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덕연구소] 400만 원짜리 최강의 게임 CRT 모니터를 구해서 수리했다.. 게임할 맛 난다!
(해당 기사는 지난 2023년 2월 16일 네이버 오리지널 시리즈 게임동아 겜덕연구소를 통해서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레트로 게임 전문가이신 검떠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400만 원 상당의 최고 사양 NEC CRT 모니터, XM29 PLUS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레트로 게임을 원한다면, CRT 모니터는 필수!]
조기자 : 안녕하세요 검떠님, 반갑습니다. 오늘은 무려 레트로 게임용 모니터 NEC XM29 시리즈에 대해서 다루게 되었습니다. 입수부터 수리, 배치까지 다룬 포스팅이 될 것 같습니다.
검떠: 그렇죠. 기존에는 다른 고수분들을 찾아가서 여러가지 내용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조기자님이 직접 수령해서 결과까지 낸 것이니..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NEC XM29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해주시죠.
조기자: 네에. 사실 레트로 게임을 즐기면 CRT 모니터로 즐겨야하는데요, NEC XM29 시리즈는 여러 제품군 중에서도 소니 방송용 모니터를 제외하면 끝판왕! 최고급!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모니터입니다. 아주 기능이 엄청난 모니터죠. 그냥 이 모니터 하나 있으면 세상 종결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기자: 이 NEC XM29 시리즈는 일단 국내에서 출시가 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해외에서 공수해올 수 밖에 없죠.
그런데 29인치 CRT라 무게가 어마어마하겠죠? 당연히 배송비만 100~150만 원 정도 들어갑니다.
유럽이나 북미, 일본에서는 가끔 나오는데, 가격 자체가 200~250만 원이 넘어가거든요. 그럼 국내에 들어오면 세금에 배송비 포함해서 보통 350~400만 원 정도 들어가게 됩니다. 그만큼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모니터입니다.
검떠: 음.. CRT 모니터가 400만 원이라.. 웬만한 매니아분이 아니면 상상도 못할 것 같습니다. 그정도의 돈을 투자한다는 게;;
이제 곧 최신 100인치 TV가 그정도로 넘어가게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조기자: 사실 완전히 정신나간 경우 아니면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_);;;
다만 매니아분들, 좋은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에 1억 원을 지르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런 분들 기준으로 하면 그렇게 비싼 금액은 아니죠. 40대 유부남이 하나쯤 구입해둬도 괜찮은 제품이기도 하거든요.
일단 성능 자체가 넘사벽입니다. 해상도를 보시죠. 국내에 한 매니아분이 적어놓은 글입니다. NEC XM29가 총 5종류가 있거든요.
조기자: 이게 무슨 얘기냐, 다양한 기종에 다양하게 대응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대응되기 때문에 이 모니터 하나면 끝난다는 거죠.
게다가 브라운관은 검증된 토시바의 브라운관!! 일본 세가의 블라스트시티나 아스트로시티 등에 쓰이는 최고급 브라운관이 탑재되어서 아주 가공할 박력을 뿜어내주는 겁니다.
검떠: 그러니까 이 모니터를.. 조기자님이 영입하셨다는 거죠?
조기자: 네 그렇죠. 저는 5개 모델 중에 NEC XM29 PLUS 모델을 영입했습니다. 일본 옥션에 올라온 것을 낙찰받아서, 현지 배송 업체를 시켜서 국내에 들여오게 되었죠. 그 과정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일본 현지 픽업 업체를 통해 나무 박스로 포장을 해서 국내에 들여왔습니다. 들여온 비용은 당연히! 비밀입니다.
조기자: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무 포장을 뜯는 것 부터가 일이었습니다. 얼마나 포장업체에서 잘 포장을 해줬는지 공구를 가지고 낑낑거리며 분해했네요. 분해한 장소는 아는 업체 대표님 창고입니다. 애초에 모니터 덩치가 너무 커서 이 업체 사장님 창고로 받았네요.
조기자: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정크 제품을 들여와서.. 켜지지 않는 거였죠. 2대 다.. 정말 마음이 찢어지더군요.
