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목받는 게임 트랜드 '인터렉티브 무비'
국내 이용자들에게 '이상한 광고하는 양산형 게임 생산국', '미소녀 서브컬처 게임 잘 만드는 나라' 정도로 인식되던 중국 게임 시장이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전까지 중국의 게임은 어색한 더빙으로 "죄송합니다, 저희의 잘못입니다!"라며 자극적인 문구로 홍보하는 ‘양산형 게임’이나, 해외의 유명 작품을 빠르게 카피한 '파쿠리 게임'(카피 게임). 그리고 언어부터 일본어를 사용해 중국 게임의 색채를 완전히 뺀 '미소녀'를 앞세운 '서브컬처 게임'이 주류를 이뤘다.
물론, 중국 내부 사정은 다를 수 있지만, 해외 서비스에 나선 게임 상당수의 형태와 장르가 비슷하다 보니 중국 게임에 편견 아닌 편견을 지닌 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
하지만 이런 천편일률적인 게임에서 벗어나 완전 다른 영역의 장르를 내세운 중국 게임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는 중이다. 바로 ‘인터렉티브 무비’가 그것이다.
‘인터렉티브 무비’(FMV)는 이용자(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영화나 게임을 일컫는 장르로, 치밀한 스토리와 영화적인 기법으로 표현된 연출이 가미된 독특한 형태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 ‘인터렉티브 무비’는 거대한 영화 시장을 지님과 동시에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많은 서구권에서 주로 제작되어 온 장르였지만, 최근 독특한 컨셉의 중국 인터렉티브 무비들이 잇따라 흥행을 거두면서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2022년 스팀으로 출시되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신도불량탐정’이 그 대표적인 예다. 중국의 ‘천진 운운 테크놀로지’에서 선보인 이 작품은 중국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탐정 활극을 그린 추리 소설과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작품은 한편의 중국 무협 드라마를 보는 듯한 전개를 지니고 있다. 이용자는 각 챕터마다 등장하는 사건의 단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고, 이용자의 선택마다 다른 형태의 장면이 등장해 흥미를 높인다. 여기에 실제 배우들이 등장하는 실사 작품임에도 대사나 연기가 어색한 부분이 드물어 마치 ‘주성치 영화’와 ‘판관 포청전’ 등의 작품을 섞은 듯한 감성을 준다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을 선보인 ‘천진 운운 테크놀로지’는 이전까지 게임 업계과 큰 관련이 없던 미디어 회사였다는 것. 때문에 이 ‘신도불량탐정’의 경우 어드벤처 게임의 요소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영화 연출에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신도불량탐정’은 상당한 반전을 남긴 엔딩 이후 한동안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가, 최근 2편이 개발 중에 있다는 발표를 남긴 상황이다.
최근 스팀 매출 6위까지 상승해 전세계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젠장! 미녀들에게 포위당했어!”도 이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로 등장한 작품이다.
인피니티에서 제작한 이 게임은 거액의 빚을 진 주인공이 빚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중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다양한 스타일의 여성들과 만난다는 연예 시뮬레이션 형태의 전개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외모가 상당히 수려하고, 대사나 연기 역시 크게 어색하지 않아 유사 연예를 하는 듯한 감정을 폭발시켜 일반적인 미소녀 연예시뮬레이션과는 차원이 다른 몰입감을 제공한다.
물론, DLC(디지털 다운로드)의 경우 그리 평가가 좋지 않지만, ‘젠장! 미녀들에게 포위당했어!’는 그 어렵다는 스팀의 ‘매우 긍정적’ 평가를 달성하며, 잘 만든 중국 ‘인터렉티브 무비’는 해외 이용자들도 공략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이는 고퀄리티의 그래픽을 앞세운 서양의 ‘인터렉티브 무비’와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이전까지 등장했던 서양의 인터렉티브 무비는 슈퍼 매시브의 ‘더 다크 픽처스 앤솔로지’와 같이 상당한 수준의 그래픽으로 유명 배우를 등장시킨 경우가 많았고, 소재 역시 살인마, 정체불명의 괴물이 등장하는 호러 소설적인 요소가 강했다.
하지만 이 중국에서 만든 작품들은 완전 실사 촬영으로 진행하여 개발비를 크게 낮췄고, 추가 촬영을 통해 DLC 등을 선보이는 등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이들 작품의 경우 불법 핵이나 정치적인 이슈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색채를 그대로 드러낸 작품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아직 사례는 많지 않지만, 이 중국의 인터렉티브 무비는 적은 자본으로 대형 게임 못지않은 흥행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중이다”라며, “중국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못함에도 순수하게 콘텐츠의 재미로 성공을 거둔 이 작품들에서 보듯 과연 중국이 온라인 & 모바일 중심의 작품에서 벗어나 싱글 플레이 게임에서도 색다른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