나면 드디어 에이전트들이 등장해서,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즐기게 된다. 조작하는 캐릭터는 한명이지만, 연속 공격으로 게이지를 쌓으면 태그 액션을 발동해서, 캐릭터 교체와 함께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으며, 위기 상황에서도 태그 기능을 활용해서 다른 캐릭터로 교체할 수 있다. 이미 지스타 시연버전에서 공개된 것처럼 액션 동작이 매우 시원시원하고, 태그 액션 연결이 상당히 매끄럽기 때문에, 모 회사 대표님이었던 분의 유행어 ‘찰진 손맛’이 느껴진다.
모든 던전을 다 구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직접 돌아다니면서 모든 적들을 해치워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니, 이점은 해킹 개념을 통해 해결했다. 각각의 구역을 브라운관TV로 구현하고, 밤부를 TV에서 TV로 이동시키면서, 다양한 자원을 획득하고, 적이 배치되어 있는 칸으로 이동하면, 에이전트들의 전투가 진행되는 식이다.
단지 TV 화면을 옮겨다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방향으로만 이동을 해야 하거나, 스위치를 조작해서 막혀 있는 구간을 여는 등 각종 퍼즐 기믹들이 존재해서, 머리도 좀 써야 한다. 물론,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숨가쁘게 진행되는 액션 파트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퍼즐 구간이 나오다보니, 어색한 느낌이 있긴 하다. 호쾌한 액션만 보고 이 게임을 시작했다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용자 입장에서 계속 똑같은 액션만 반복하는 것도, 모든 공동을 직접 다 돌아다니면서 미션 단서를 찾는 것도 지루한 일이며, 개발사 입장에서도 모든 공동을 다 직접 이동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것이 엄청난 부담이 되니, 영리한 선택이라고 느껴진다.
공동 외부의 일상 생활에서는 공동 현상을 피해 사람들이 모인 뉴에리두라는 도시에서의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신분 위장용이긴 하지만, 비디오 가게를 열심히 운영해 수익을 낼 수도 있고, 공동 현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주변인들의 부탁을 받아 해결해주고,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라면 가게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것과, 오락실에 미니 게임을 구현해놓은 것을 보면 섬세한 디테일에 감탄이 나온다. 심지어 낮과 밤의 시간대도 나뉘어져 있어, 시간마다 받을 수 있는 의뢰도 달라진다.
다만, 메인 스토리가 공동을 통해 진행되다보니, 일상 생활을 즐기는 구간이 맵이 필요없을 정도로 매우 한정적으로 구현되어 있어, 좀 답답한 느낌이 있긴 하다. 호요버스의 기존 게임들을 보면 이 게임 역시 업데이트를 통해 갈 수 있는 도시 공간을 계속 추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본적으로 캐릭터 수집 게임이다보니 과금 모델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는데, 뭐 호요버스 게임을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익숙할만한 방식이다. 다만, 캐릭터, 밤부, W엔진까지 한꺼번에 합쳐져 있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뽑으려면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 스토리만 보겠다면야 기본으로 주어지는 캐릭터로도 충분하지만, 매번 지갑에 손이 가게 만드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선보이는 호요버스인 만큼, 이번에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운을 탓하게 만들 것이 뻔하다.
매번 호요버스의 신작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정말 서브컬쳐에 진심인 이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브컬쳐의 본고장인 일본 못지 않게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세계관 등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인 흥행작으로 자리잡은 '원신'과 그에 못지 않은 기세를 보이고 있는 '붕괴 스타레일'을 서비스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장르에 과감히 도전한 것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
다만, 현재 상태만 보자면 아직까지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긴 하다. 사이버펑크 세계관답게 번쩍거리는 화면 때문에 정돈되지 않은 이용자 인터페이스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며, 대부분의 활동이 결국 TV 브라운관 안이기 때문에, 새로운 모험을 즐긴다는 느낌이 덜하다. 매력적인 세계관으로 탄탄한 기본 바탕을 갖춰둔 만큼, 호요버스가 이것을 어떤 형태로 진화시켜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