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넘치던 2023년 vs 평작 넘치는 2024년 상반기
2023년은 게임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한해였다. 상반기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가 의외의 수작으로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발매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후속작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바이오 하자드 RE:4', '호그와트 레거시', '파이널 판타지 16' 등의 작품이 상반기에 일제히 출시됐다.
하반기는 더욱 대단했다. '스트리트 파이터6', '앨런 웨이크', 넥슨 최초의 싱글 패키지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가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는 등 화제성 높은 작품이 월별로 등장했다. 특히, 워낙 많은 시상식에서 상을 주는 바람에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던 '발더스게이트3'가 방점을 찍으며, 2023년은 게임사에 손꼽히는 대작 풍년으로 남은 해였다.
이렇듯 유독 2023년에 대작이 쏟아진 이유는 갑자기 게임 산업의 역량이 높아졌다기보다 코로나 팬더믹 사태로 인해 타이틀의 출시가 연기됐던 영향이 컸다.
실제로 2023년에 출시된 게임 중 상당수는 출시가 연기된 전적이 있는 작품이었고, 이에 따라 2023년으로 출시 일정이 조정되었다. 여기에 '데이브 더 다이버', '호그와트 레거시' 등의 완전 신작보다 안정적인 수익과 재미를 보장하는 인기 시리즈의 후속작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도 이 대작 풍년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렇듯 2023년의 화려한 라인업을 본 게임 이용자들은 2024년에 발매 예정인 신작들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2024년 역시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출시일이 연기된 대작들이 연달아 출시를 예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24년도 절반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이용자들에게 칭송받는 작품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초반에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문제를 일으켜 수작에서 평작 이하로 평가가 내려간 작품이 더 많은 정도다.
2024년 초반 가장 큰 흥행을 거둔 게임은 의외로 포켓 페어에서 개발한 ‘팰월드’였다. 지난 1월 출시된 이 게임은 오픈월드에서 즐기는 3인칭 서바이벌 슈팅 게임으로, 필드에 서식하는 몬스터 ‘팰’을 동료로 만들어 요리, 농사, 전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출시 6일 만에 600만 장이라는 엄청난 판매를 기록한 ‘팰월드’이지만, 닌텐도의 포켓몬스터와 유사성은 물론, 전반적인 게임 시스템이 여러 게임을 베꼈다는 이른바 표절 의혹이 일어났다. 실제로 상당수의 ‘팰’이 포켓몬과 유사하다는 문제가 발생하며, 해외에서는 ‘총 쏘는 포켓몬 게임’이라고 소개될 만큼 전세계에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소규모 게임사에서 개발한 작품인 만큼 업데이트가 지지부진했고, 이에 이용자들의 관심 역시 빠르게 식어 한때 스팀 동시 접속자 200만 명 이상을 기록했던 게임은 현재 몇백 명 수준에 머물러 있는 중이다.
‘헬다이버즈2’ 역시 ‘팰월드’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2월 8일 정식 출시된 ‘헬다이버즈2’는 출시 첫날에만 동시 접속자 8만 명을 기록했고, 10일 만에 사용자가 4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용자가 몰린 탓에 서버 장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고, 서버 정상화 이후에는 뜬금없는 PSN(플레이스테이션의 온라인 서비스) 강제 연동 정책을 발표하면서 평가는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PSN 연동 철회로 게임은 다시 재 궤도에 올랐지만, 많은 이용자가 불만을 표시했던 무기 성능 너프가 계속 이어졌고, 신규 콘텐츠 발매 이후 성능을 낮추는 등의 운영으로 평가는 갈수록 하락해 이용자 대부분이 등을 돌린 상황이다.
캡콤에서 출시한 ‘드래곤즈 도그마2’도 기대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2012년 출시되어 무려 84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던 ‘드래곤즈 도그마’의 후속작인 이 작품은 오픈 월드 액션 RPG 요소를 더욱 강화해 출시 11일 만에 판매량 250만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부실한 그래픽 최적화와 불편한 UI 그리고 세이브 슬롯을 하나로 고정해두고, 외형 변경권도 유료로 판매하는 것을 넘어 빠른 이동까지 DLC로 판매하는 노골적으로 추가 수익을 노리는 유료 정책으로 숱한 비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용병 시스템을 통해 영입할 수 있는 동료인 ‘폰’이 ‘용내림’이라는 질병에 걸릴 경우 마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불쾌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드래곤즈 도그마2’는 출시 후 곧바로 세일에 들어갈 정도로 전작의 이름값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파이널 판타지7’의 두 번째 리메이크 버전인 ‘파이널 판타지7: 리버스’의 경우 콘텐츠와 게임 시스템이 합격점을 받으며, 상반기 출시 게임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으나, PS5 기간 독점으로 판매된 탓에 그래픽이 부실했고, 판매량 역시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격투게임의 No.1 타이틀로 불리는 반다이남코의 ‘철권8’도 오랜 시간 테스트 끝에 출시되었으나, 캐릭터 밸런싱과 새로운 시스템이 기존 격투 게임마니아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며, 예상치 못한 부진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듯 상반기 출시된 대부분의 작품이 운영 혹은 게임 콘텐츠 이슈가 발생한 상황에서 의외로 판매량과 평가를 모두 잡으며, 수작으로 떠오른 작품은 의외로 한국 게임들이었다.
먼저 시프트업에서 출시한 ‘스텔라 블레이드’의 경우 해외에서 엄청난 이슈를 일으키며, 가장 뜨거운 게임으로 기록됐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출시 이후 여성 캐릭터의 선정성을 문제 삼는 일부 웹진과 이용자들의 비판이 서구권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고, PC(Political correctness / 정치적 올바름)에 찌든 게임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액션 플레이와 수집요소 그리고 그래픽 등 게임 완성도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스텔라 블레이드’는 전세계 PS 스토어 판매 1위를 기록하며, 220억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 중이다.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주가를 올리고 있다. 3인칭 FPS와 RPG 장르가 더해진 '루트 슈터' 장르로 등장한 ‘퍼스트 디센던트’는 출시 직후 스팀 최고 인기 게임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50만 명에 달하는 동시 접속자를 기록했다.
또한, 출시 일주일 만에 사용자 천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현재 ‘퍼스트 디센던트’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용한 빠른 템포의 업데이트를 진행해 해외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여전히 스팀 인기 게임 상위권을 유지 중이며, 스팀 사용자 5만 명을 유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