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년 만에 돌아온 ‘페이퍼 마리오 1000년의 문’

신승원 sw@gamedonga.co.kr

독특한 콘셉트로 큰 사랑을 받았던 ‘페이퍼 마리오 1000년의 문’이 20년 만에 동명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돌아왔다.

지난 5월 스위치로 출시된 ‘페이퍼 마리오 1000년의 문(이하 천년 문)’은 인텔리전트 시스템즈가 개발하고 닌텐도가 유통하는 액션 RPG로, 피치 공주가 건네준 보물 지도를 기반으로 ‘스타스톤’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마리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임은 출시 후부터 현재까지 메타크리틱 88점, 오픈크리틱 89점을 기록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어떤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직접 한번 플레이해 봤다.

페이퍼 마리오 1000년의 문
페이퍼 마리오 1000년의 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게임이 호평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라는 감상을 받았다. 좋았던 부분이 여럿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언 그래픽과 연출이었다.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답게 게임은 모든 그래픽이 종이로 만들어진 듯한 느낌을 자랑한다. 종이를 가위로 오렸을 때 남아있는 흰색 부분, 힘을 줬을 때 주름이 잡히는 형태 등 묘사가 상당히 사실적이다.

이런 ‘종이 질감’은 각종 게임 속 연출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되는데, 강한 공격에 피격된 마리오는 일순간 진짜 종이처럼 찌그러지기도 하고, ‘저주’를 받아 종이비행기가 되거나 종이배로 변신하기도 한다. 사소한 화면 전환 연출마저 손으로 종이를 뭉치듯 페이드 아웃을 주는 등 정말 ‘종이로 만들어진 세계’를 살아가는 느낌을 강하게 제공한다.

종이비행기로 변할 수 있는 저주(?)를 받았다
종이비행기로 변할 수 있는 저주(?)를 받았다
화면이 꾸깃꾸깃 접히면서 전환된다
화면이 꾸깃꾸깃 접히면서 전환된다

이런 섬세함이 이용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마리오 IP와 결합되어 타 RPG와의 명확한 차별점을 제시한다고 느껴졌다.

그렇다고 RPG로서의 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게임은 전투를 통해 ‘성장하는 재미’와 스토리 및 동료 기능을 통해 ‘인연을 만나는 재미’를 꽉 잡고 있다.

전투는 턴제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용자가 먼저 턴을 잡게 되나, 필드에 있던 적에게 선제공격을 당하면 공격을 한 번 맞고 전투를 시작하게 된다. 반대로 이용자가 필드에 있는 적을 먼저 공격하면 턴 소모 없이 적을 한 대 공격하고 시작할 수 있다.

선빵필승!
선빵필승!

특이한 점은 모든 공격이 하나의 ‘미니게임’처럼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성공적인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액션 커맨드’를 실행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마리오’의 해머 공격의 경우 L스틱을 왼쪽으로 밀고 있다가 빨간 불빛이 켜지는 순간 놓아야 강한 공격이 적에게 들어간다.

이런 형식 외에도 적에게 닿는 순간 ‘A 버튼’을 눌러 연속 공격을 넣는 등 각 공격 방식에 따라 다른 액션 커멘드 조건을 지니고 있는데, 이 덕분에 여러 번의 전투를 거쳐도 지루한 느낌이 덜했다.

전투가 끝나면 해치운 적과 상황에 따라 상응하는 스타포인트(경험치)가 쌓이게 되고, 해당 포인트가 100이 되면 레벨 업을 통해 체력이나 기술을 사용할 때 소비하는 포인트, 전투를 도와주는 배지 착용 상한을 늘려주는 포인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용자가 성장함에 따라 처음에는 여러 번 때려야 했던 적을 한 번에 해치울 수도 있고, 스킬을 난사하는 플레이도 할 수 있어서 성장 체감이 잘 되는 편이었다.

레벨업 보상
레벨업 보상

‘동료’들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게임은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함께 다니는 동료들이 생기게 된다. 모든 동료들은 각자 고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엉금돌이’의 경우 멀리 있는 사물이나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능력, ‘마담클라우드’는 바람을 훅 불어서 숨겨진 공간을 열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엉금돌이를 이용해 멀리 있는 버튼을 누르는 모습
엉금돌이를 이용해 멀리 있는 버튼을 누르는 모습

맵의 구성도 동료들의 능력을 자연스럽게 응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돼 있어서, 아직 갈 수 없는 공간이나 얻을 수 없는 아이템이 생기면 ‘다음은 어떤 동료를 만나서 이를 얻게 해줄까?’하는 기대감이 무럭무럭 차올랐다. 게임의 난도가 친절한 편이기 때문에, 안 되는 부분을 그냥 넘겨두면 성장한 뒤 손쉽게 도달하거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천년 문을 즐겁게 플레이했으나,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일부 있었다. 대표적으로 게임은 스토리를 강조하고 싶기 때문인지, 영상이나 캐릭터 대사의 스킵 및 배속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한 번 본’ 영상은 넘길 수 있게 해주지만, 별도의 세이브를 해두지 않는 한 이미 경험한 이야기를 다시 볼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건너뛸 수 있는 영상이 많지 않다.

이 부분은 스토리 영상 외 보스 연출 등에서도 포함되기 때문에 게임의 호흡이 조금씩 느려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정 부분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숏컷’ 루트의 부족도 상당히 아쉬웠다. 게임은 스토리 진행을 통해 한 번 갔던 지역을 서브 퀘스트, 숨겨진 공간 및 아이템 획득 등으로 다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러 조작을 통해 퍼즐을 풀어 올라가야 하는 부분을 생략할 수 없고, 다시 하나하나 해치워 가며 이동해야 하니 피로도가 생각보다 쉽게 쌓였다.

대략 30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가진 게임인 만큼, 이용자가 오랫동안 게임에 머물 수 있도록 편의성에 더 신경을 써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요약하자면, 마리오는 RPG에서 기대할 수 있는 즐거움을 탄탄하게 지닌 게임이자, 특유의 그래픽과 연출로 색다른 맛까지 다루고 있는 게임이다. 영상이나 대사 스킵 기능의 부재 등으로 인한 편의성 부족이 옥의 티로 느껴지긴 하나, 이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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