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 편의 추리 드라마 '패미컴 탐정 크루 에미오 –웃는 남자-'
해외에서 패밀리 컴퓨터 디스크 시스템으로 발매된 'Famicom Detective Club(국내명 패미컴 탐정 크루)' 시리즈의 최신 어드벤처 게임 '패미컴 탐정 크루 에미오 –웃는 남자-'가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지난 8월 29일 국내 시장에 정식 발매됐다.
지난 21년 출시된 '패미컴 탐정 크루 사라진 후계자'와 '패미컴 탐정 크루 뒤에 선 소녀'의 닌텐도 스위치용 리메이크 버전이 있기는 하지만, 원작이 각각 88년과 89년에 발매된 작품인 것을 고려하면 약 35년 만에 정식 후속작이 등장한 셈이다.
게다가 리메이크 버전은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은 자막 한국어화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더 쉽게 '패미컴 탐정 크루' 시리즈가 가진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패미컴 탐정 크루 에미오 –웃는 남자-'에 발을 들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게임 내 캐릭터나 차량과 같은 일부 물체들이 라이브 2D 기법을 활용해 표현된 것이다. 경례를 하는 경찰이나 도로 위의 차량 등이 움직임을 보여줘 일반적인 일러스트로만 구현된 어드벤처 게임들보다 보는 맛도 있었고, 몰입도도 높았다. 각 대사에 맞춘 캐릭터의 표정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고, 가끔 등장하는 무서운 장면의 맛도 더 살려냈다.
여기에 게임 내 모든 대사에 성우의 목소리가 녹음 되어있었다. 아쉽게도 한국어 더빙까지는 지원되지 않았지만, 게임 내 인물들의 대사가 일본어로 흘러나오면서 한층 긴박한 상황이나 특별한 상황의 분위기를 잘 전해줬다. 라이브 2D와 풀 더빙이 만나 거의 애니메이션에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을 모습을 보였다.
게임은 어느 날 아침 섬뜩한 웃는 얼굴이 그려진 종이봉투가 씌워진 채 발견된 남자 중학생의 사체가 발견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츠기 탐정 사무소의 조수인 주인공(이용자)은 경찰의 요청으로 현장을 찾게 된다.
종이봉투가 씌워진 독특한 사체의 모습은 게임 속에서 18년 전 일어난 소녀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들과 비슷한 모습이었고, 도시 전설로 전해지는 '에미오'의 이야기와도 닮았다. '에미오'는 울고 있는 여자아이 앞에 나타나 목숨을 빼앗는다는 인물이다. 울고 있으면 살해당하고 웃으면 그냥 돌아간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용자는 중학교 남학생 살해 사건과 18년 전 소녀 연쇄 살인 사건, 그리고 '에미오'의 도시 전설까지 엮인 이야기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부터 남학생의 친구 등 다양한 인물들과 만나 관계를 맺고 이야기하고 또 추리해 나가게 된다.
게임 진행 방식은 커맨드를 선택하는 형태다. 부르기, 대화하기, 보기/조사하기, 잡기, 휴대전화, 생각하기, 수첩보기, 보여주기, 추리하기, 조사 그만두기 정도의 커맨드가 준비돼 있다. 대화를 원하면 대화하기를 주변을 살펴보고 싶다면 보기/조사하기를 선택해 살펴보는 식이다. 주로 주인공 캐릭터의 입장에서 진행되며, 가끔 주인공의 탐정 사무실 동료인 아유미라는 캐릭터로도 즐긴다.
보통 게임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대화도 대화 주제를 선택해 진행하는 형태다. 하나의 주제에 관한 이야기에 더 이상 진전이 없다면 대화 주제를 바꿔보거나 상대나 현재 현장을 살펴보면서 새로운 대화 주제를 꺼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다. 또 생각하기를 통해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직접 플레이해 보면 짧게 진행된 대화가 멈추는 경우가 많아 이런저런 시도가 필요하고, 다시 메뉴에서 같은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이어 나가야 하는 모습이 나와 좀 번거로울 수 있다. 일반 비주얼 노벨과 달리 추리를 하는 탐정의 입장에서 사소한 이야기까지 이용자가 놓치지 않도록 길이를 적당히 조절해 마련한 부분으로 보인다.
사람들과 대화나 조사를 통해 획득한 단서는 수첩에 모이고, 이를 활용해 사전의 정보를 정리해 나갈 수 있다. 게임 내에서는 하루를 마치거나 중요한 일을 마친 뒤에는 그날 모은 정보를 활용해 추리하는 시간이 진행된다. 게임을 집중해서 진행했다면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으며, 틈틈이 수첩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정답은 선택지에서 선택하는 방식은 물론 수첩에서 중요 단서를 선택하는 것 그리고 직접 타자를 쳐서 입력하는 등의 방식이 준비됐다. 대부분은 정답을 틀려도 진행되기에 큰 부담 없다. 심지어 게임오버 화면이 나왔어도 걸맞은 연출이 등장하며 다시 되기도 한다. 한두 문제 정도를 제외하면 정답을 맞히는 것에 크게 얽매이지 않아도 돼 '패미컴 탐정 크루 에미오 –웃는 남자-'가 준비한 이야기에 더 푹 빠져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
게임을 마치고 나면, 이용자들에게 의문점이 남아있을 텐데, 의문점을 해결해 주는 최종 에필로그가 별도로 존재하니 이를 빼놓지 않고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해당 에피소드는 상당 분량의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몰입도가 더 높다. 개발을 진행한 메이지스(MAGSE)와 닌텐도가 이야기의 결말을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많이 노력한 것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게임은 최종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12개의 챕터가 준비되어 있으며, 게임을 마치고 나면 자신의 추리 실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채점 기능도 준비되어 있다. 자신이 부족한 점수를 받은 부분이 있다면 해당 챕터만 다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 플레이 타임은 12시간 내외이며, 성우 연기를 듣지 않고 대사만 보고 넘긴다면 훨씬 빠른 시간에도 엔딩을 볼 수 있다. 기자는 3일에 걸쳐 플레이하면서 일본 추리 드라마 시리즈 한 개 시즌을 정주행하는 것처럼 몰입해 즐겼다. 피지컬을 요구하는 플레이가 없어 피로도가 적고, 대사 자동 넘김 등도 지원되어 플레이가 수월했다.
평소 추리 소설이나 드라마 등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패미컴 탐정 크루 에미오 –웃는 남자-'는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아직 게임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게임 초반부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판을 무료로 만나볼 수 있으니 체험판부터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