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주님이 능력자라 게임이 너무 쉬워요”,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

신승원 sw@gamedonga.co.kr

“주인공 이름이 젤다죠?” 라는 질문을 들어도 화가 나지 않는 신작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이하 지혜의 투영)’은 젤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게임은 하이랄 각지에 생겨난 ‘균열’이라는 재앙을 요정 ‘트리’와 함께 해결해 나가는 젤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스크래빌드’처럼, 이번 신작은 ‘트리’로부터 받은 능력인 ‘투영’과 ‘싱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투영이란 테이블, 나무 상자, 침대 등 각종 사물의 특정을 복사하고, 그대로 소환할 수 있는 힘이다. 물에 뜨는 나무상자로 임시 다리를 만들거나 침대에서 잠들어 체력을 회복하는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전투 역시 ‘투영’을 이용해 진행된다. 이용자는 ‘돌’과 같은 사물을 소환해 몬스터에게 던질 수도 있고, 잡은 몬스터를 ‘투영’해 수하로 삼아도 된다. ‘투영’한 몬스터를 소환하면 내 편이 되어 다른 몬스터를 공격해 준다. 물론,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소비되는 코스트의 한계가 있어서 높은 능력치의 몬스터 군단을 이끌기는 어렵다.

전투는 몬스터에게 외주 맡기면 금방 끝난다
전투는 몬스터에게 외주 맡기면 금방 끝난다

그래도 몬스터가 한 대 맞을 때마다 새로운 몬스터를 소환해 죽지 않는 몬스터를 만드는 건 돼서, 전투의 난도가 높아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었다. 몬스터를 주기적으로 소환해 놓고, 이따금 날아오는 공격만 피해도 전투가 끝났다.

이어서 ‘싱크’는 젤다와 대상의 움직임을 일치하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젤다가 움직이면 ‘싱크’한 대상도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를 이용하면 길을 막고 있는 바위도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는 등의 플레이가 가능하다. 반대로, 대상의 움직임에 젤다를 ‘싱크’할 수도 있어서 소환한 비행형 몬스터를 타고 하늘도 나는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싱크를 사용하는 모습
싱크를 사용하는 모습

처음에는 ‘투영’과 ‘싱크’로 이것저것 소환하고, 소환한 물체를 자유롭게 조종하는 재미에 푹 빠졌지만,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게임의 문제점이 느껴졌다. 구체적으로 투영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만한 퍼즐 요소가 부족했고, UI도 불편해 기능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번거로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게임에서 전투는 난도가 쉬운 편이라 비행형 몬스터, 원거리 및 근거리 몬스터 하나씩만 가지고 있어도 세계를 탐험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그러니 이용자가 던전이나 균열(무의 세계) 등 각종 콘텐츠에서 다양한 투영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줘야 다채로운 플레이가 나올 수 있는데, ‘지혜의 투영’은 이 부분의 난도 조절도 아쉬웠다. 이용자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투영체들을 조합해야 풀어나갈 수 있는 퍼즐들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요소들이 부족했던 것.

특히, 특정 투영체의 범용성이 너무 높아 다른 투영체의 능력이 등한시되는 문제가 심각했다. 예를 들어 ‘물 블록’의 경우 낮은 코스트임에도 수평 이동은 물론 수직 이동도 가능하다는 엄청난 능력이 있어서, 이동 수단이 해당 투영체로 종결될 정도였다. 기존에 이동을 위해 사용되던 ‘침대’나 ‘트램펄린’, ‘줄튤라’와 ‘아그’ 같은 투영체의 필요성이 사라진 셈이다.

의욕이 사라지는 투영체 UI
의욕이 사라지는 투영체 UI

자체적으로 다양한 투영체를 활용하고자 마음을 먹어도 번잡한 UI 때문에 의욕이 뚝 꺾인다. 게임에서의 투영체 UI는 단순히 목록을 일자로 나열한 것에 그친다. 기억순, 종류순 등 정렬 순서를 바꿀 수는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았던 투영체를 꺼내려고 한다면 수십, 수백 개의 투영체 목록을 한참 뒤져야 한다. 퀵슬롯과 같은 편의성 기능도 없어서 최대한 쓰던 투영체만 사용해야 선택 순서, 사용빈도 순서 등의 목록 순서가 섞이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스무디를 제작하는 모습. 번거로워서 잘 사용하지 않았다.
스무디를 제작하는 모습. 번거로워서 잘 사용하지 않았다.

핵심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니 다른 부가 콘텐츠에 대한 흥미도 빠르게 식었다. 게임에는 각종 버프를 제공하는 ‘스무디’, 다양한 효과를 지닌 ‘액세서리’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하지만, 굳이 스펙을 올리지 않아도 게임이 쉽게 풀린다는 점에서 영 의욕이 나지 않았다. 이미 강한 상태니, 번거롭게 더 많은 퀘스트, 던전을 클리어해 스펙업 재료 등을 얻을 계기가 부족했다.

그나마 이 단점을 상쇄하는 것이 젤다의 ‘검사 모드(검사의 힘)’지만, 이마저도 완벽하진 않다. 링크의 ‘힘의 검’을 획득한 젤다는 일정 시간 검사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 몬스터를 소환해 두고 멀리서 지켜보게 되는 일반 전투와 달리 ‘검사 모드’는 직접 몬스터를 타격하고, 적의 공격을 패링할 수 있어서 보다 흥미진진하고 속도감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점프력도 올라서 지형지물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커진다. 대미지도 준수하다 보니 필자의 경우 처음 검사의 힘을 사용하고 나서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을 느꼈다.

검사의 힘을 사용하는 모습
검사의 힘을 사용하는 모습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젤다가 검사로 변신하는 동안에는 ‘에너지아’라는 특수 게이지가 소모된다. 게이지가 바닥나면 변신도 즉시 풀린다. ‘에너지아’는 몇몇 상황이나 아이템을 제외하곤 균열(무의 세계)를 중심으로 차오르기 때문에 ‘검사 모드’를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다. 그나마 컨트롤의 즐거움이나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마저도 제한 사항이 많다는 의미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투영’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하고, ‘검사 모드’로 인한 밸런스 붕괴가 걱정될 수는 있지만, 몇 안 되는 직접 전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인 만큼 이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결론적으로,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은 젤다라는 상징적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신선한 시도였지만, 그 실행 면에서는 눈에 밟히는 부분이 많다. 젤다 시리즈 중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감상이다.

가볍게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저연령층이나 복잡한 게임 시스템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에게는 적합하겠으나, 깊이 있는 퍼즐 경험을 기대한 이용자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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