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최신 가전·IT 전시회 CES에서 엿본 게임업계의 미래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전시회 CES 2024가 개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전 담당은 아니지만, TV나 안경 디스플레이, 게이밍 모니터, 각종 게이밍 기어, 노트북 등 다양한 IT 기기가 게임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취재 일정을 잡게 되었네요.
지난해에도 느낀 점이지만 CES는 '인간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끝을 보여주는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최신 기술이 집약되어 어떻게든 더 인간을 편하게 할까 몸부림치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래도 안 살 거야? 이렇게 편해지는데? 이렇게 신기한데?'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이러한 가전과 IT 분야의 발전은 그대로 게임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니, 게임이라는 것이 하드웨어에 종속된 이상, 하드웨어가 발전하면 게임의 발전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겠죠. 이번 CES 2024 리뷰도 그런 변화의 예측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우선 게임과 가장 밀접한 컴퓨터 부분을 보면, 데스크톱 PC를 따라잡고 게임 이용자들을 빼앗아오기 위한 노트북의 발전이 상당합니다.
사실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용어가 생긴 지는 꽤 되었죠. 이전엔 그래도 부족하다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정말로 데스크톱 PC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입니다. 아직 가성비 측면에서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죠.
단적으로 MSI의 게이밍 신작 라인업 중 ‘타이탄 18 HX(TITAN 18 HX)’는 CES 혁신상 게이밍 & e스포츠와 AI 두 부문에서 2관왕을 차지한 제품인데, 120Hz의 주사율을 지원하는 18인치 UHD+(3840X2400) 미니 LED, 최신 CPU인 인텔 코어 i9 프로세서 14900HX(Intel®Core™ i9 processor 14900HX),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90을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총 270W 전력을 지원하는 등 그야말로 '괴물'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는데요, 다른 글로벌 경쟁사들의 게이밍 노트북도 성능 측면에서는 대동소이한 상황이었으니 이제 노트북 제품들이 웬만한 데스크톱 PC들을 뛰어넘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특히 발열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내부 설계도 기가 막히고, 각종 파이프 라인을 절묘하게 구성해서 냉각 효율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네요. 하드웨어 개발사들의 이러한 노력은 휴대용 게임기의 발전도 덩달아 끌어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스팀덱이 출시된 이후 다양한 PC 기반의 휴대 게임기가 등장하고 있지요. ASUS의 'ROG Ally', 아야 네오의 'AYANEO', MSI의 '클로' 등등. 이런 게임기들은 지금도 웬만한 고사양 게임들도 무리 없이 돌아갑니다.
이런 휴대용 게임기들에게 최신 게이밍 노트북의 기술이 더욱 녹아들어간다면 이용자들은 더 좋은 환경을 마주하게 될 수 있겠지요. 진정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언제 어디서나) 게임 환경이 시작되는 셈이네요.
게이밍 모니터는 어떨까요? 삼성은 이번 CES 2024에서 최대 360Hz 주사율을 보이는 ‘오디세이 OLED G8'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OLED 글레어 프리 기술, DisplayHDR True Black 400 인증, AMD 프리싱크 프리미엄 프로 등 게임에 필요한 최고의 기능을 탑재했죠.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서비스인 '삼성 게이밍 허브'가 내장되어 있는 점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삼성 외에도 TCL, LG 등 다른 제조사의 디스플레이 제품들에서도 4K를 넘어 8K를 지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러한 게이밍 모니터를 보면서 향후 PC의 교체, 발전을 부추기는 것은 역시나 게임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PC들, 워낙 CPU 속도도 빠르고 또 OS도 경량화가 진행되면서 더 이상 PC를 교체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최신 PC 사양으로 세팅하고 나면 한 5년~10년 사용해도 불편함이 전혀 없는 상황이죠.
