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맥심 모델의 팬이라면 '천년의 환생: 후궁의 저주'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국내 게임 시장에서 이런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만약 미스 맥심들의 팬이라면 제법 높은 만족도를 가져갈 수 있으리라 본다.
이는 지난 7월 19일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를 통해 정식 출시된 NCLO의 PC용 FMV(풀 모션 비디오)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천년의 환생: 후궁의 저주'를 즐겨본 소감이다. FMV는 미리 녹화된 영상을 말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 못지않은 영상미를 보여주는 FMV 게임들이 시장에 속속 출시되고 있다.
'천년의 환생: 후궁의 저주'는 남성들을 위한 잡지인 맥심의 모델들이 대거 등장하는 작품으로, 미스 맥심들의 육감적인 몸매를 움직이는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게임에 지분이 있다면 미스 맥심들이 90%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리뷰를 위해 게임을 즐길 때 휴대폰에서 먼치맨의 '딱딱해'가 실수로 재생된 적이 있는데 묘하게 잘 어울렸다.
이 작품에는 한지나, 이연우, 연수, 박수민, 바비앙, E다연 등 미스 맥심 6명이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특히, 영상으로 등장하는 만큼 기존의 스틸컷에서는 볼 수 없던 모델들의 표정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연기가 더해져 있어 더 매력적이다. 영상의 화질도 훌륭하고 화면 연출도 크게 거슬리는 것은 없다.
실제로 기자는 진짜 맹세코 게임에 등장하는 미스 맥심을 단 한 명도 몰랐지만, 게임 출시 전 사진으로만 모델을 봤을 때와 게임 속에서 영상으로 만나는 것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미스 맥심들의 연기가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자신이 맡은 역할에 집중해 보여준 연기 덕분이 아닐까 한다.
미스 맥심들의 영상은 남성 게이머들의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대거 끌어 올릴 수 있으리라 본다. 게임은 남성 잡지의 모델들이 성인용 게임에 등장하는 만큼 모델의 몸매를 더 부각하는 비키니 수영복이나 속옷 차림으로 화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눈을 어디에다가 두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즐겁다. 게다가 앞서 소개한 6명의 모델 외에도 게임 내에 많은 인물이 등장해 한층 풍성한 볼거리가 풍부하다.
게임은 성인용 코미디 장르를 지향하는 만큼 적당한 수위의 농담과 연출이 나오고, 마치 화면 속 모델을 만지는 것 같은 바디 스팟 시스템을 구현해 터치하고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당연히 국내 심의를 존중하기에 엄청나게 선정적이거나 야하지는 않다. 성인용 시트콤이나 맥심 잡지에서 만날 수 있던 딱 그 정도 수위다.
엄청난 수위의 영상을 기대한 게이머가 있다면 아쉬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실제 영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FMV 장르 게임에 여성 모델들이 등장해 과감한 연기를 보여주는 게임을 완성했다는 점은 높음 점수를 줄만한 대목이 아닌가 싶다.
게임의 스토리는 환생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게임 속 주인공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진작가로 여성 모델에 둘러싸여 있지만,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해본 인물이다. 게다가 기회가 와도 심적인 문제로 남성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게임 속 표현을 빌리면 '적토마'의 힘을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한 주인공의 전쟁은 사실 999명의 후궁을 둔 왕이었다.
주인공은 999명이나 되는 후궁을 두고서도 전장을 누비는 일이 많았고, 사랑을 받지 못한 후궁들이 한이 쌓였다. 1000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 다시 태어난 주인공은 촬영하러 간 한 현장에서 전생을 체험하며 조상신을 만나게 된다. 조상신을 통해 후궁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하면 무간지옥에 떨어지고 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후궁들도 세상에 다시 태어났고, 다들 예상하는 것처럼 미스 맥심들이 후궁의 연기를 맡았다. 후궁들이 가진 한은 각기 달랐다. 누구는 주인공과 합궁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됐고, 왕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한이 된 후궁도 있다.
주인공은 사진작가 모델로 만나게 된 여주인공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에피소드를 겪은 끝에 사랑을 확인하며 한을 풀어 주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미스 맥심들의 과감한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생에는 사진작가로 태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게임에는 앞서 이야기한 바디 스팟 시스템을 마련해 게이머들이 한층 몰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주인공이 사진작가라는 직업의 특성을 살펴 사진을 찍는 듯한 요소도 가미했다. 당연히 여타 FMV 게임처럼 다양한 선택지도 준비돼 있어, 선택에 따른 결과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이 외에도 게임에는 도전과제가 준비되어 있으며, 게임에 등장하는 미스 맥심들의 프로필이나 게임 내 엔딩 등 게임 내 주요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는 시스템도 준비돼 있다. 이미 한 번 플레이한 장면이라면 빠르게 넘길 수도 있어, 반복 플레이도 어렵지 않다.
게임의 분량은 총 5개 챕터로, 플레이 타임은 5~6시간 정도 된다. 각 챕터의 플레이 완성도가 70% 이상이 되어야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으니 제법 꼼꼼하게 플레이해야 한다. 챕터 완성도 100% 달성을 위해는 이스터에그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선택하지 않아야 등장하는 선택지까지 포함해 스토리 맵에 마련된 모든 것을 확인해도 100%를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스 맥심들의 과감한 연기가 구현된 게임인 만큼 누군가에는 굉장히 좋은 게임일 수 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인기가 많은 주인공의 설정 탓인지 가끔 여성 모델과 이해가 안 되는 스토리 전개가 펼쳐지기도 한다. 나만 그런 걸까 싶지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가 아주 매끄럽지 않다. 한참 다른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다가 갑자기 “이 이야기가 나온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있다. 아울러 끄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다른 캐릭터에 비해 목소리가 유난히 큰 주인공 캐릭터나 정확한 선택에 도움이 안 되는 선택지 구성 등이 더 좋아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999명 중 5명 나왔으니 이제 994명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