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엔씨 'TL', PC RPG 기근 시대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MMORPG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이하 엔씨(NC))의 신작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THRONE AND LIBERTY(쓰론 앤 리버티, 이하 TL)'가 지난 12월 7일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블레이드 & 소울' 이후 무려 11년 만에 등장한 엔씨(NC)의 PC 시그니처 MMORPG 포지션 신작인 'TL'은 출시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아 왔다.
공개한 동영상이 국내는 물론 북미 유럽 등 해외에서도 수백만 건의 조회수가 나올 정도로 뜨거웠고, 낮과 밤의 변화, 수동 전투, 무기 교환 시스템, 새로운 BM(비즈니스 모델) 등 긍정적인 소식이 계속 이어지면서 기대감도 높아졌다.
또한 혹평을 받았던 지난 CBT(비공개 시범 서비스) 이후 강력한 '탈 리니지'를 강조하며 불과 3-4개월 내에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이 싹 정비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과연 'TL'은 어떤 형태로 이용자들에게 다가왔을까.
썩 괜찮은 첫인상, 그래픽도 사운드도 굿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게임을 다운로드했다. PC 사양은 i7 12세대에 64G 램, 그래픽카드 4060ti 16G로, 중상급 옵션에 60 프레임 고정으로 자동 설정됐다. 해상도는 현재 쓰고 있는 모니터 해상도인 3840X2560으로 세팅했다.
그렇게 만나본 'TL'의 그래픽은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은 편이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부터 NPC들의 디테일한 얼굴 및 머리카락의 묘사, 옷의 질감, 배경의 섬세함 등이 모두 살아있었고 눈동자부터 적 몬스터의 텍스처까지도 전부 고급져 보였다.
나아가 엔씨(NC)는 'TL'에 날씨 시스템을 적용했는데, 어둑해지면 광원에 맞춰 옷 재질이 드러나고 비가 오면 물줄기가 옷감에 따라 흘러내렸다. 주요 콘솔 게임에서만 보던 기법이라 'TL'같은 MMORPG에서는 보기 힘들었는데 새삼 신경 써서 만들었다 싶었다.
거기에 웅장 할 땐 웅장해지고 섬세할 땐 섬세하며 긴장이 풀릴 시기엔 아름답게 선율이 바뀌는 사운드는 역시 엔씨(NC)라는 소리가 날 정도로 신경을 쓴 티가 역력했다. 개인적으로 각종 게임 OST를 모으는 게 취미라고 할 정도로 게임 사운드에도 관심이 많은데, 'TL'의 사운드는 각 장면 장면마다 크게 거슬리는 것 없이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커스터마이징에 사진을 첨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했는데,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라우를 넣어봤더니 아쉽긴 해도 약간은 느낌 있는 캐릭터가 나왔다. 살짝만 보정한 뒤에 '그래 너로 정했다'라고 하고 캐릭터를 마무리했다.
옵션 또한 상당히 디테일하게 설정을 정할 수 있었는데, 캐릭터 조작법도 액션 모드와 클래식 모드 2종류를 선택할 수 있었고 해상도나 창 설정 등도 쉽게 가능했다. 아이템 획득 조건, 카메라 회전 감도, 투명도, 조작 가이드 등 많은 부분의 상세한 설정이 가능했다.
본격적인 플레이.. 스토리 중심의 라인
과거 안종옥 PD는 이 게임이 만렙부터 즐기는 게임이라고 했다. 아직 필자가 만렙을 달성하지 못했기에 지금 'TL'의 플레이 감각에 대해 소개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은 있지만, 초중반 분위기라도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소개를 해본다.
우선 게임 시작 시에 크게 부담이 없다. 자동 이동이 없어져서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부담스럽진 않았다. 엔씨(NC)가 준비한 그대로 따라가면 레벨도 오르고 무기나 스킬도 얻게 된다. 동선이 먼 경우에는 동물로 변신을 해서 이동하거나 정해진 위치로 워프로 이동하면 된다.
