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 “스텔라 블레이드는 하는 것이 더 재밌는 게임”
시프트업의 신작 액션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가 공개 체험판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지난 2019년 시프트업이 ‘프로젝트:이브’라는 명칭으로 처음 개발 소식을 알린 작품이다.
개발단계부터 글로벌 콘솔 시장에 트리플 A급 게임으로 도전할 것을 밝혀 큰 화제를 모은 ‘스텔라 블레이드’는 2022년 ‘스테이트오브플레이’에서 PS5 발표 소식이 전해졌으며, 오는 4월 26일 출시가 공개되는 등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2월 1일 진행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OP)' 행사에서 '스텔라 블레이드'는 가장 초반부 영상으로 등장한 것은 물론, 40분 동안 15개의 게임을 소개하는 시간에 '7분 이상'으로 구성되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 2024년 소니의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스텔라 블레이드’는 과연 어떤 개발 과정을 거친 것일까? 시프트업에서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을 총괄한 김형태 대표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 체험판 버전에서 의외로 고어한 연출이 많았다. 의도한 부분인가?
A: 2019년 처음 게임 개발을 공개할 때부터 우리는 19금 액션을 추구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절단 액션도 있는 등 잔혹한 플레이가 있는 편이다. 물론, 이런 19금 액션에 남녀 차별을 따로 두지는 않았다. 혹자는 잔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게임의 흐름에 맞게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활용한 장지 중 하나다.
Q: 에이도스 도시 지역의 명도가 매우 낮아서 상당히 어두웠는데?
A: 처음 인트로에서는 잘 확인이 안 되지만, 에이도스의 명도가 낮은 것은 의도한 부분이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긴장감을 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에이도스 지역 외에 다른 지역의 경우 명도와 채도가 지역에 맞게 세팅되어 있다.
물론, 너무 어둡다고 느끼는 이용자들은 스캔 기능을 통해 몬스터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모험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이곳은 무엇이 있을까? 저건 무엇일까?” 하며, 스캔을 통해 여러 곳을 탐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소울라이크 장르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인다. 어떤 게임을 주로 참고했는지?
A: 이전에 출시된 액션 게임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똑같이 따라 하지는 않았다. 이번 체험판의 경우 중간 난도 정도의 보스가 등장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플레이하는 것보다 조금 급작스럽게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이는 게임 플레이하다 보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기어와 같은 다양한 장비를 통해 플레이 스타일을 바꿀 수 있어 장비 세팅에 따라 다른 게임의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Q: 소울라이크 초보 이용자를 위한 별도의 모드도 존재하나?
A: 실제로 ‘스토리 모드’가 존재한다. 이 모드는 적들의 체력, 공격력이 표시되고, 액션 어시스트 기능으로 가드 불능 기술을 피할 수 있는 등 난도가 상대적으로 쉽다.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모드라 할 수 있다.
Q: 출시 후 ‘Day-1 패치’(출시 첫날 진행되는 업데이트)도 준비 중인가?
A: 존재는 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체험판과 실제 게임의 큰 격차는 없지만, 체험판에서 접수된 피드백을 기반으로 UI나 기타 여러 부분을 개선할 계획이다. 사실 ‘Day-1 패치’를 오래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더 원활하고, 완성도 높은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Q: ‘스텔라 블레이드’를 개발하면서 결과물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나?
A: 어려운 질문이다. 겸손을 떨지 않고 이야기하자면, 많은 부분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80% 정도는 만족하는 편이다. 물론 다음 작품을 만들 때는 만족도가 내려가겠지만 말이다(웃음). ‘스텔라 블레이드’ 이외에도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데, 매 타이틀마다 우리가 만족하는 게임을 선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다.
Q: 추가 캐릭터 등장 가능성은?
A: 기본적으로는 이브를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물론,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만날 수 있지만, ‘스텔라 블레이드’가 엔딩이 있는 싱글 플레이 게임인만큼 주인공에게 몰입하는 것을 중점으로 설계했다.
Q: SIE(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가 어떤 도움을 주었나?
A: 소니와의 협업은 매우 긴밀하게 진행됐다. 현지화부터 콘솔 로컬 작업을 소니가 대응해주었고, 게임 QA부터 유저 테스트 역시 소니가 가진 베이스를 기반으로 진행되어 시프트업의 첫 번째 콘솔을 개발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인상적인 것은 마케팅 PR을 게임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말 게임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우리도 모르는 게임의 장점을 찾아내서 마케팅 PR을 진행해 놀라기도 했다.
사실 이번 체험판의 버전의 경우 나(김형태 대표)의 의지가 컸는데, 한국에서 만드는 콘솔 게임에서 세이브가 이어지는 데모 버전을 만드는 것이 일종의 미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체험판을 통해 직접 손으로 플레이해보지 않으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직접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Q: 체험판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A: 이번에 공개되는 체험판은 실제 출시 버전과 똑같이 진행된다. 그래서 데모 버전에서 뭔가를 더 보여주기 위해 초반 지역 보스전을 추가로 넣기도 했다. 이를 통해 게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게임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가 기어인데, 데모 버전에서도 똑같이 등장한다. 총 4개까지 장착할 수 있는 기어를 통해 다른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속도 상승 기어를 넣어서 스피디한 플레이를 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방어 기어를 장착해 방어 위주의 전투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플레이 폭이 넓다.
Q: 숨겨진 장소가 많았다. 숨겨진 요소가 게임에 많이 등장하는지?
