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은 게 대세”, 게임사들도 노리는 ‘숏폼’ 마케팅

신승원 sw@gamedonga.co.kr

“아니 이게 왜 공식 영상이지?”

많은 이용자가 그러하듯 필자도 대중교통을 탔을 때나 자투리 시간이 생겼을 때 숏폼(1분 내외 짧은 영상물)을 자주 본다. 관심사가 게임이다 보니 게임과 관련된 콘텐츠가 추천 영상에 뜨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 유독 게임사가 공식적으로 제작한 숏폼들이 자주 등장하는 걸 발견했다. 추천 알고리즘의 영향도 있겠지만, 게임사 공식 콘텐츠가 풀리는 수 자체가 높아진 느낌이었다. 게임에 크게 관심이 없는 친구의 폰에서도 게임사 공식 숏폼이 다수 등장할 정도였다. 딱딱하고 정제된 콘텐츠가 아닌 개그 코드가 섞인 유머러스한 영상도 많아 처음에는 이용자가 만든 비공식 영상인 줄 알았다.

넥슨 공식 유튜브
넥슨 공식 유튜브

이에 흥미를 가지고 게임사들 공식 계정들을 찾아보니, 예상보다도 더 많은 게임사들이 숏폼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넥슨 공식 유튜브의 경우 2024년 들어 올라오는 숏폼 콘텐츠의 양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13년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업로드된 숏폼이 고작 11개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3배 정도 더 많은 31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트레일러, 기대작인 커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의 보스 전투 영상과 같은 숏폼부터, 넥슨 관련 흥미성 정보 콘텐츠인 ‘넥아알려줄게’의 핵심 편집본 및 30주년 이벤트 숏폼 등 다루는 콘텐츠의 폭이 확연히 넓어졌다. 이용자의 숏폼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더 좋은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카잔의 긴 가로 동영상은 1~3천 회 조회수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해당 게임의 하이라이트 부분만 추출한 숏폼들은 1만 회, 높은 건 5만 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글로벌 이용자를 위한 숏폼을 제공하는 크래프톤
글로벌 이용자를 위한 숏폼을 제공하는 크래프톤

크래프톤 역시 적극적으로 숏폼을 활용하고 있었다. 지스타, 게임스컴 등에 얼굴을 비춰 화제가 됐던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의 관계자 인터뷰 영상을 재밌게 편집하고, 게임 관련 퀴즈 영상을 선보이는 등 이용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였다.

특이한 점은 크래프톤의 숏폼은 국내 이용자뿐만 아니라 해외 이용자도 자사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영어로 된 콘텐츠를 일부 제공하고, 몇몇 숏폼의 경우 ‘자막’ 기능을 이용해 영어권 이용자가 문제없이 숏폼을 감상할 수 있도록 번역 작업을 해두고 있다.

자사의 숏폼에 대해 크래프톤 측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만큼, 전 세계 이용자들이 회사와 게임에 대한 정보를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유튜브 쇼츠를 포함한 여러 영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엔씨의 호연 캐릭터 소개 영상
엔씨의 호연 캐릭터 소개 영상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도 숏폼 영상 비중이 많이 늘었다. 엔씨는 최근 화제작인 ‘호연’의 핵심 캐릭터 소개 영상을 모두 숏폼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가로 영상에 비해 세로형인 숏폼이 세로로 긴 인물(캐릭터)을 담기 적절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당 숏폼에서는 캐릭터들의 모델링과 움직임, 특징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용자들의 반응 역시 뜨거워 “그래픽이 생각보다 괜찮다. 마음에 든다”, “안 좋은 평이 많아서 관심도 안 뒀는데 이거(캐릭터 소개 숏폼) 보면 악평을 들을 정도는 아닌데? 오히려 취향인 듯” 등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이외에도 넷마블, 그라비티 등 상당수의 게임사들이 유튜브 쇼츠는 물론 인스타 릴스, 틱톡 등 다양한 게임사들이 숏폼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이용자와 소통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었다.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게임사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마케팅 전문가는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긴 영상보다는 빠르게 핵심만 파악할 수 있는 짧은 영상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 게임사들도 이를 인지하고 선호도에 맞춰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표현했다.

또한 전문가는 대부분의 게임사의 경우 이미 만들어둔 롱폼(1분 이상의 영상물)을 숏폼화 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숏폼 마케팅까지 진행한다고 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게임 홍보용 트레일러와 같이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동영상을 숏폼화 하는데 투자하는 시간 및 비용은 크지 않은 반면, 이용자들의 관심은 빠르게 끌어모아 홍보하고자 하는 대상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숏폼 전용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도 길이가 긴 롱폼에 비해서는 품이 덜 드는 경우가 많아, 게임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가성비’ 마케팅이라는 분석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위험부담이 적은 만큼 게임사들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이용자의 숏폼 관심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때문에 앞으로도 숏폼 마케팅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한다. 숏폼 공유 이벤트나, 숏폼 이벤트 페이지 등 세부적인 마케팅 강화 콘텐츠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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