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RTS 장르 부활 노린다. 스타2 개발진의 신작 ‘배틀에이스’
스타크래프트로 최고 인기 장르에 올랐지만, 여전히 스타크래프트에 머물러 있는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최근 신작들이 연이어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모두 블리자드에서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만들었던 개발진들이 독립해서 설립한 회사들이다.
그 중 스타크래프트2 밸런스 담당으로 친숙한 데이비드 킴이 소속된 언캡드 게임즈에서 신작 ‘배틀에이스’의 CBT를 진행하고 있어 직접 체험해봤다.
‘배틀에이스’는 데이비드 킴을 필두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워해머 던 오브 워,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등 RTS 장르에서 주목받았던 인기 게임의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진들이 다수 참여해서 개발 중인 게임이다.
RTS는 자원을 채취하고, 건물을 건설, 그리고 유닛을 생산하는 복잡한 과정을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있지만, ‘배틀에이스’는 초보자 적응은 쉽고, 고수가 되기는 어려운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이전 스타크래프트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판만 해보면 언캡드 게임즈가 말하는 쉬운 RTS가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알 수 있다.
RTS 장르는 처음에 기지를 세우고, 자원을 채취한 뒤, 병력까지 생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유닛마다 상성 관계가 있다보니, 어떤 빌드를 결정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된다. 이미 최적의 빌드를 머리 속에서 그려놓고, 빠르게 실행하는 고수와 뭐부터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초보자의 실력 차이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배틀에이스’는 자원은 알아서 채취하고, 확장 기지는 충분한 자원이 있을 경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알아서 설치된다. 확장 지역 자원 재취 역시 전자동이다. 탭을 누르면 건설, 생산 메뉴가 한번에 떠서, 여러 건물을 옮겨다니면서 지시를 내릴 필요도 없고, 유닛 생산 버튼을 누르면 그 즉시 유닛이 등장한다. 돈만 쌓여 있으면, 손이 느린 사람들도 순식간에 대부대를 만들어낼 수 있고, 공격도 ‘~’키를 누르면 생산된 전체 부대가 한번에 선택돼, 공격할 지점을 누르고 어택 명령만 내려주면 알아서 잘 싸운다. 스타크래프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너무 쉬워서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또한, 맵이 상당히 작은 편이며, 상대의 확장 기지 위치도 미니맵에 바로 표시되기 때문에, 적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첫 번째 타워에 도착할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바로 적의 본진을 칠 수 있을 정도다. 이렇다보니, 한 게임이 보통 10분 정도면 끝나게 된다.
이렇게 자원 채취와 생산 과정이 간략화되어 있다보니, 손이 느린 사람이나, 손이 빠른 사람이나 큰 차이가 없다. 개발사가 의도한 것처럼 RTS를 처음 해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스타크래프트1처럼 시작하자마자 어이없이 기지를 털려서 바로 GG를 쳐야 하는 상황은 거의 없다.
이전에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그랬듯이, 생산 과정에서 편의성을 높여서, 누구나 쉽게 대규모 부대를 뽑을 수 있게 만들고, 이후 대부대가 끊임없이 격돌하는 전면전의 재미를 극대화하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승패를 가리는 것은 유닛 조합이다. 이 게임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유닛 중에서 몇가지를 골라 덱을 구성해서 전투를 시작하게 되며, 유닛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어떤 유닛으로 덱을 구성하는가에 따라 상대와 상성 관계가 형성된다.
초반에는 보유하고 있는 유닛이 별로 없다보니, 기존에 RTS 경험이 많은 이들이 유리하지만, 유닛이 점점 늘어나다보면 상대방의 유닛 조합에 카운터를 치는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공중 유닛 등 상위 유닛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지를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에, 확장 기지를 우선할지, 아니면 초반부터 많은 유닛을 생산할지, 기지 업그레이드로 상위 유닛을 상대보다 빠르게 생산할지, 우선 순위를 고민하게 된다. 이용자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겠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보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게임 숙련도에 따라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초보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얘기는 고수들은 더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의 기지를 찾는 시간이나, 대규모 부대를 구성할 때까지 생산 시간 등이 단축되어 있다보니, 초반에 우위를 점하면 역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스노우볼이 한번에 굴러간다. 유닛이 바로 생산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자원이 있어야 생산을 할 수 있으니, 자원 생산량이 많은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확장 기지까지는 큰 차이가 없지만, 두 번째 확장 기지부터 견제를 성공시켜 상대의 자원 채취 속도를 늦춘다면, 자원의 우위를 바탕으로 확장과 업그레이드 모두 상대보다 더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불리한 쪽이 컨트롤을 잘 해서 운좋게 전면전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자원이 많은 쪽은 바로 대부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역전시키기가 쉽지 않다.
개발사에서는 유닛의 조합이 변수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했던 것 같지만, 기본으로 주어지는 유닛들의 능력치도 준수하기 때문에, 고급 유닛 몇 개로는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 스타크래프트에서 고생해서 배틀크루저를 뽑아도, 달랑 한 대만 있다면 마린 부대에 녹아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개발사에서는 양쪽 모두 대부대를 만들어서 교전이 쉬지 않고 계속 일어나는 게임이 되길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유닛 조합이 가져다주는 변수는 후반부가 되어야 일어나는 일이고, 게임의 승패는 초반부 자원 싸움에서 끝나버린다.
실력이 비슷한 고수들이라면 끊임없이 상대 기지를 견제하면서 쉬지 않고 전투가 벌어지는 바람직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첫 번째 전투에서 이미 승패가 결정되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고, 게임에 흥미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초반부를 쉽게 가져가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RTS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것 같지만, 역전이 힘든 구조를 개발사에서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