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이용자와 싸워 이기려는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 개발자들
여러분은 스웨덴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북유럽의 복지 강국 이미지가 떠오를 수도 있고,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유명 4인조 그룹 아바(ABBA)가 생각이 날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또 유명 차량 제조사인 볼보나 가구 기업인 이케아 등도 스웨덴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죠.
그리고 사실 스웨덴은 게임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큰 유럽의 국가 중 하나입니다. ‘마인크래프트’나 ‘캔디크러쉬사가’ 등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게임이 스웨덴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며, 배틀필드’ 시리즈, ‘디비전’ 시리즈 등 많은 게이머에게 사랑받은 다양한 유명 게임들이 스웨덴에서 제작됐죠.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헬다이버즈2’도 마찬가지고요.
기자가 만난 스웨덴 출신 한 개발자는 "스웨덴은 여름에 해가 하루 종일 떠 있고, 선선해 일하기 좋고, 겨울에는 일조량이 2시간 정도에 그쳐 집이나 회사에서 박혀 할 수 있는 것이 개발밖에 없다.“라는 농담을 던지며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는 스웨덴 개발자들의 열정을 표현하기도 했죠.
그런데 유럽을 정복하며 엄청난 혼란을 불러일으킨 바이킹 후예라는 핏줄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일까요? 스웨덴 개발자들은 이용자들과 마찰을 벌이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게임에 문제가 생겨 이용자들의 항의를 하면 이용자들과 기싸움을 펼쳐 이기려 들려고 하죠.
먼저 최근 인기인 ‘헬다이버스2’부터 살펴볼까요? 동시접속자 수 45만 명 등 흥행을 기록한 ‘헬다이버즈2’는 출시 이후 3월 마이너 패치를 통해 무기의 밸런스를 조절했고, 이에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던 무기들이 대폭 하향돼 게임의 전체적인 난도가 올라 이용자들부터 큰 원성을 샀죠. 보통의 개발사라면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살펴보겠다.“ 정도의 반응을 보였겠지만, 게임의 개발사 애로우해드는 달랐습니다.
개발 스튜디오의 일부 관계자들이 레딧과 공식 디스코드 채널 등을 통해 ”너희(이용자)들이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날 너무 즐겁게 한다.“라거나 이용자들의 게임 플레이를 무지성 플레이라며 비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회사의 CEO가 사과에 나서고 나서야 사태가 진화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4월 패치에서도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왔고, 개발진은 ”자신은 한 아이의 아버지로 화난 아이들을 다루는데 익숙하다.‘라는 말로 이용자를 아이 취급하며 또 논란을 일으켰죠. 게다가 ’헬다이버즈2‘는 소니 PSN 강제 연동을 밝히면서, PSN이 서비스되지 않은 상당수 국가 이용자들은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용자들의 걱정과 불안에 개발진은 “환불을 하고 게임을 떠나라”라는 식으로 대응해 큰 논란이 됐죠.
이에 스팀에서는 이용자들의 부정적 리뷰 폭탄이 이어졌고, 올해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헬다이버즈2‘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PSN 강제 연동 철회와 사과가 이어지며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인데요. 또다시 막말이 이어질지 아닐지 지켜봐야겠네요.
다른 사례도 살펴볼까요? 유럽 최대 게임사 중 하나인 유비소프트 산하 매시브 엔터테인먼트는 스웨덴에 자리한 스튜디오입니다. 대표작으로는 ’디비전‘ 시리즈를 꼽을 수 있죠.
’디비전2‘는 게임의 어려움 난도가 불합리한 설정으로 구성돼 있어 이용자들에게 많은 불만을 샀습니다. 공략하는 재미가 있는 어려움이 아니라 적의 HP나 비정상적으로 높고 스탯이 어마어마해 총알을 무지막지하게 박아 넣어도 적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지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총알을 흡수해 불렛 스펀지라 불릴 정도였습니다. 이걸 깨라고 만든 것이냐는 이용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졌죠.
그러던 중 커뮤니티 담당자가 방송을 통해 게임을 시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름대로 개발진이 게임 클리어를 위해 정해둔 값도 있었고, 자신이 시연을 통해 클리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용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으리라는 의도도 있었겠죠. 하지만 이용자들에 비해 상당히 좋은 아이템을 둘둘 두르고도 개발자는 계속 죽으며 어려움 난도의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죽기만 했죠.
이런 담당자의 플레이를 보고 이용자들이 웃음을 치자 개발자는 “열심히 플레이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이용자들이 이야기하는 문제 때문이 아니다.”라며 갑자기 정신 승리를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방송 이후 ’디비전2‘는 난이도를 조절하고 말았습니다.
더 유명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바로 EA의 자회사 DICE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DICE는 FPS 게임 대표작인 배틀필드 시리즈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입니다. 액티비전의 ’콜 오브 튜디‘ 시리즈와 함께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품이죠.
그런데 지난 ’배틀필드 V‘의 출시를 앞둔 시점에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배틀필드 V‘는 2차 세계대전을 다룬 FPS 게임인데요. 게임의 트레일러 공개 이후 여성 캐릭터와, 의수를 가진 캐릭터, 그리고 흑인 병사 등이 지나치게 게임에서 강조되고 있었습니다. 전쟁 게임이라는 것과 큰 상관없이 말이죠.
이후 게임은 정치적 올바름(PC) 논란이 불거졌고, 이용자들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억지로 PC 사장을 욱여넣는다며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개발진은 한술 더 뜬 반응을 보였는데요. 특히 당시 EA DICE의 CEO이자 EA의 게임부문 제작 총괄인 패트릭 쇠더룬드의 발언이 가관입니다. 그는 게임을 비판하는 이용자들에게 “못 배워먹은(Uneducated) 사람들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받아들이거나, 게임을 사지 말거나. 전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상관없다.”라고 게임에 여성이 등장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면 게임을 사지 말라는 식으로 발언을 했죠.
이런 개발진의 태도는 ’배틀필드 V‘ 불매 운동으로 번지기도 했고, 게임 출시 이후 일주일만에 소매점에서는 50% 할인 이벤트가 진행됐고, 2주 차에는 콘솔 시장에서도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됐죠. ’배틀필드 V‘는 시리즈의 이름에 큰 먹칠을 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패트릭 쇠더룬드 마저 ’배틀필드 V‘의 라이브 서비스가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회사를 떠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