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부담, 부정적인 시선... ‘위기의 K게임’
최근 한국 게임이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3년 상반기 게임 산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9% 하락한 매출액 9조 3980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게임시장 매출액도 대한민국 게임백서 예상치를 한참 밑돌며 아쉬운 성과를 냈다. 한국 게임은 어쩌다 이런 위기를 겪게 됐을까?
늘어난 인건비, 마케팅비... ‘당연한’ 영업이익 감소
한국 게임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인건비 상승’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비대면 콘텐츠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개발자의 연봉이 수직 상승했으나, 경기 침체와 시장 악화로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요즘에는 부담이 되고 만 것이다. 업계에서는 근 5년 사이 인건비가 45%가량 증가한 경우도 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인건비와 더불어 끝도 없이 올라가는 마케팅 비용도 큰 문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광고 비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올랐다.”라며 “매출 상위권에 머무는 해외게임 ‘버섯커 키우기’는 벌어들인 매출의 절반가량을 다시 마케팅 비용으로 지불해 버릴 정도다.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나가야 하는 비용이라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되고 수요가 많아지니 광고의 단가는 오르고, 없는 돈을 긁어모아 광고를 내더라도 (이미 너무 많은 광고를 낸 게임이 있으니) 이용자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줄이기도 어려운데,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인건비와 마케팅비 등 게임 개발과 운영을 위해 투자되는 비용이 높아지니, 자연스럽게 게임사들의 영업이익도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게임사는 풀어주고, 국내 게임사는 꽉 잡는 규제
최근 ‘매출 상위권(10위권) 게임의 절반 가량이 해외 게임이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 사실이다. 오늘(27일)을 기준으로도 ‘버섯커 키우기’, ‘라스트워: 서바이벌’,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등이 매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해외 게임들의 기세가 참 무서운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게임 규제안에서는 해외 게임사들은 자유롭고, 국내 게임사만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3월 22일부터 시행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그중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부분이 특히 그렇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 19일 아이템 범위, 표시사항 및 방법 구체적 기준 마련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이하 해설서)’가 배포됐다.
해설서에 따르면 3년간 연평균 매출액이 1억 원 이상인 게임사는 직·간접적으로 유상 구매할 수 있는 모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개정안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된다.
19일에 해설서가 배포됐으니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한 달 안에 모든 확률형 아이템을 분류하고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확률형 아이템을 분류하고 있으나, 이곳에 드는 시간과 인력이 상당히 부담된다. 해설서가 빠르게 공개된 것도 아니고, 이제 와 급하게 처리하려니 상황이 참 어렵다. (정보 공개 의무 게임사) 기준도 참 이상한데, 연 매출 1억 원이라고 해봤자 월 800만 원 수준이다. 단계적으로 의무 게임사 범위를 늘리지 않고 강하게 압박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자율적인 확률 공개를 미준수하던 해외 게임사들에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규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내대리인 제도’를 통해 해외 게임사들에게도 똑같은 의무를 부여하겠다고 주장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국내 대리인 제도’란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장이 없는 ‘일정 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국내에 책임자를 지정해 국내 상황에 대한 책임과 규제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여기서 일정 규모는 ‘3개월간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100만 명 이상, 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을 동시 충족하는 해외 사업자’를 의미하지만, 두 기준을 충족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설령 영향을 받는 해외 게임사라고 하더라도 추가적으로 작은 법인을 내 국내에 게임을 서비스하면 제재하기 힘들다. 한국 게임사의 부담은 늘어나고, 해외 게임사는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우니, 한국 게임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게임 질병’ 이슈
‘게임은 질병이다’라고 단정 짓는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게임과몰입’을 국제질병분류(ICD)에 반영하긴 했으나, 여전히 논란과 반박의 여지가 많으며, 국내에서는 아직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게임과몰입’을 등재한 바 없는데도 그렇다.
지난 1월에는 ‘게임을 장시간 플레이할 시 뇌 기능이 저하된다’라는 단정적인 기사가 우후죽순 쏟아지기도 했다. 물론 ‘게임’만이 원인이 된다는 추가적인 근거가 부족해 추가적인 후속 연구가 필요한 논문을 근거로 했으나,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문장으로 이용자들을 현혹한 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킨 사례다.
안양대학교 이승훈 교수도 책 집필을 위해 각종 ‘게임과몰입’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12개월 이상 게임을 한 이용자들이 ‘게임 과몰입’에서 벗어났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실존적인 비교대조군이 하나도 없었다.”라며 일방적으로 자극적인 결론만 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단정적이고 부정적인 게임과몰입 관련 내용이 확산될 경우 당연히 게임사들에게도 피해가 온다.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특히 게임은 부정적인 면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편향적으로 쏟아지는 정보 때문에 (게임의) 순기능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게임이 더 훌륭한 국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