그런데 게이밍 모니터들이 120hz에서 240hz, 나아가 360zh 주사율을 지원하고, 모니터들도 4K에서 8K가 보편화되면 얘기가 달라지겠네요. 더불어 각종 스위처(셀렉터)들도 HDMI에서 C타입으로 바뀌어 8K 화면 지원으로 넘어가는 모습입니다. 더 쾌적하고 더 빠른 반응으로 더 생동감 넘치게 게임을 하려는 이들이 PC 교체의 핵심 주역이 되겠네요.
수많은 PC 제조사들이 일제히 '더 좋은 게임 환경'을 부르짖고 있는 것도 게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렇게 디스플레이와 그래픽 표현력이 강해지려면 게임 개발사들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엄청난 개발비 상승이 불가피해지는 거죠. 이미 현재 4K 시대의 게임 개발사들은 어떻습니까? 개발비 상승으로 죽어나가고 있죠. 개발비 1천 억은 이제 우스울 지경입니다.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올라가서, 웬만한 그래픽으론 반응도 없죠. 그런데 8K 시대로 간다? 지금도 개발비 상승 때문에 리메이크 게임들만 줄지어 나오는데 과연 개발사들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래서인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시대가 더 가속화되어 다가올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따로 언급은 안 했지만, AI는 이번 CES 2024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였습니다. 더욱 인간을 편하게 하라는 명령이라도 받은 듯, 인공지능이 쉴 새 없이 명령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었죠.
이러한 인공지능은 게임 개발 분야에서도 보다 광범위하게 활약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과거 게임의 리메이크 분야에서는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개발자의 몸값이 심상치 않은데, 인공지능이 보편화된다면 이를 도입하지 않을 회사는 없을 것입니다.
또 하나 CES 2024에서 수많은 전기 자동차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전기 자동차의 상당수가 게임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동 운전을 맡기고 이동하는 동안 게임을 하라' 이런 메시지는 아직까지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지만, 운전석 외에 보조석과 뒷자리에도 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게임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네요. 각종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게임사들과 전면적인 협력을 선언하고 있는 것도 거센 트렌드의 한 단면 이겠지요.
소니도 이번 CES 2024의 테마가 전기차였는데, 자사의 강점인 거치형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5와 전기 자동차가 어떻게 융합되어 시너지를 낼까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으로 보였습니다.
이러한 전기 자동차와 함께 VR(가상현실)에 이은 AR(증강현실)을 담은 스마트 글라스 부분도 획기적인 변화가 엿보였습니다.
레티널에서 내놓은 스마트 글라스는 '핀 미러'와 '핀 틸트'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서 실제 안경 크기에 모니터를 탑재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증강현실 스마트 글라스가 상용화하지 못했던 게 양산도 어렵고 크고 무거웠기 때문인데, 이렇게 실제 안경 크기로 나오면 얘기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드래곤볼에 나오는 스카우터를 만들거나 혹은 진짜로 간편하게 누워서 게임하는 시대가 오겠구나 싶었네요.
마지막으로, 특이하게 유통사로 생각했던 롯데도 CES 2024에 부스를 냈는데요, 상당한 반향이 있어 보였습니다.
롯데는 칼리버스라는 메타버스(metaverse, 가상 우주) 플랫폼을 발표했는데요, 대부분의 메타버스가 전멸한 현재, 실제 상품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판매를 바탕으로 한 초실감형 그래픽을 갖춘 롯데 메타버스는 분명히 강점이 있어 보였습니다.
특히 롯데에서는 별도의 FPS 게임을 함께 영상으로 소개했는데요, 이 FPS 게임이 웬만한 차세대 콘솔 게임 수준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롯데 그룹이 장기적으로 게임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메타버스 서비스를 만들어 내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둘러본 CES 2024, 기술의 발전은 게임의 변화를 독촉하고 있었고, 휴대 게임기 시대의 진정한 개막과 인공지능의 활용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갈수록 변화의 속도가 빠르네요. 내년엔 또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될까요. 내년 CES 2024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