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의 우승으로 막내린 '2024 LCK 스프링' 무엇을 남겼나?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숨 가쁘게 달려온 '2024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스플릿'(이하 2024 LCK 스프링 )이 젠지 e스포츠(이하 젠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은 유난히 많은 기록이 등장했고, '한화생명e스포츠'(이하 한화생명)의 약진과 광동 프릭스의 초반 돌풍 등 다양한 이슈가 발생했다.
[T1 천적 입증한 젠지, LCK 압도적 1황 등극]
이번 시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팀은 T1이었지만, 이 T1조차 LCK 1황 젠지의 LCK 연속 4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막지는 못했다. 젠지는 이번 17승 1패를 기록하며, 스프링 시즌 동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2월 2일부터 3월 17일까지 단 한 세트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젠지의 상승세는 플레이오프(PO)와 결승에서도 이어졌다. 젠지는 한화생명을 꺾고 올라선 결승에서 2021 LCK 서머 결승부터 5번이나 맞붙었던 숙적 T1을 또다시 만났다.
유난히 변칙적인 픽과 바론 사냥을 중심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T1 특유의 전략에 젠지는 2~3세트를 내주기도 했지만, 치열한 경기 끝에 3:2 스코어로 숙적을 꺾으며, LCK 4연속 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승리로 젠지의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은 '페이커' 이상혁과 100번째 매치에서 승리를 거뒀으며, 결승 MVP로 선정된 탑라이너 '기인' 김기인은 LCK 데뷔 이후 1위부터 10위까지 모든 순위를 경험한 선수라는 이색적인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LCK 전 팀에 영향을 준 T1의 서커스]
비록 결승에서 패배하며 또다시 준우승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T1의 남다른 경기력은 이번 스프링 시즌 내내 이슈로 떠올랐다.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을 중심으로 한 변칙적인 픽과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로 이른바 'T1 서커스'라고 불릴 정도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특히, 2월 15일 디플러스 기아와의 경기에서 서폿 애쉬를 꺼내든 ‘케리아’ 류민석이 딜량(피해수치)과 킬 스코어 모두 1등을 차지하는 기묘한 기록을 달성했고, 한화생명과 결승 진출전에서는 ‘제우스’ 최우제가 탑 베인이라는 픽을 꺼내 들어 커뮤니티를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T1의 퍼포먼스와 라이엇이 진행한 패치에서 다양한 챔피언이 상향을 받으면서 10년이 넘도록 사용되지 않던 비운의 챔피언 '정글 람머스'가 3,740일 만에 등장한 것은 물론, 3,943일 만에 등장한 서포터 ‘이즈리얼’, ‘니코’ 등 기행에 가까운 벤픽이 등장. 한동안 LOL 커뮤니티를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한화생명과 광동 프릭스의 돌풍]
이번 스프링 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킨 팀은 단연 한화생명이었다. 매년 대형 선수를 영입하며 이름값은 높았지만, 이에 비해 결과는 다소 아쉬웠던 한화생명은 이번 스프링에서 자신들의 진면목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T1과 젠지를 제외한 3위 이하 팀에게 패배하지 않는 경기력으로 착실히 승수를 쌓아나간 한화생명은 3월 15일 경기에서 4년 동안 무려 3승 12패를 당했던 천적 T1을 꺾었고, PO 2차전에서는 T1을 3:0으로 완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마지막 결승 진출전에서 T1에게 패배하며,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오는 6월 개막하는 ‘LCK 서머 시즌’에서 T1과 젠지 양강구도를 깰 수 있는 유력한 팀으로 주목받고 있다.
광동 프릭스의 상승세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1월 24일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KT 롤스터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며 이변을 일으킨 광동 프릭스는 농심 레드포스와 디플러스 기아까지 잡아내며 3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다만 3월 7일 T1에게 패배한 이후 패배가 이어진 광동 프릭스는 PO 진출의 가능성이 점차 낮아졌으나, 3월 21일 디플러스 기아를 2:1로 꺾는 대형 사고를 치며, PO에 진출하여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디도스 공격으로 발생한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
이번 스프링 시즌은 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즌이었다. 디도스 공격은 대량의 데이터를 전송하여 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키는 일종의 사이버 공격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유명 스트리머들의 방송에 이 공격이 가해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디도스 공격이 LCK 리그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은 2월 25일 진행된 디플러스 기아와 DRX의 경기였다. 1세트 디플러스 기아의 '루시드' 최용혁 선수의 퍼즈(경기 중단) 요청이 시작된 이후 계속해서 서버 불안 이슈가 발생해 경기가 무려 6시간 45분가량이나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경기의 여파로 LCK 조직위 측은 예정된 OK 브리온과 광동 프릭스의 경기를 속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경기를 연기했으며, 관람객들을 위한 환불 조치도 진행됐다. LCK가 시작된 지 12년 동안 경기가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디도스 공격은 더욱 대담해져 28일 T1과 피어엑스의 경기 역시 서버 불안으로 ‘퍼즈’가 이어졌고, 1세트를 어렵게 끝낸 이후 2세트는 연기되었고, 현장 관람객들 역시 1세트만 관람한 채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이 경기 이후 LCK 측은 일정 경기를 무관중 녹화 경기로 진행했으며, 외부 네트워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오프라인 게임 서버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불특정 다수의 디도스 공격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LCK 리그를 시작부터 함께한 전용준 캐스터는 “경기장 밖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