검떠: 아니 애초에 2대를 다 들여온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조기자: 험험.. 일단 저도 반은 그렇다고 생각했죠. 여튼 힘들게 가져온 제품이 고장인데 어쩌겠습니까? 당연히 수리를 해야겠죠?
그래서 이 모니터를 실어서 대림상가로 갔습니다. 대림상가에 CRT 모니터를 아주 기가 막히게 수리해주시는 사장님이 계시거든요.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조기자: 이렇게 수리를 시작하게 된 NEC XM29 PLUS 형제들. 그런데 수리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모니터가 너무 크다보니 사장님이 썩 좋아하진 않으셨습니다. 오래 거래해왔기에 받아주셨지만 이제 웬만하면 20인치 이하만 하시고 싶다고...
하지만 비싼 돈 들여서 가져온 모니터인데 사정사정해서 요청을 드렸죠. ^^
검떠: 헐.. 상태가 심각한데요?
조기자: 크흑.. 이 XM29가 밖에서 좀 비맞으면서 방치되어 있던 녀석 같더라구요. 아주 오랜 기간...
그래서 기기 내에 거미줄도 많고 각종 오염물질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림상가 사장님이 올 분해를 해서 모든 기판을 다 세척을 하셨네요. 컴프레셔로 다 불어내고 거미줄과 오염물질 전부 처리를 해주셨습니다.
작업은 상당히 오래, 거의 한 달 넘게 수리 작업이 이루어졌는데요, 부품도 다 썩어버리고 해서 사장님이 회로도를 보면서 하나 하나 추적하여 살펴주시고 썩은 부품은 바꾸고 새 제품으로 만들어주셨습니다.
조기자: 그렇게 해서~ 드디어! 수리가 되었습니다!
와~ 이 화면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RGB 화면 다 이상없이 나왔구요, 수리하시는 사장님 포옹하면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렸죠.
검떠: 헐.. 그 상태 안좋은 부품을 전부 갈아내고 이렇게 정상화하다니.. 실화입니까. ㅋ
조기자: 사장님 말씀이, 그래도 비를 계속 맞은 건 아니고 창고에 오래 있던 제품이라서 부품은 일부 갈아냈지만, 무엇보다 관 상태가 좋다고 하셨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으니 사용을 많이 안해서 오히려 관 상태는 아주 쨍쨍하다고요.
저도 CRT 화면을 보니 와 .. 화면이 상당하더군요.
조기자: 자.. 이렇게 2대 중에 1대가 먼저 수리가 되었구요, 기기를 들고 다시 이전의 일산 창고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한 이유는 하나.. 브라운관에 상처가 있기 때문이었죠. 이 브라운관에 상처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최고의 환경이라고 할 수 없는 거죠.
검떠: 와 유리가 좀 깊게 파였는데요?
조기자: 네 그렇죠. 유리가 꽤 상처가 깊더라구요. 그래서 전문 유리 가공업체를 섭외했습니다.
검떠: 모니터 공수부터 수리.. 뒤이어 브라운관 가공까지.. 정말 노력이 많이 들어갔군요;;
조기자: 뭐.. 그렇죠.
그런데 유리 가공업체에서 왔는데, 보시더니 '와..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네요' 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사진으로 볼 땐 적당히 되겠다 싶었는데 지금까지 작업한 것 중에 가장 유리 상처가 크다고 합니다. 거의 1.5mm 정도는 패인 것 같다고.. 이게 CRT가 아니었으면 일반 유리였다면 이미 깨지고도 남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이걸 작업하려면 일단 브라운관을 따로 분리해야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어쩔 수 있나요. 분해했죠..
조기자: 아시겠지만 이러한 브라운관 분해 작업은 초보자분들이 하시면 안됩니다. 저도 초보자이긴 하지만 여러 번 분해해봐서 대충 위험성은 알거든요.
완전히 고압이 나오는 부분이라 충분히 조심하셔야 하고요, 또 브라운관의 약한 부분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애초에 29인치 브라운관 무게가 50kg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에 꼭 보조로 잡아주실 분이 계셔야하고요.