퀘스트도 확실히 콘솔 게임 느낌이 있다. NPC들이 클로즈업되면서 디테일한 그래픽을 확인할 수 있으며, 풀 음성으로 대화를 하고 이 대화를 통해 다음 사건으로 이어져 나가는 방식이 과거 MMORPG 보다는 세련됐다. 퀘스트 난이도도 크게 높지 않고, 반복되는 부분도 적어서 과거의 한국 RPG들처럼 주구장창 몹 잡아서 재료 가져다주고 앵벌이하던 느낌도 옅다.
다만 퀘스트가 정교하게 설계됐다기보다는 대부분 단편적인 형태여서 아쉬웠다. 자동전투 및 자동 이동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었다가 삭제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중간중간 '이런 부분은 빠져도 될 것 같은데' 싶은 퀘스트도 엿보인다.
또 다음 퀘스트, 또 다음 퀘스트 이런 식의 접근이 많다보니 올드한 느낌도 함께 든다. 좀 더 동선이나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구성해서 하나 하나 단편을 알아가다가 조금씩 메인 이야기로 스며들게 하는 느낌을 줬으면 어땠을까. 다니다 보면 보라색으로 여러 단편 쪽지를 구할 수 있는데, 내용들이 제각각이다 보니 초반엔 읽어봤다가 나중엔 그냥 줍줍만 하고 스킵.
이외에도 게임에 핵심 재미로 손꼽히던 요소 중 하나가 2중 무기 시스템인데 이 부분도 친절하지는 않다. 'TL'에는 양손검, 장검, 장궁, 석궁, 단검, 지팡이, 마법봉 등의 무기가 존재하며, 각 무기에 맞춰 스킬창에서 퀵슬롯에 전용 스킬들을 배치해서 효율적으로 전투를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꽤나 매력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무기를 써볼 수 있도록 퀘스트를 구성하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면 훨씬 무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공식 유튜브 계정에는 자세히 나와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하나 아쉽게 느끼는 점은 있다. '자동 이동은 놔둬도 괜찮지 않았나...'
그래도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가고, 새로운 몬스터들과 전투를 하고,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만나면서 그들과 어울리다 보면 저절로 레벨이 올라가고 캐릭터가 강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전반적인 그래픽 퀄리티가 높고 부담도 적은 데다 쉽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RPG 초보자나 RPG 마니아들도 만렙까지 적당히 '재미있다'라고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강화가 목표인 건 맞지만 가벼운 BM, 엔씨는 속이지 않았다
이 게임의 엔드 콘텐츠는 사실 '리니지' 베이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혈맹을 기반으로 자기 세력을 만들어서 대규모 전투를 벌인다는 점, 공성전도 존재하고, 공성전 후 세금을 이동시킴으로써 그 과정에서 또다시 약탈과 방어를 벌이도록 하는 부분도 '리니지'의 변형 기출이라고 볼 수 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재미와 즐거움, 이후에서의 단체 협력 전투라는 공식도 '리니지'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TL'에서는 모바일 '리니지'처럼 '강해지기 위해 치르는' 혹독한 대가는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정식 서비스 전부터 강조했던 착한 BM(비즈니스 모델)은 확실히 지켜진 모양새다. 앞서 설명했듯 아인하사드도 없고, 스킬도 무기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 부분은 확실히 긍정적이다.
'과금이 없고 수동 전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결론은 단체 전투'. 이것이 'TL'의 현재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주인공은 강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어떻게 강해져야 할까. 여러 가지 부분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우선 투지, 기량, 지혜, 통찰이라는 4가지의 스탯을 잘 조합해야 하는데, 자신의 무기나 공격 특성에 따라 이 부분을 채워야 한다. 레벨이 오르면 생기는 포인트로 스탯을 올릴 수 있는데 최대 방어력이라든가 상태 이상 적중 등 다양한 영향력이 있으니 꼼꼼하게 살펴보고 올려보자.
또 크게 무기 강화와 스킬 강화로 주인공을 강화시킬 수 있는데, 각각 꽤 많은 것을 얻어서 여기에 집어넣어야 한다. 무기는 강화 주문서를 통해서 강해지고, 스킬은 다시 사용 스킬(액티브 스킬)과 활성 스킬(패시브 스킬)로 나뉘는데 각각 단련서나 연마서를 또 제작해서 소모시켜야 한다.
