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주년 맞아 부활하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어떻게 개발하고 있을까?
1994년 DOS용 PC 게임으로 발매돼 국내 RPG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탄생 3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그 시절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025년을 목표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선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게임은 대원미디어가 IP(지식 재산)을 가진 넷마블네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환세취호전+'을 개발한 웨이코더가 개발을 맡는다. 특히, 원작자인 이원술 대표가 감수로 참여해 게임의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대원미디어가 레트로 IP 작품들을 하나둘 부활시켜 온 가운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라는 의미 있는 게임까지 다시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앞서 선보인 '환세취호전+'가 해외 게임인 것과 달리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국산 게임이라 의미도 더 크다.
원작의 팬들에게 뜻깊은 선물이 될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지난 5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플레이엑스포 2024를 통해 작은 데모버전을 선보여 이용자에게 관심을 받았고, 현재 개발진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한창 속도를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며, 한국어, 영어, 중국어 간체와 번체, 일본어를 대응할 계획이다.
이에 게임의 개발을 맡은 웨이코더 서기원 대표와 양병조 PD 그리고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아버지인 손노리 이원술 대표를 만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어떻게 개발하고, 또 어떤 재미를 주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참고로 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리파인 버전으로 알려져 있으나, 별도의 명칭을 붙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래는 현장에서 진행된 질의응답이다.
Q. 먼저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이원술 대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포가튼 사가', '화이트데이' 등의 게임을 선보인 손노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서기원 대표: 웨이코더의 대표 서기원이라고 한다. 앞서 '포트리스S' 와 '환세취호전+'를 개발해 선보였다.
양병조 PD: 이번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PD를 맡고 있다. 처음으로 맡은 PD라 감회가 새롭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Q. 웨이코더는 앞서 '포트리스S'와 '환세취호전+'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작품들을 재탄생시키며 배운 점이 있다면?
서기원 대표: '포트리스'나 '환세취호전'같이 기존 IP를 가지고 개발하는 게임은 많은 이슈가 있다. 우리가 잡아둔 기조는 IP 활용 게임은 IP에 대한 존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IP에 대한 존경과 향수를 담았다. 인터뷰 자료나 당시 게임 잡지 등의 자료를 찾아 프리 프로덕션 작업을 진행하고, 게이머들이 아쉬워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해 게임에 녹여내려고 한다.
Q. 원작은 다양한 플랫폼 버전이 있다. 이번에는 어떤 버전을 기본으로 두고 개발하고 있는가?
서기원 대표: 일단 비주얼은 2002년 GP32로 발매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R'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PC 버전과 PSP 버전, GP 32 버전을 모두 플레이하면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버전별로 다른 부분들도 있는 만큼 모든 버전을 플레이해 개발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원작 리소스가 있다. '환세취호전+'를 200번 플레이하고 개발했다고 했는데 사실 더 많이 플레이했다. 이번에는 원작의 리소스가 있는 만큼 프리 프로덕션 과정이 한층 수월하다.
양병조 PD: 원작에 대한 추억 보정이 있어서 정확하게 고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플랫폼별로 밸런스도 달라 이런 것을 조절하는데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렸다.
Q. 원작이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원작 팬과 새로운 유입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힘들다. 둘 중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서기원 – 아이피 게임 개발하게 되면 고민하는 부분이다. 둘 다 만족시키면 좋겠지만, 일단 IP를 잘하고 있는 기존의 팬을 중심으로 개발한다. 새롭게 게임을 만나는 이용자들도 재미있게 즐겨줬으면 좋겠다.
양병조 – 디렉터 입장에서는 일단 원작 팬이 우선이다. 그 향수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IP 게임이 아니어도 된다. 우리는 일단 IP 게임이라 기존의 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게 맞다고 본다. 그리고 최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게임으로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Q. 새로운 부활에 원작자는 어떤 기분인지도 궁금하다.
이원술 대표: 일단 저부터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역사 속에 있는 게임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부활하니까 감회가 새롭다. 나중에 손자한테 할 이야기가 생겼다.(하하)
그리고 사실 우리가 만든 게임을 다른 곳에서 개발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었다. 요즘 들어서야 레트로가 유행한다고 하지만, 판매량을 떠나서 이런 게임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는 거 같아서 좋다. 우리가 만들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게임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원작의 개발자가 개발을 다시 했으면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을 수 있다. 크게 기대 중이다.