A: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일자 진행형임에도 굉장히 많은 사이드 루트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도시를 벗어나서 만나는 도시인 ‘자이온’은 대사막과 황무지로 이뤄진 하프 오픈월드 느낌을 주는데, 곧바로 마을로 이동할 수도 있고, 여러 지역을 탐험하면서 아이템과 장비를 수집할 수도 있다.
Q: 게임의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인가?
A: 이지 모드라 할 수 있는 스토리 모드의 플레이 타임은 20시간 정도다. 만약 콜렉터블 요소를 좋아하고, 모든 퀘스트를 완료하는 플레이를 한다면 35~40시간 정도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번의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전체적으로 평균 20~25시간 정도 플레이 타임이 나왔다.
Q: 캐릭터와 몬스터의 외형이 극단적이다. 몬스터 디자인 컨셉이 궁금하다.
A: ‘스텔라 블레이드’의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거부감이 들도록 다자인 되어 있다. 눈이 없거나 있어야 할 곳에 무언가가 없는 불쾌감 같은 것 말이다. 몬스터 디자인은 직접 클레이를 디자인하고 3D 스캐닝을 진행하여 게임에 구현했다. 클레이 분야에서 정말 유명한 장희철 디자이너부터 한국에서도 유명한 클레이 디자이너들이 참여해서 제작해 몬스터 퀄리티는 자부할 수 있다.
Q: 콘솔게임을 제작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이었나?
A: 모든 부분이 도전이었다. 사실 한국에는 콘솔 타이틀을 제대로 만들어본 개발자들이 거의 없었고, 무엇보다 컷신을 통해 드라마를 제공하는 파트를 경험한 이들이 극히 드물었다. 이 때문에 캐릭터들의 연기나 표정 연출을 표현하는 난도가 유독 높았다.
컷신 연출과 함께 레벨 디자인도 정말 어려웠다. 한국 개발자들에게 익숙한 MMORPG의 레벨 디자인은 넓은 필드와 사냥터로 구성되지만, 콘솔은 전혀 다르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탐험하고, 루트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별다른 해결책을 도입하기보다 개발진 스스로가 익혀 나가면서 개발을 진행했다.
Q: 도시부터 배경 디자인이 매우 디테일했다. 배경 그래픽은 어떻게 구현했나?
A: ‘스텔라 블레이드’는 캐릭터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배경도 많은 신경을 썼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자이온’이라는 도시다. ‘자이온’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SF 동양풍이 퓨전 된 것으로, 과거 구룡성채나 홍콩의 옛 모습을 요즘 형태로 재현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에서 배경과 캐릭터 디자인을 총괄하는 AD의 역할도 겸했는데, 회의를 많이 하거나 개발에 지치면 개발 중인 맵에 들어가 “어디 꾸밀 곳이 없나?” 하면서 풀도 배치하고, 나무도 심고, 집에도 이런저런 걸 배치하는 가드닝을 취미로 두었다.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서 정말 손을 안 댄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심었는데 개발팀이 처음에는 갑자기 무성해진 맵에 놀라다가 나중에는 “과부화 걸리니까 그만 심어라”라고 하더라.(웃음)
Q: 게임을 하다 보면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반대로 된 것 같은 느낌이 강한데?
A: 우선 게임 내 강화부대는 전원이 여성이다. 이 설정은 나중에 밝혀질 것이다. 남자 캐릭터는 지구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인데, 네이티브라는 적들이 있어서 보통의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주인공의 조력자도 드론으로 소통하는 식이다. 캐릭터가 여성이나 남성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Q: 민감한 질문이다. 스텔라 블레이드가 본의 아니게 해외에서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데, 이를 알고 있나?
A: 물론 잘 알고 있다. 서양에서는 여러 가지 이슈들 때문에 캐릭터들이 현실적인 모습이 반영되어야 하고, 젠더 이슈나 인종의 다양성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게임은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이고, 문화 상품이다. 이런 상품을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해 주시면 되고, “재미있는 액션 게임이 나왔네?”라는 정도로 봐주시길 바란다.
Q: ‘스텔라 블레이드’가 예측 판매량에 미치지 못해도 콘솔 개발은 이어갈 생각인가?
A: 콘솔게임의 판매량이라는 것은 첨예한 논쟁이기도 하다. 혹자는 “좀 더 영업 이익이 높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게임 시장에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콘솔게임 그것도 엔딩이 있는 게임은 존재 자체만으로 중요하다. 이런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있고,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있는 여러 게임이 공존하는 것이 건강한 게임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끝을 맞이하고 현실로 돌아가는 게임을 계속 만들고 싶은 의지가 있다.
Q: 사후 지원이나 DLC도 출시할 예정인가?
A: 게임을 완벽한 상태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출시 이후에도 여러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DLC는 미정이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패키지 구매 비용이나 이외에 추가적인 BM은 없을 것이다. 혹시 이야기가 잘되어 유명 IP와 콜라보를 하게 된다면 그쪽 회사에도 비용을 지급해야 해서 의상 정도는 유료 의상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Q: 게임을 기대하는 이용자들에게 한마디
A: 2019년 처음 공개할 때부터 게임을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며, ‘스텔라 블레이드’를 출시하게 되어 기쁘다. 이전에 영상을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듀얼센스를 활용한 기능이나 액션 콘텐츠 등 실제로 플레이해본 게임의 느낌은 정말 다를 것이다. 보는 것보다 하는 것이 재미있는 게임이니 꼭 체험판을 즐겨주셨으면 한다. 스텔라 블레이드를 통해 대한민국 게임계가 콘솔게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