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요즘 대세 장르 루트슈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넥슨의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가 전 세계적으로 난리입니다. 출시하자마자 스팀에서 동시접속자 약 23만명을 기록하고, 매출 1위에 올라서는 모습을 보였네요. 스팀뿐만 아니라 콘솔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 전 플랫폼을 다 합치면 동시접속자 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성공사례가 많지 않은 루트 슈터 장르에 처음 도전해서, 이 같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퍼스트 디센던트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퍼스트 디센던트

​물론, 기존 게임과 유사성이나 과금 정책 등 논란도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이용자가 몰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게임이 재미가 있다는 얘기겠죠. 얼티밋 버니 최고!!!

​해외에서는 ‘데스티니’, ‘워프레임’, ‘더 디비전’ 등 덕분에 익숙한 장르이지만,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루트슈터 장르가 다소 생소한 편이긴 합니다. 요즘 대세 장르에 등극한 루트슈터 장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요? ​

몬스터한테 아이템을 약탈하는 슈팅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몬스터한테 아이템을 약탈하는 슈팅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루트슈터는 FPS, TPS 같은 슈팅 장르에 파밍, 육성 등 RPG 요소가 적용되어 있는 게임을 말하는 용어로, 쉽게 말하면 검과 방패 대신 총을 무기로 사용하는 RPG, 더 정확히는 총을 사용하는 디아블로 같은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총을 무기로 사용하는 RPG에서 출발한 장르이긴 하지만, 디아블로처럼 반복 파밍이 핵심이거든요.

국내에서는 루트슈터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루트 앤 슈터 혹은 루터 슈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와 해외에서 부르는 명칭이 달라서 뭐가 더 정확한 표현인지 헷갈리는 분들도 있을텐데요, Loot이 약탈이고, Looter가 약탈하는 사람을 뜻하니 비슷한 말입니다. 국내에서는 루트앤슈터가 길다보니, 중간에 and가 빠지고 루트슈터라는 단어가 정착된 것 같습니다. 루터슈터는 발음이 좀 애매해서 그런가?

​초창기에는 루트슈터라는 용어 자체가 만들어지기 전이라, FPS+RPG, 멀티플레이를 강조한 경우에는 MMOFPS라는 개념으로 소개가 됐습니다. 이제는 ‘울티마’ 시리즈의 아버지로 추앙받다가 우주먹튀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리차드 게리엇의 흑역사 ‘타뷸라라사’나 한빛소프트가 디아블로의 아버지 빌로퍼와 손잡고 선보였던 ‘헬게이트 런던’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네요. 이제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웹젠의 야심작이었던 ‘헉슬리’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컨셉으로 등장했던 게임입니다.

​그중 제대로 서비스도 못해보고 망한 ‘타뷸라라사’, 그리고 ‘헉슬리’는 기억에서 지우셔도 되지만, ‘헬게이트 런던’은 콘텐츠 부족으로 결국 망하긴 했어도, 루트슈터 장르의 기본 개념을 정립한 최초의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MMORPG라고 소개됐지만, 총을 무기로 사용하는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따라 가면서 성장을 하고,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반복 플레이를 하는 루트슈터 장르의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를 완벽히 구현했습니다. 당시 빌로퍼는 자신의 최고 히트작 디아블로에 FPS 요소를 더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이 아이디어가 계속 살아남아 루트슈터 장르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을까요?

헬게이트 런던
헬게이트 런던

‘헬게이트 런던’이 출시된지 2년 후인 2009년에 등장한 ‘보더랜드’는 ‘헬게이트 런던’의 아이디어를 좀 더 세련된 모습으로 완성시킨 게임입니다. 상업적으로 망한 ‘헬게이트 런던’과 달리 정규 시리즈로 3편까지 출시됐고, 누적 판매량 6000만장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다보니, 이 게임을 루트슈터 장르를 본격화한 최초의 게임으로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개성적인 그래픽과 완성도 높은 싱글 플레이, 그리고 50만종 이상의 총기류를 파밍하는 재미는 지금봐도 혁신적이네요.

