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엔씨소프트 '호연', 팀 편성 전략과 수동 전투 재미 담다
엔씨소프트가 시장에 멀티플랫폼 신작 MMORPG '호연'을 내놓았다. 지난 지스타 2023에서 선을 보였을 때부터 필드 전투와 턴제 방식을 모두 마련한 독특한 게임 방식으로 궁금증을 자아냈던 작품이다. 엔씨소프트는 '턴제와 필드를 넘나드는 스위칭 RPG'라는 이색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게임을 출시했다.
'호연'의 세계에 첫발을 들이는 순간 마치 동화처럼 구성된 카툰 렌더링 스타일의 비주얼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3~4년이나 된 구형 모바일 기기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니티 3D 엔진을 사용해 부담 없이 완성한 비주얼은 합격점을 주기에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이후 만나 본 PC 버전도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자랑했으며, 뚜렷함이 더 살아 있었다. 게임의 조작키도 제법 신경 써서 구성한 티가 났다. 최근 등장하는 대형 게임들이 PC에 중점을 두고 모바일 환경에선 PC 환경에 비해 한참 미치지 않는 구동 환경이 구성되기 마련이었는데 적어도 '호연'은 PC는 물론 모바일에서 잘 동작해 걱정은 덜어놔도 될 것 같다.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PC용 MMORPG 대표작 '블레이드 & 소울'의 3년 전을 다룬다. 원작에서 3년 전을 배경으로, 어디선가 본 것처럼 친숙한 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게임의 주인공은 '유설'이라는 캐릭터로, 게임의 핵심 스토리는 그가 자신의 가문인 '호연문'을 재건하고 부흥시키려는 노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게임의 스토리를 즐기는 과정에서는 원작에서도 아름다운 외모로 눈길을 끌었던 남소유 캐릭터를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원작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소개됐던 남소유이기에 묘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도 원작에서 등장한 인물들이 많아 원작인 '블레이드 & 소울'을 즐겨본 이용자라면 과거의 추억에 빠져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게임은 다양한 영웅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수집형 MMORPG 장르로 준비됐다. '호연'은 60여 종에 달하는 영웅을 수집하고 팀을 구성해 치르는 전투가 게임의 핵심이다. 팀은 5명으로 구성되며 1명의 영웅을 리더로, 4명을 팀원으로 구성해 전투를 진행한다. 특히 바둑돌 하나를 놓는 것처럼 신중하게 팀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캐릭터를 리더로 설정하고, 리더의 전투를 더 강화할 수 있는 팀원들을 배치하는 것이 덱 구성의 기본이다. 물론 게임 초반에는 캐릭터의 전투 스타일이나 덱 편성을 통한 팀 시너지를 알기가 힘들어 게임에서 추천 영웅을 알려주기도 하니 적극 반영해 구성해 보는 것도 좋다.
또 영웅들은 팀 편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스킬을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연쇄 효과 등도 가져간다. 여기에 영웅들은 독, 수, 화, 뇌, 암, 무 등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투 진행 시 속성을 활용한 플레이도 상당히 중요하다. 단순히 자신이 보유한 높은 등급의 캐릭터로 팀을 편성하는 것보다 여러 효과를 살릴 수 있는 형태로 덱을 구성하는 게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된다. 아무리 좋은 영웅을 많이 뽑아도 팀 편성에서 여러 우위를 챙기지 못하면 제대로 된 성능을 내기가 쉽지 않다.
전투는 기본 공격은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수동 조작의 재미를 담아내려 노력한 부분이 크게 느껴진다. 기본 공격 사이사이에 영웅들이 가진 스킬을 사용해 공격을 넣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합격기 게이지를 모아 적이 큰 기술을 사용하기 전에 합격기로 끊어낼 수도 있다.
여기에 앞서 이야기한 속성을 활용해 약점 속성을 공략해 속성치를 일정 수준 이상 쌓으면 적을 약화시킬 수 있고, 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회피(대시)해 흘리면 다양한 이득도 챙길 수 있다. 별생각 없이 자동으로 전투만 진행했다면 원활한 게임 진행이 쉽지 않다. 팀 편성 전략의 재미와 수동 조작의 재미를 잘 구현한 부분이다.