Q. 이원술 대표는 직접 검수에 참여하는데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원술 대표: 예전의 향수를 지키면서도, 레트로 게임 같은 게임이 나왔으니 한 번 플레이해 봐야지 하면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고 싶다. 이용자 여러분들이 할만한 복고풍 RPG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원작의 엄청난 팬이 아니라면 희미하게 하나씩 기억나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 본다. 아마 주인공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기가 힘들 거다. 희미한 기억을 가진 게이머들이 돌아와서 즐겨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직 확정은 아닌데 좀 바꾸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마법 이름이 조금 어렵다. 마법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할 정도였는데, 이용자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요즘 게이머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바꾸려고 한다. 물론 협의가 좀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Q. 추가 스토리나 원작에 없었던 이야기도 등장할까? 또 변경 점 등이 있다면?
서기원 대표: 일단 IP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 외에 추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스토리를 추가하는 것보다 파밍 콘텐츠 같은 것을 넣을까 하고 있다.
양병조 PD: 이용자들이 가진 예전 향수를 위해서도 메인 시나리오의 흐름은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봤다. 이번에 개발하면서 방대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세계관을 분석했다. 메인스토리에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를 메인 스토리에 더하는 것보다 서브 콘텐츠로 다루려고 한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차원 침공과 같은 형태의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다.
이원술 대표; 이번 플레이엑스포 버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날씨나 시간 변화 같은 것을 구현했다. 비가 오면서 천둥 번개가 치기도 한다.
Q. 플레이엑스포 버전을 짧게 체험해 보니 지금은 전투만 구성된 느낌이다. 현재 개발 상황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양병조 PD: 플레이엑스포 버전은 올해 1월 프리 프로덕션을 끝내고 빌드를 낸 거다. 현재 한 70% 정도가 완성된 상황으로, 여기에 시나리오를 붙여서 가야 한다. 전투도 당연히 일부 차이가 있다. 전투가 깊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엑스포를 통해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다. 공감하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전투는 더 시인성을 높이고 쾌적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또 템포를 좀 더 빠르게 가져가려고 한다.
Q. 30주년 기념 양재현 작가 축전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도 개발에 참여하는지 궁금하다.
이원술 대표: 이번에는 따로 참여하지 않는다. 사실 과거에 저도 양재현 작가가 참여했는지 몰랐었다. AAW라는 아트팀에 캐릭터 일러스트를 의뢰했다. 기존에 내부 인력이 연습장에 그린 이미지 정도가 다였는데 주요 캐릭터 등에 대해 좋은 결과물이 왔다. 그때 셀화로 작업해서 썼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어느 자리에서 양재현 작가를 만났는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그림을 그려주고 돈을 못 받았다고 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싶어 놀랐다. 사실을 확인해 봤다. 그림 부탁은 우리 게임 유통사 측에서 진행했다. 유통사에서는 돈을 지급했고, AAW팀에서 양재현 작가가 아닌 다른 인력이 비용을 챙기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오해를 풀 수 있게 됐다.
Q. 지금 시대에 의미가 있나 싶지만, P맨(패스맨)과 같은 캐릭터도 등장할까?
양병조 PD: 아무래도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만큼 지금 세대에 맞게 넣고자 하는 의지는 있다. 아직 이원술 대표에게는 비밀이지만, 플레이어블 캐릭터로도 만들까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내부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원술 대표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원술 대표: P맨의 설정 문서가 따로 있을 정도로 설정이 제법 깊이 있다. P맨, Q맨, 다크패스맨 등의 느낌으로 준비했던 것이 있다. 당시 불법 복사를 방지하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인 만큼 지금 등장한다면 대사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재미있는 캐릭터로 탄생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각자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어떤 게임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를 부탁드린다.
양병조 PD: 예전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알고 계시던 분들한테 감성은 그대로 가져가되 게임이 세련됐구나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 리파인 느낌의 작품인 만큼 과거의 작품을 잘 살렸다는 평가도 받고 싶다.
서기원 대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정말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이다. PC를 사고서 즐겼던 게임이며, 전역하고 나서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R'을 즐겼다. 연이 참 깊다. 다른 게이머 분들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잘 만들고 싶다.
이원술 대표: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야 아름답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R'이 나온 지도 20년이 넘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에 추억을 가진 이용자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고.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잘 모르는 분들도 할만한 복고풍 RPG 나왔으니 즐겨봐야지 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