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쉬지 말고 일해라! 움직이는 요새를 건설하는 사역마의 노동일기. 카론의 방주
팔콤의 ‘영웅전설’ 시리즈 등 완성도 높은 일본 게임을 한글화해 국내에 소개하면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클라우디드 레오파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선소프트의 신작 ‘카론의 방주’를 국내 선보였다.
오랜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선소프트는 오랜된 회사이다보니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지만, 예전에 어린이들의 체력 증진에 많은 도움을 줬던 ‘피구왕 통키’ 게임으로 유명한 그 회사다. 만화와 게임이 나온지 몇십년이 흘렀지만, 요즘 초등학생들도 피구 시간에는 ‘불꽃슛’을 외친다고 하니,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인상적인 신작이 없었다보니 아직도 안망한 것에 놀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번에 출시하는 ‘카론의 방주’ 외에도 리메이크 작품이긴 하지만 ‘유포리아 더 사가2’를 올해 초에 출시하는 등 꾸준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카론의 방주’는 세계수가 사라지면서 대부분의 생명체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된 세계에서, 새로운 세계수로 자라날 수 있는 묘목을, 묘묙장으로 옮기는 게임이다. 세계수의 묘목은 어린 나무라고 하기에는 좀 많이 무섭게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이동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등에 탄탄한 지반을 갖추고 있어서, 각종 자원을 생산하고, 저장할 수 있는 창고, 마물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 등 다양한 시설을 건설할 수 있다.
즉, 자원을 채취해서 요새를 건설하는 건설 시뮬레이션 장르와, 마물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전진하는 타워 디펜스 장르의 장점을 결합한 복합적인 게임 플레이가 ‘카론의 방주’의 매력이다.
세계수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들도 있다. 이 게임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역마들이다. 사역마는 땅을 파서 지하에 묻혀 있는 자원들을 채굴하거나, 농작물을 심어서 각종 식량을 생산하기도 하며, 충분한 자원이 모이면 세계수 위에 자원 보관을 위한 창고를 짓고, 이동시 세계수를 공격해오는 마물들을 처리하기 위한 각종 병기들도 제작한다.
머리에 뿔이 난 악마라는 설정이지만, 외모가 귀여운 편이고, 밥도 조금 먹으면서 쉴새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다보니, 가끔은 안쓰러울 때도 있다. 초반에는 인원이 적다보니, 한꺼번에 많은 일을 시키면, 무엇부터 해야할지 우왕자왕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마물들을 사냥해서 여러 종류의 영혼석을 획득하면, 추가로 사역마를 소환해서 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어떤 영혼석을 투입해서 소환하는가에 따라 각자의 주특기도 생기기 때문에, 사역마들이 놀지 않고 더 빠르게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업무 우선순위를 잘 설정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초반에는 사역마 수가 적고, 기초 기술만 가지고 있다보니, 지을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지만, 열심히 생산활동을 하면서 기술 점수를 쌓다보면, 점점 더 고급 기술을 배워서, 더 발전된 제작 시설과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목재 건물로 시작했다가, 석재 건물로 업그레이드되고, 나중에는 티타늄 합금 등 미래시대까지 가게 된다. 무기 역시 목재 창을 장착한 발리스타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로켓 런처, 레이저 무기까지도 만들 수 있다. 또한, 특정 무기의 경우 설치할 때 고대 지식이 담긴 유물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는 땅을 파다보면 반짝거리는 곳이 나오고, 그곳을 채굴하면 획득할 수 있다.
다만, 더 발전된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원 채취가 끝났다 싶으면, 새로운 자원이 있는 다른 곳으로 계속 이동할 필요가 있다. 자원 채취 및 식량 확보 -> 시설 업그레이드 -> 이동 -> 새로운 곳에 정착. 이 과정을 게임 내내 계속 반복한다고 보면 된다.
또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세계수 묘목이 이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모든 시설을 묘목 위 안전지대 위에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지대가 넓지 않고, 건물 하중 개념도 있기 때문에, 무게가 쏠리지 않도록 잘 계산해서 건설을 해야 한다. 목재->석재->철->콘크리트->합금->티타늄 등 자원이 발전할수록 더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예쁘게 잘 쌓아올리다보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생각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지만, 무게 계산을 잘못하면 와장창 엔딩이다.
또한, 얼어붙은 토양만 있어서 땅에 작물을 키울 수 없는 지역도 있기 때문에, 다음 지역으로 이동할 때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떠나야 한다.
더 상급자들을 위한 모드도 지원한다. 기본이 되는 편안한 여행에서는 자원을 다 채취하고 충분히 준비가 됐다고 생각됐을 때 이동을 선택할 수 있지만, 새로운 세계 모드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둠의 폭풍이 찾아오면서 사역마와 건축물들이 대미지를 받기 때문에, 어둠의 폭풍이 시작된다는 경고가 들리면 바로 이동을 시작해야 한다. 매 지역마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써야 하기 때문에, 편안한 여행 모드에서 충분히 익숙해진 다음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다양한 자원을 수집해서, 자신만의 농장을 키워나가는 게임은 워낙 많다보니, 요즘 게임에 비해 그래픽이 투박한 편인 ‘카론의 방주’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를 해보니 마물들을 피해서 계속 이동하면서 새로운 자원을 발굴해야한다는 점과, 시설을 옆이 아닌 위로 쌓아올려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꽤 신선한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그냥 자원이 생기는대로 건물들을 쌓아올리게 되지만, 하중 경고가 뜨고, 실제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게 되면, 오기가 생겨서 다시 기초공사부터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며, 공식 트레일러에서 보이는 진짜 움직이는 요새의 모습을 보게 되면, 나도 한번 멋지게 쌓아올리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물론, 아직 얼리엑세스 단계이다보니, 인터페이스도 불편하고, 획득하는 자원과 비교했을 때 각 기술별 테크트리 배치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등 아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게임성을 보완한다면, 계속 설치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즐기게 되는 멋진 건설 게임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