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흥행의 열쇠는 PC. 전세계 게임사들의 시선이 스팀으로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 게임 시장 대신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해진 게임업계의 시선이 PC로 몰리고 있다.
여전히 모바일 게임의 매출이 PC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콘솔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까지 눈을 넓히면 다른 얘기가 된다. 콘솔 게임 시장이 멀티플랫폼이 기본이 되다보니, 콘솔 버전만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PC 버전을 기본으로 하고, 추가적으로 다른 콘솔 기기에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니와 MS 모두 자사의 콘솔 기기 판매량 증대를 위해 퍼스트파티 게임들을 자사 플랫폼 독점으로 내놓은 성향을 보였으나, MS가 ‘헤일로’, ‘기어스 오브 워’, ‘포르자 호라이즌’ 등 대표 게임들을 스팀으로 동시 발매하는 정책을 선보이면서 성과를 내다보니, 소니 역시 ‘호라이즌 제로 던’, ‘갓 오브 워’,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등 독점 게임들을 연이어 PC로 선보이고 있다.
개발비 부담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보니, 독점 게임으로 묶어서 기기 판매량을 올리는 것보다, PC 버전 발매로 추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영업이익 측면에서 훨씬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콘솔 기기의 폐쇄적인 정책 때문에 콘솔 독자 규격으로 게임을 만들어야했지만, 요즘은 기술의 발전 및 언리얼 등 상용화 엔진 사용이 기본이 되면서, PC 버전을 콘솔 버전으로 옮기는 작업이 과거만큼 어렵지도 않다.
이렇다보니, 현재 PC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스팀의 영향력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콘솔 업계를 대표하는 소니와 MS 모두 PC 버전 출시 플랫폼으로 스팀을 선택하고 있으며, 스팀 넥스트 페스트 등을 통해 다수의 인디 게임사까지 포섭한 덕분에, 지난 2023년 한해 동안 스팀에 등록된 게임이 총 1만4467개(스팀DB 집계)나 된다.
밸브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스팀은 2023년에 3300만명이 넘는 동시접속자를 기록했으며, 매출 40억을 넘긴 게임도 500개가 넘어서면서, 입점한 게임사들이 지난 2022년 대비 약 20%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
한 때 자사 다운로드 플랫폼인 유플레이의 활성화를 위해 스팀에서 철수했던 유비소프트가 판매량 악화로 인해 다시 스팀에 자사 게임을 출시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만 봐도 현재 스팀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게임사들 역시 콘솔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스팀을 선택하고 있으며,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가 200만장 이상 판매되고, 네오위즈 역시 스컬에 이어, P의 거짓과 산나비로 성공을 거두면서 스팀 입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스팀이 PC 다운로드 플랫폼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경쟁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곳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EA앱을 운영하고 있는 EA는 스팀은 물론, MS 게임패스와도 손을 잡았고, 유플레이를 운영 중인 유비소프트 역시 독자 플랫폼 정책을 선보이다가 한계를 느끼고 다시 스팀에 입점했다.
그나마 에픽게임즈가 유일한 경쟁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긴 하나 후발 주자의 한계로 아직은 영향력이 높지 않다. 에픽게임즈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300 여개의 게임을 출시해서 스팀의 1/10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에만 정가 기준 약 2000달러 가치에 달하는 86개의 무료 게임을 배포하는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일간 활성 사용자 수 3610만명, 월간 활성 사용자 7500만명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국내 시장 및 모바일에만 치중되어 있는 매출 구조 때문에 해외 콘솔 시장 진출에 대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이미 대형 게임사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제작한 대형 게임들이 즐비한 콘솔 시장에 곧바로 도전하기보다는, 최근에 주목받은 ‘데이브 더 다이버’처럼 경험이 있는 PC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콘솔 버전을 도전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