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트롤러’들끼리 싸워라”, 게임사들의 이색 대처 방법

게임을 하다 보면 일부 악성 이용자를 만나기 마련이다. 핵을 쓰는 이용자부터 게임의 결과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게임을 나가는 이용자, 심지어 ‘트롤링(단순 재미를 위해 고의로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을 하는 이용자까지 종류도 참 다양하다.

이런 악성 이용자들은 평범한 이용자들이 윤택하게 게임을 즐기기 어렵게 만드는 만큼, 게임사들도 항상 관련 문제에 신중하게, 때로는 참신하게 접근하며 악성 이용자 배제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대전 격투 게임 ‘철권 8’의 ‘감옥 매치’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철권 토크 라이브’에서 악성 이용자 방지, 특히 ‘랜뽑(랜선 뽑기)’ 이용자 방지에 특화된 시스템을 발표했다.

여기서 ‘랜뽑’이란 대전을 하던 이용자가 인터넷 선을 뽑아 시합을 강제 중단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질 것 같은 상황에 시합을 중단시켜 결과를 회피하는 비매너 플레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철권 측에서 내민 카드는 악성 이용자들끼리 매칭시키는 ‘감옥 매치’다. ‘랜뽑’ 이용자들은 일반적인 이용자들보다 높은 네트워크 차단율을 보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강제 종료가 잦은 이용자끼리 우선 매칭시키면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을 이용한 것.

‘감옥 매치’에서도 이용자가 비매너 플레이를 반복할 시 최종적으로 계정 영구 정지까지 진행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매너 이용자끼리 서로 만나게 해 역지사지를 체험케 하고, 일반적인 이용자는 편안하게 선량한 이용자들과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철권 8의 시스템은 큰 화제를 모았고, 과거 비슷한 시스템을 적용한 게임들도 덩달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AOS ‘도타2’가 있다. ‘도타2’에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트롤촌’이라고 불리는 ‘저우선도 매칭’ 시스템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철권 8의 사례와 유사하게 일반 이용자들과 비매너 이용자를 분리해, ‘저우선도 매칭’ 대상자끼리 경쟁하도록 만들어 둔 형태다.

‘저우선도 매칭’ 대상자가 된 이용자는 무조건 특정 횟수 동안 게임을 승리해야 해당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승리’라는 조건 때문에 빠르게 게임을 끝내기 위해 고의적으로 지는 행위를 반복할 수도 없다.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같은 비매너 이용자를 만나야 한다.

엄격한 룰에 긴장할 수도 있으나, 한두 판의 실수로 ‘저우선도 매칭’ 대상자가 되지는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 일반적으로 지속적인 욕설, 고의적 방해 행위 등 신고 누적이 될 경우에 대상자로 선정되니, 네트워크 오류로 게임이 중간에 튕기거나, 단순히 게임 실력이 좋지 못하다 해서 ‘저우선도 매칭’에 걸릴 일은 극히 드물다.

멀티 플레이 배틀로얄 ‘폴가이즈’도 한때 악성 이용자들만 격리한 서버를 운영해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출시 초기 극심했던 핵 사용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한 뒤,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핵 사용자들끼리만 매칭되도록 별도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여러 명의 이용자가 동시의 같은 맵을 플레이하며 즐기는 게임인 만큼, 일반 이용자와 분리된 악성 이용자는 게임 매칭에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 하고, 어렵게 게임에 들어가도 똑같이 핵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을 만나게 되어 우승하기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게임을 떠나도록 유도한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 해당 매칭 시스템은 중단되었으나, 폴가이즈 측에서는 “‘치터 아일랜드’는 폐쇄되었지만, 기존에 있던 핵 이용자는 더 이상 로그인 할 수 없도록 조치했고, 에픽게임즈의 전문가들과 함께 꾸준히 악성 이용자 방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에이펙스 레전드가 핵 이용자,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게임 탈주 이용자들끼리 매칭되는 시스템을 도입해 평범한 이용자들이 더 윤택한 게임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