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방치형 RPG ‘999위 용사’, 익숙하고 안정적인 만큼 새로움도 부족한

신승원 sw@gamedonga.co.kr

각종 인기 게임 순위권에서, 심지어 최고 매출 순위권에서도 방치형 게임을 볼 수 있는 ‘방치형 전성시대’가 왔다. 넷마블 같은 대형 게임사도 ‘세븐나이츠 키우기’와 같은 게임을 내 훌륭한 성과를 보인 가운데, 넵튠도 자회사의 신작으로 방치형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1일, 넵튠의 자회사 이케이게임즈가 낸 ‘999위 용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케이게임즈는 방치형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수도 있는 ‘F급 용사 키우기’를 제작한 게임사기도 하다. 필자는 방치형 장르를 좋아하는 만큼 이번 ‘999위 용사’도 기대감을 안고 플레이해 봤다.

스토리 만화
스토리 만화

게임을 시작하면 짧은 만화 형식으로 스토리를 간략하게 알려준다. ‘999위 용사’는 283,986번째 용사 후보가 된 주인공이 첫 번째 용사가 되기 위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만화 형식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게 기억에 또렷하게 남고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올려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낮은 순위의 용사를 높은 순위로 성장시킨다는 스토리 라인 자체도 방치형 게임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스토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캐릭터 육성이 시작된다. 성장 상태에 맞는 맞춤형 퀘스트, 일명 ‘가이드 퀘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이용자는 유료 재화로 스킬이나 장비 등을 뽑고, 인 게임 재화로 공격력이나 치명타 확률 등을 올릴 수 있는 ‘재능’과 ‘능력’ 등을 강화하면서 캐릭터를 기르면 된다.

다른 방치형 게임을 플레이해 본 적 있다면 성장 시스템에 바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게임을 처음 접한 이용자도 몇 번 클릭하다 보면 바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했다.

도전 콘텐츠들, 딱 필요할 만큼 있다
도전 콘텐츠들, 딱 필요할 만큼 있다

게임 내 콘텐츠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위한 ‘보스’ 사냥, 인 게임 재화 수급을 위한 ‘던전’, ‘탑’과 같은 도전 요소 등 딱 필요한 부분만 들어있어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이용자들이 익숙해하는, 딱 ‘성장’에만 집중한 구성이라고 본다. 특히, 게임에는 PvP와 같은 경쟁 요소가 없어서 누구나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외에도 특정 시간에 접속하면 유료 재화를 주는 ‘온타임 이벤트’와 특정 레벨이 되면 재화를 무료로 받아갈 수 있는 ‘우편’,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재화를 제공하는 ‘업적’ 등 부가적인 재화 지급 수단이 많아서 재화를 모으는 재미, 이것저것 뽑고 강화해서 성장시키는 재미 자체는 확실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화들
재화들

하지만 플레이하면 플레이할수록 이 게임의 차별성은 무엇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탄탄하고 안정적인, 기본적인 콘텐츠는 제대로 제공하고 있지만 ‘999위 용사’만 가지고 있는 특별함은 좀 부족한 느낌이었다.

대표적으로 뽑기 시스템을 살펴보면 ‘장비(무기, 장갑, 목걸이, 갑옷)’, ‘스킬’ 등 대부분의 방치형 게임에서도 제공하는 요소들은 있지만 이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귀여운 ‘펫’이라거나, ‘동료’ 캐릭터 등 수집욕을 자극하거나 재화를 수급할 추가적인 목적이 되는 것들이 부족했다.

스킨
스킨

‘스킨’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아직 수가 적고 현질이나 ‘길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화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떨어졌다.

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장비나 스킬의 이펙트와 같은 부분도 하위 요소와 상위 요소의 차이가 미약해 성장욕을 자극하기가 어려웠다. ‘특정 무기나 스킬이 너무 예뻐서 가지고 싶어’, ‘최종 무기(혹은 게임만의 무기)가 특색 있어서 탐이 나’ 등 확실한 임팩트를 주기엔 아쉬웠다는 의미다.

오른쪽이 더 높은 등급의 스킬이다
오른쪽이 더 높은 등급의 스킬이다

실제로 필자는 기껏 뽑아서 좋아한 고대 스킬 ‘피의 검’이 다른 낮은 등급의 스킬보다 이펙트가 덜 화려해 실망한 경험이 있다. 그래픽 자체의 퀄리티는 좋았으나, 낮은 등급과 높은 등급의 시각적 차별성이 덜하지 않았나 싶다.

이밖에도 묘하게 부족한 타격감 및 사운드 관리, 숨겨져 있어서 알기도 어려운 길드 시스템 등 ‘이게 999위 용사만이 가진 콘텐츠/차별성이에요!’하고 자신 있게 소개할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는 감상이다.

요약하자면 ‘999위 용사’는 딱 기본에 충실한 게임이다. 성장 시스템 자체는 무난하고, PvP 콘텐츠가 없어 경쟁을 지양하는 이용자에게 적합할 수 있지만, 게임만의 특색과 확실한 셀링 포인트를 찾기 위해서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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