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빠져봅시다”, 고전 게임 IP에 집중하는 게임업계
최근 게임업계에 고전 IP를 활용한 신작이 다수 출시되고 있다.
작년만 보더라도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뮤 모나크’, ‘미니게임 천국’ 등의 고전 게임 IP를 활용한 신작이 화제를 모았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
그중에서도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의 경우 지난 11월 공개된 체험판에서는 혹평을 받았으나, 대대적인 편의성과 그래픽 개선으로 한국 닌텐도 e숍에서 인기 게임 순위권에 오르며 흥행하고 있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그 시절 감성을 재현하되, 편안함은 추가했다’라는 평가를 이끌어 내어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이 ‘고전 열풍’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넷마블, 넥슨, 라인게임즈 등 다양한 게임사들이 고전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넷마블은 ‘RF 온라인’ IP를 계승한 MMORPG ‘RF 온라인 넥스트’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은 슈트 전환을 통해 다양한 전투와 자유롭게 행성을 비행하며 탐험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넥슨도 질세라 ‘환세취호전’ IP 신작 서비스 준비에 박차를 올리고 있다. ‘환세취호전 온라인’이 그 주인공으로, 환세취호전의 리메이크 버전이자 환세 시리즈의 세계관을 통합하는 모바일 RPG 게임이 될 예정이다.
라인게임즈는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에 이어 또 다른 창세기전 IP 신작,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의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게임은 ‘창세기전2’를 기반으로 개발되어, 원작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카툰 렌더링 그래픽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드는 의문점이 하나 있다. 왜 게임사들이 고전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에 몰두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익성’ 때문이다. 과거 고전 게임 IP를 즐기던 이용자들이 자본력을 갖춘 소비층이 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실제로 익스프레스VPN(ExpressVPN)이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 및 40대 이용자가 매일 게임을 할 가능성이 더 높고, 게임에 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더 관대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30대, 40대의 68%가 매일 게임을 한다고 응답했고, 밀레니얼 세대의 30%는 게임 내 구매에 50~100달러를 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응답자의 25%는 게임에 100달러 이상을 지불하는데 아무런 부담과 문제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참고로 20대 이용자는 밀레니얼 세대 이용자보다 10%가 적은 58%가 매일 게임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 관계자는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청년층은 너무 당연하게 게임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를 향유하는 반면, 중년층은 게임기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가 없는 환경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더욱 큰 애착과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분석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청년층에게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콘텐츠를 향유하는 세대인 만큼 오히려 과거의 ‘감성’이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마케팅 및 광고업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청년층은 의상부터 식품, 심지어 아이돌 의상까지 ‘복고풍’,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것을 선호하고, 이를 ‘힙하다(개성이 강하고 멋지다)’라고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청년층을 타깃으로 광고를 할 때 모던한 감성 대신 옛날 광고지를 떠올리게 하는 색상 배치, 구도, 질감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이런 감성이 주류로 떠오르는 만큼, ‘과거’의 IP를 계승한 게임 쪽에도 눈길을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약하자면, 고전 IP 기반 게임은 중년층에게 ‘향수’를, 청년층에게 ‘감성’을 선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단순히 IP로만 밀고 가서는 안 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출시된 고전 IP를 기반으로 하면, 과거 사용했던 시스템과 스토리를 다듬어 사용할 수 있어 기획 분야에서 품이 덜 들게 된다. 하지만 현대적인 부분에서 번거롭게 느낄 수 있는 편의성과 같은 부분도 손대지 않은 채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중년층이 된 게이머는 게임 플레이에 쉽게 피로도를 느낄 수 있고, 청년층 게이머는 최근 게임들의 친절한 설명, 편의성에 익숙해진 만큼 큰 진입장벽으로 여길 수 있다.”라며, “이 때문에 과거의 감성을 잃지 않되, 현대인들이 과도한 불편감을 느끼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