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 지루한 자동사냥 대신 역동적인 전투를!
엔씨소프트가 11년 만에 선보이는 대형 PC MMORPG ‘THRONE AND LIBERTY(쓰론 앤 리버티, 이하 TL)’가 지난 7일 정식 출시됐다.
TL은 지난 5월 진행한 베타테스트에서 지루한 전투 시스템, 단순하고 정적인 퀘스트, 과금 유도에 대한 우려 등에서 혹평을 받았으나, 정식 론칭 이후의 게임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 큰 변화를 준 부분 중 하나를 꼽자면, 역시 ‘자동 전투 및 이동’의 삭제라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게임의 전투 시스템은 ‘이 정도면 괜찮은데?’라는 감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TL은 기본적으로 클래스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무기 2개를 사용해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있다. 7종의 무기를 2개씩, 무려 총 42개의 조합을 즐길 수 있다는 것. 각각의 무기는 빠른 공격 속도, 긴 공격 사거리 등 특징이 또렷해 플레이의 선택지도 넓혀준다.
필자의 경우에는 항상 원거리 조합을 선호해서 ‘지팡이’와 ‘장궁’을 함께 사용했다. ‘장궁’에는 속박 스킬이 있어서, 캐스팅 시간이 있지만 강력한 공격력과 광역 딜링이 가능한 ‘지팡이’와 궁합이 좋았다. 이런 식으로 취향에 맞는 무기와 시너지 조합을 마음껏 고르면 된다.
특히, 베타테스트와 달리 정식 출시된 TL은 움직이면서 공격을 넣을 수 있어 직접 조작으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났다. 적절하게 움직여 적의 공격이나 투사체를 회피하거나, 뒤로 빠르게 물러나는 스킬을 통해 캐스팅 시간을 버는 식이다.
움직임의 자유로움이 가장 크게 체감된 건 퀘스트 도중 ‘세계수의 잎(회복 아이템)’이 다 떨어진 아찔한 상황에서였다. 퀘스트 전투 중반부였기 때문에, 중간에 나갔다간 처음부터 퀘스트를 다시 진행해야 했다.
회복 아이템을 구매하러 마을로 이동했다가 힘겹게 다시 돌아오는 것보단, 직접 조작의 장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원거리 무기 특유의 넓은 사정거리와 ‘속박’, ‘백스텝’ 등의 스킬을 이용해 차근차근 적을 하나씩 해치우기 시작했다.
의외로 거리를 벌리고, 몬스터를 몰아 잡지 않으면 생각보다 할만했다. 게임의 ‘방어’ 요소도 큰 도움을 줬다.
TL에는 기본적으로 무기마다 적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스킬이 하나씩 존재한다. 적의 일반 공격을 방어하면 피해와 상태 이상을 막아내지만, 보라색 원이 줄어들며 캐스팅 시간을 알려주는 ‘격노 스킬’을 막아낼 경우에는 피해와 상태이상은 물론, 각 방어 스킬의 특수 효과까지 발동된다.
방어 타이밍만 잘 맞춰도 아까운 체력이 훅훅 닳는 일은 사라졌고, 특수 효과로 대미지도 더 강력하게 넣을 수 있었다. 특정 적은 격노 스킬 사용 시 나를 확 끌어당겨 강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체력이 적은 상황에서는 ‘방어’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느껴질 정도였다.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퀘스트 전투에는 기믹이 존재해, 우선순위를 두고 차분히 진행하면 확실히 난도가 쉬워진다는 부분이다. 회복 스킬을 사용하는 적을 먼저 처리하거나, 트랩을 발동시켜 적들을 싹 쓸어버리는 등 상황을 잘 살피기만 해도 열세였던 상황이 우세로 변하도록 보조해 주는 영역이 하나쯤은 있다는 것.
물론, 강력한 대미지로 큰 고민 없이 싹 쓸어버릴 순 있겠지만, 조금 덜한 스펙을 갖춘 상태에서도 진행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어느 정도 게임이 익숙해지는 30레벨부터는 파티플레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6인 던전인 ‘악령의 심연’, 혼자서 보스를 공략해 가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1인 던전 ‘타이달의 탑’ 등 각종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어 TL의 전투 시스템에서만큼은 확연히 달라진 느낌을 받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어서 자동 이동의 삭제는 여전히 편의성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고 있으나, 수동 이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요소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걸쇠’다. ‘걸쇠’는 일반적으로 갈 수 없는 높은 공간이나 허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으로, 근처에 상호작용이 가능한 걸쇠가 있으면 ‘F’키를 누르라는 상호작용 마크나 인디케이터가 표시된다.
이 ‘걸쇠’를 이용해 빙 돌아가야 하는 구역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데, 마치 스파이더맨이 된 것 같은 그래플링 모션과 속도감은 ‘이걸로 된 미니게임이 있어도 재밌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특히, 길을 가다 보면 종종 무너진 벽과 같은 구조물에 하늘로 튀어 올라갈 수 있는 ‘걸쇠’도 존재하는데, 이 걸쇠는 단순 재미뿐만 아니라 ‘빠른 이동’에도 도움을 줘 인상적이었다.
TL에는 야수로 변할 수 있는 ‘변신’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허공에서 ‘변신’할 시 빠르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매가 되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땅에서는 늑대나 양, 물에서는 물고기 등으로 변할 수 있지만, 하늘에서 변신할 수 있는 매의 이동속도가 가장 빠르다.
‘걸쇠’로 건물의 숏컷을 찾아다니는 재미, ‘변신’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재미를 느끼다 보면, 먼 길도 전보다는 덜 괴롭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혹시 지루한 전투와 퀘스트 등을 이유로 TL 플레이를 고민하고 있다면, 직접 맛보고 호불호를 가려도 늦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