이 얘기만 듣고 '또 돈을 써야 해?' 이런 선입견을 가진 분들이 있을 텐데 꼭 그렇지는 않다고 미리 말해둔다. 다양한 퀘스트나 채집으로도 제한적이지만 단련서나 연마서를 구할 수 있다. 다소 귀찮고 힘들 뿐 무과금으로도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을 강화하기 위한 몹들의 아이템 드롭이 적어서 불만이었는데 마침 엔씨(NC)에서 이 부분에 대해 보강하겠다고 했으니 더 수월해질 수 있겠다는 판단도 든다.
또 하나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날씨와 길드다. 날씨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재료가 다르고 여기에 밤이냐 낮이냐에 따라 무기 성능이나 스킬 성능도 달라지기 때문에 점점 날씨에 신경 쓸 일이 생길 것으로 보여진다. 또 경험치 획득량, 방어력과 마나 재생 등에 장점이 있으니 길드에도 가입하길 권한다.
이렇게 어느정도 강해지고 나면 지역 이벤트와 필드 보스로 돌입하면서 'TL'의 새 무대로 넘어가게 된다. 'TL'의 엔드 콘텐츠는 결국 단체 전투와 분쟁이다. 그러니 이 필드 보스와 지역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그런 전투를 하나씩 몸에 익혀가면 좋을 듯 싶다. (다만 필드 보스 너무 재미없다. 좀 잘 만들자 엔씨야)
마지막으로 마스코트 캐릭터인 '아미토이'는 귀엽다. 회복을 시켜주는 등 부가 효과도 좋다. 더 성능이 좋았으면 더 이뻐했을 듯.
'TL'에 대한 총평
결론만 먼저 얘기하자면 'TL'은 잘 만든 게임이다. 그래픽도 좋고 퀘스트도 할만하고 과금도 나쁘지 않다. 무기 교환 시스템이나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도 이 정도면 크지 않다고 본다. 평균적으로 보면 충분히 중상위 게임이라고 평가를 할만하다.
또 워낙 해외 PC RPG 이용자들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잘 다듬어서 해외에 내보내면 승산이 있을 것 같다. 엔씨(NC)니까 기본기도 좋고 운영도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시장에서 바라보는 'TL'의 평가는 부정적에 가깝다. 원초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이 'TL'의 엔씨소프트의 시그니처 PC MMORPG 타이틀을 달고 나온 신작이고, 눈높이와 기대감이 저 하늘 위에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뇌피셜이지만 만약 'TL'이 넷마블이나 네오위즈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100% 바뀐 평가를 받고 있었을 수 있다고 본다. 정말 잘 만든 수작이라고, 드디어 할 만한 MMORPG 만들어냈구나 하고 칭찬을 받았을 수 있다.
하지만 'TL'의 개발사는 엔씨(NC)다. 그리고 엔씨(NC)는 국내 최고 MMORPG 개발사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래서 'TL'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보다도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베일을 벗겨놓으니 어느 정도 평균치를 웃도는 수작 정도..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엔씨(NC)에서 또 한 번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 7일째에 접어든 현재 'TL'의 개발을 총괄하는 안종옥 PD가 '프로듀서의 편지'를 통해 ▲성장 과정의 스트레스 완화 ▲UI 시인성 개선 ▲이벤트 일정 재정비 ▲협력 던전 콘텐츠 개선 ▲파티 플레이 개선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이 부분은 상당히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지난 CBT 때부터 불과 3-4달 사이에 'TL'은 어마어마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CBT 플레이 버전과 지금 버전을 비교해 보면 지난 3-4개월 동안 엔씨소프트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BM 부분은 엄청난 결단이었다고 생각하는 부분. 이처럼 변화의 의지는 충분히 확인했으니 아직 'TL'을 단정하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 한 번 'TL'팀이 절치부심하여, 잘 다듬어서 모쪼록 해외와 콘솔 버전 출시 때에는 보다 더 즐겁고 재미있는 게임으로 변모하길 빈다. 개선 의지는 충분하고, 해외 성공 가능성도 아직 열려있다. 필자도 만렙을 향해 달려가며 엔씨(NC)의 변화를 계속 지켜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