또 하나, 분해할때 브라운관과 연결된 녀석들을 세부적으로 잘 찾으셔야 합니다. 핀이 어디 꽂혔는지 다 사진 찍어두세요.
조기자: 이 유리 가공이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더라구요. 일단 뭔가 보충제를 넣어서 굳히고 티안나게 갈아내는 줄 알았더니, 기스를 통으로 갈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까 1.5mm 정도 홈이 패였다고 했잖아요? 그럼 이 브라운관 전체를 1.5mm 갈아내야하는 거였습니다;
유리 가공 사장님이 이렇게 깊은 상처는 처음 다뤄본다고 하셨고, 거의 3시간을 작업해주셨네요.
검떠: 우어.. 3시간이요? 작업비는 어느정도가 들었나요?
조기자: 12만 원이요. 처음에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작업하시는 걸 보니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 뿐이었네요;;
유리 브라운관이, 약간의 기스가 있어도 무지개빛으로 반사가 되어서 안좋게 나오기 때문에 굴곡없이 깔끔하게 작업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 시간 동안 케이스 물청소를 시작했죠. 거의 20년간 청소가 안되었을테니 말끔히 닦아내는 작업이 있었습니다.
조기자: 이렇게 해서 다 말리고, 유리 작업도 끝나고.. 드디어 합체했습니다.
조립 전에 XBOX 360을 틀어보았더니, 오우 잘 나옵니다! 아 이때 정말 9부 능선을 넘었구나 싶었습니다.
검떠: 아 정말 오랜 과정이 필요했네요.. 휴.. 대단하십니다.
조기자: 이렇게 해서 이 모니터를 집으로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메인으로 써야하니까요.
조기자: 완벽히 수리되고, 완벽히 청소되고, 유리 브라운관까지 완벽해진 NEC XM29 PLUS가 드디어 제 방까지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긴 여정이었으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바로 핀쿠션!!!
조기자: 이렇게 다양한 핀쿠션 조절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서 따로 분해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걸로 핀쿠션을 조정하는 것이 제 다음 업무였죠. ^^
검떠: 이야.. 틸트에 로테이트. 칼라 조절까지 세부적으로 다 되는군요. 대박인데요?
조기자: 그렇게 해서 드디어 쾌적한 게임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조기자: 찐한 스캔라인과 아케이드 게임센터 급의 압도적인 박력! 이렇게 해서 또 하나의 큰 산을 넘었네요. 휴. 정말 긴 여정이었습니다.
검떠: 축하드립니다. ㅎㅎ 모덕분들은 정말 존경스럽네요. 저는 CRT를 그정도까지 좋아하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휴..
조기자: 여담이지만.. 이 NEC XM29 PLUS를 집에 들이기 위해 몇 가지 모니터를 내보내야했습니다.
독일에서 공수한 뱅앤올룹슨 25인치 모니터와 샤프 슈퍼패미콤 TV가 제 방을 떠나게 됐네요. 휴..
조기자: 휴..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이렇게 해서 최고의 게임 환경을 갖추게 되어서 기쁜 조기자였습니다. ㅎㅎ
검떠: 네 조기자님도 고생하셨습니다. 긴 여정이었네요. 정말 축하드리구요, 다음주에 봬요~
조기자 : 네에. 그럼 여기까지 할께요. 자아~ 이렇게 이번 시간에는 'XM29 PLUS 영입기'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요, 혹시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조기자(igelau@donga.com)에게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검떠 소개 : 패미콤 전문이지만, 다른 레트로 게임기도 못지않게 사랑하는 이 시대의 대표 덕후.
웹에이전시 회사 대표이자 '레트로 장터' 운영자로서 '패미콤 올 게임' 컴플리트를 하는 등 레트로 게임 콜렉터로도 유명하다. 재믹스 네오, 재믹스 미니를 만든 네오팀 소속이기도 하다.
조기자 소개 : 먼산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나니 레트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임기자. MSX부터 시작해 과거 추억을 가진 게임물이라면 닥치는대로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며, 레트로 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레트로 장터나 네오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레트로 게임 개조를 취미삼아 진행중이며 버추어파이터 쪽에서는 igelau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