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D로 변신한 세키로? 인디 수준 뛰어넘은 인디 게임 ‘데빌 위딘 삿갓’
인디 게임이라고 하면 부족한 기술력과 자본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극복한 소규모 개발사의 작품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 인디 게임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대형 게임사 작품과 비교해도 될만큼 수준 높은 인디 게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오는 4월 9일 얼리액세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이 게임도 그런 게임이다. 2023년 인디크래프트 1위, 경기게임오디션 1위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이 출시 전부터 국산 인디 게임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었던 뉴코어게임즈의 ‘데빌 위딘 삿갓’이다.
이 게임은 기술이 발전된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죽은 무사 김립이 다시 되살아나 악귀와 싸우면서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매트로바니아 장르의 게임이다.
게임명에 삿갓이 들어가 있는 만큼, 삿갓을 쓴 무사 김립의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핵심이며, 메트로바니아 장르답게, 굉장히 복잡하게 꼬여 있는 맵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퍼즐 기믹을 해결하는 재미를 담았다.
메트로바니아는 캐슬배니아, 할로우나이트, 오리 시리즈 등 굉장히 유명한 게임들이 즐비한 장르이다보니 마니아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당연히 기존 팬층이 없는 신작이 주목받기 쉽지 않은데, 이 게임은 소울라이크 장르의 특징을 다수 도입한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처음 시작하면 약 공격과 강 공격 두 개 뿐이지만, 경험치를 얻어 레벨업을 하면 각종 특성을 투자해 새로운 스킬들을 열 수 있으며, 스킬이 늘어날수록 적의 공격을 막고, 반격하는 손 맛 있는 전투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방어막이 있는 적들은 강한 공격으로 방어막을 깬 다음 대미지를 줘야 하며, 적의 공격에 타이밍을 맞춰 방어하면, 더 강력한 반격을 성공시킬 수 있다. 인왕이나 세키로 같은 소울라이크 게임들을 보면 무작정 공격하다가는 적의 반격을 받거나, 기력 부족으로 더 이상 공격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이 게임 역시 그렇다. 약 공격을 제외한 회피과 강공격, 방어 모두 기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기력을 잘 계산하지 않고 공격을 남발하다가는 탈진 상태가 되면서 적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
적을 공격하거나 처치하면 쌓이는 집중력도 전투 액션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집중력 게이지가 쌓여 있는 상태에서 적의 공격을 완벽한 타이밍에 막거나 회피하게 되면 커맨드가 뜨면서 평소보다 더 강력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집중 반격을 할 수 있게 된다. 2D로 구현되어 있는 것이 다를 뿐이지, 소울라이크 액션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보통 메트로바니아 게임들은 보스전에서 적의 광역 공격을 점프 등으로 회피하면서 차근차근 대미지를 넣는 방식이지만, 이 게임의 보스전은 칼 같은 타이밍에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하는 괴수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반격과 회피에 익숙해질수록 더욱 더 스타일리쉬한 액션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죽게 되면 그동안 얻은 경험치가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세키로처럼 중간에 저장을 할 수 있는 모닥불을 만나게 되면, 엄청나게 반갑게 느껴진다. 게임이 어려운 초보자들을 위한 작은 배려인지, 사라진 경험치는 죽은 지점으로 되돌아가면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구간을 계속 반복하면서 레벨업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막혔던 구간을 깰 수 있긴 하다.
주인공 김립의 성장 구조는 7가지로 나뉘어져 있는 테크트리를 통해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플레이 방식이 달라지도록 구성했다. 경험치를 얻어 레벨업을 하게 되면 생체 인자, 공격성 인자, 강인성 인자, 기민성 인자, 악귀 인자로 나뉘어 있는 인자를 획득하게 되며, 획득한 인자를 투자해서 체력, 공격력 등 능력치를 올리거나,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
스킬을 보면 몇가지 인자를 복합적으로 요구하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이용자에 따라 어느 스킬에 먼저 투자할지 각기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안정성을 중시 여긴다면 신체 능력에 더 먼저 투자를 하고, 화려한 스킬을 빠르게 구사하고 싶다면 검술, 비기, 기민함 등에 먼저 투자를 하는 식이다. 결국 나중에는 모든 테크트리를 다 찍어야 하겠지만, 어떤 스킬을 먼저 찍는가에 따라 중간에 만나는 보스전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테크트리를 잘못 찍었어도 경험치를 투자하면 초기화할 수 있다).
메트로바니아 장르답게 맵 구조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처음에는 길이 막혀 있지만, 다른 곳으로 돌아가서 반대편에서 길을 열면 다음에 이동할 때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숏컷이 생기며, 어느 정도 진행하면 획득하게 되는 총기를 사용하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장치를 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초반에는 아슬아슬한 곳까지 점프한 뒤 손으로 집고 올라서는 이 게임 특유의 점프 액션이 낯설어서 해매게 되지만, 이 액션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모든 공간을 탐험하게 되도록 알차게 구성해둔 맵 구조에 감탄하게 된다.
다만, 메트로바니아 장르의 특성상 이런 복잡한 맵 구조는 이용자에 따라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인디 게임 분야에서는 굉장히 경쟁이 치열한 장르이긴 하지만, 이 장르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너무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근래 이 장르에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할로우나이트가 280만장 판매된 것만 봐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라고 보기 힘들다.
게다가 이 게임은 복잡한 맵뿐만 아니라, 반격에 회피, 기력까지 신경써야 하는 수준 높은 공방을 담은 액션 때문에 보스전 난도가 상당하다. 매트로바니아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초반 보스전은 어찌어찌해서 넘긴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부터는 “이걸 어떻게 이겨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 멘탈이 나갈 수도 있다.
게임 특성상 진입장벽이 상당하기 때문에 그냥 국산 인디 게임이라는 설명만 보고 구입했다가는 바로 환불하게 될 수도 있지만, 깊이가 있는 메트로바니아, 소울라이크 장르를 찾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게임이 될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