​재미있는 것은 이 시리즈 역시 초반에는 루트슈터가 아닌 FPS+RPG 라는 컨셉으로 소개됐다는 점입니다. 루트슈터라는 용어와 함께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보더랜드3부터네요. 다만, 1편과 2편 때 약탈(Loot)이라는 단어가 게임의 주요 특징으로 등장했다보니, 이것이 다음에 언급할 ‘워프레임’과 ‘데스티니’에도 이어지면서, 약탈과 슈팅이 결합한 루트슈터라는 장르명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더랜드
보더랜드

​현재 대세 장르가 된 루트슈터 개념이 제대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013년에 등장한 ‘워프레임’과 2014년에 등장한 ‘데스티니’부터입니다. 특히 데스티니는 당시 4인 협동 플레이 위주였던 루트 슈터 장르에 MMO 요소를 더하면서, 드디어 우리가 아는 루트슈터 장르의 기본적인 형태를 완성시켰습니다.

​헤일로 시리즈를 만들던 번지가 MS와 결별하고 2014년에 선보인 ‘데스티니’는 ‘헤일로’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담았습니다. 기존에 등장했던 초기형 루트슈터 장르들은 싱글 플레이를 기본으로 하고, 4인 협력 플레이를 추가로 제공하는 형태였는데 반해, 방대한 오픈월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모험을 즐길 수 있고, 다른 이용자들과 협력해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잡거나, 다른 이들과 PVP 대결을 즐기는 등 MMORPG 장르의 장점들을 다수 도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그들이 넘어야 할 산이 XBOX의 희망이자 콘솔 FPS를 한단계 진화시켰다고 평가받는 헤일로였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출시 전에는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에 많이 팔리긴 했지만, 정작 출시되고나서는 기대보다 못하다는 반응이 많았네요. 이후 번지는 확장팩을 통해 계속 게임을 개선해나갔고, 2017년에 후속작인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전편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현재 루트슈터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데스티니 가디언즈
데스티니 가디언즈

‘워프레임’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4인 협동 플레이 액션 게임으로 출발했습니다. SF 세계관에 닌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표창 던지고, 칼 휘두르는 와패니즈 성향의 게임이다보니, 출시 초반에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지만, 이후 확장팩을 통해 게임을 개선하면서, 이제는 데스티니 가디언즈와 더불어 루트슈터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2017년에 새롭게 도입한 오픈월드는 게임을 한단계 진화시켰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기본 무료로 출시된 게임이다보니, 다양한 소액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 것이 현재 루트슈터 장르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입니다.

​주요 판매 아이템은 게임에 영향을 주지 않은 스킨 위주이지만, 워낙 노가다가 심한 게임이다보니, 결제로 구입할 수 있는 전용 화폐로 거래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아이템을 구입해서 성장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게 만든 것인데, 당시에는 욕을 좀 먹었지만, 요즘 게임들을 보면 착한 과금 소리를 들을만 합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릴뿐 과금이 성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무과금 이용자도 아이템을 팔아서 전용 화폐를 획득할 수 있었으니까요.

워프레임)
워프레임)

데스니티 가디언즈와 워프레임이 루트슈터 장르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은 뒤에도 다양한 신작들이 등장하긴 했습니다. 유비소프트는 더 디비전 시리즈는 주로 SF 판타지 세계관으로 등장했던 기존 루트슈터 게임들과 달리 현대전을 소재로 하면서 초대박의 분위기를 풍겼지만, 이후 서버 문제와 빈약한 엔드 콘텐츠로 자멸했고, 더 디비전2 역시 1편보다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1편과 똑같이 서버 문제와 각종 버그들로 열기가 빠르게 식었습니다.

또한, 루트슈터 장르를 정착시킨 보더랜드 시리즈의 신작 보더랜드3는 출시 초기부터 에픽게임즈스토어 6개월 독점 논란과 전작보다 많이 부실해진 메인 스토리 등의 문제로 인해 전작만큼 흥행을 이어가지 못했고, 바이오웨어의 야심작으로 주목을 받았던 앤섬은 출시 후 많은 문제점으로 혹평을 받더니, 이제는 별다른 업데이트도 없이 산소호흡기로 간신히 숨만 쉬고 있습니다.

더 디비전2
더 디비전2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퍼스트 디센던트는 데스니티 가디언즈와 워프레임이 양분하고 있었던 루트슈터 장르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데스니티 가디언즈와 워프레임의 요소들을 그대로 따라했다는 비판도 많긴 하지만, 계속 플레이하게 만드는 매력도 가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아무리 SF 판타지라지만 괴물 같은 외형의 캐릭터들만 보다가, 얼티밋 버니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게 되면 누구나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요? 처음에 이 게임을 혹평했던 포브스에서 태세전환을 선보인 것도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이용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얼티밋 버니
전 세계 이용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얼티밋 버니

다만, ‘퍼스트 디센던트’가 오래 가는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얼른 자신만의 색깔을 찾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더욱 멋진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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