게임의 6~7장 정도 넘어가면 영웅의 속성을 활용한 팀 편성 등을 신경 쓰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쉽지 않고, 게임 내 성장도 반복 사냥 등을 통해 무작정 레벨을 올리는 시스템이 아니라 이용자의 전략적 플레이 수동 조작의 재미가 조금 더 살아난다.
이런 기본적인 팀 편성과 전투의 재미는 다양한 영웅의 육성과도 이어진다. 때문에 '호연'은 이용자들이 다양한 영웅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레벨 공유와 장비 공유 등의 시스템을 마련했다. 자신이 보유한 캐릭터 중 5번째로 높은 캐릭터의 레벨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고, 장비는 최대 3명에게까지 공유할 수 있다. 다양한 팀 조합의 재미를 큰 부담이 없이 즐겨볼 수 있는 셈이다.
기자의 경우 주로 모바일 기기로 플레이했기에 이용자의 적당한 수동 전투 참여와 전략적인 팀 편성 등이 게임의 강점으로 다가왔다. 클리어에 실패한 보스 몬스터들을 다시 조합해 도전하는 등의 재미가 있었다.
다만, PC로 즐길 때는 전투가 약간은 심심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용자들의 플레이 성향에 따라 자칫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아예 자동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MMORPG나 완전 수동으로 조작하는 액션 RPG 둘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타깃층도 더 명확하고, 호불호가 덜 갈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부분이다.
앞서 소개한 전투는 일반적인 MMORPG처럼 필드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호연'은 스위칭 RPG라는 슬로건을 걸고 등장한 게임인 만큼 독특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특정 전투의 경우 턴제 방식의 전투로 진행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콘텐츠가 턴제 전투 콘텐츠인 심상 수련이다. 심상 수련에 들어가면 5명으로 덱을 구성해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일반 덱 구성과 비슷하지만, 연쇄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
턴제 전투에서는 각 턴에 움직이는 캐릭터가 보유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적을 공략하는 순서나 사용하는 스킬이 중요하다. 턴제 전투는 영웅들이 펼치는 다양한 기술들을 지켜보는 맛도 있다. 필드에서의 스킬과 턴제 모드에서 스킬이 달라 거의 두 개의 게임을 개발하는 수준의 노력을 기울인 개발진의 노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스위칭 RPG라는 이름에 걸맞게 턴제 전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필드에서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별도의 메뉴를 통해 언제든지 오가면서 플레이하면 된다. 제법 신선하게 다가왔다.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콘텐츠도 기대해 볼 만하다.
게임에는 다양한 콘텐츠도 준비됐다. 영웅들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강호록이나 네임드 몬스터와 싸우는 콘텐츠 등 빠질 수 없는 콘텐츠들이 준비됐다. 또 의뢰를 해결하면 영웅을 영입하는 데 사용하는 호감도 포인트나 육성에 필요한 다양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의뢰 시스템도 준비돼 있었다.
여기에 연합(길드) 시스템과 가문 육성 시스템까지 즐길 거리가 제법 풍부하다. '호연'이 준비한 재미에 빠진 이용자라면 큰 걱정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면서 '호연'의 세계가 전해주는 매력을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
스위칭 RPG라는 독특한 설정과 전투의 재미를 살린 작품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게임 내 많은 육성 시스템이 캐릭터 뽑기로 귀결되는 부분이다. 같은 캐릭터를 사용해 진행하는 캐릭터 초월은 물론 능력을 보충할 수 있는 인연 시스템도 캐릭터 수집이 기반에 깔려있다. 여기에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돕는 연쇄 효과를 가져가는 데도 다른 캐릭터 수집이 필요하다. 현재 보유한 캐릭터 강화를 위해 새로운 영웅을 수집해야 한다.
게임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영웅 수집이고, 이름만 들어서는 오해할 수 있는 호감도도 사실 영웅 조각이기에 이용자가 어느 정도 반발이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다행인 것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게임 재화인 1골드로 영웅 뽑기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사소한 부분들부터 시작해 게임을 개선하고 이용자와 꾸준한 소통을 진행해 더 좋은 '호연'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