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판14’ 요시다 디렉터 “죽을 때까지 파판14 서비스 이어갈 것”
스퀘어에닉스에서 개발하고 국내에서는 액토즈 소프트가 서비스 중인 MMORPG ‘파이널 판타지 14’(이하 파판14)의 신규 확장팩 ‘황금의 유산’이 오는 12월 3일 출시된다.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양일간 진행된 '2024 파판14 팬페스티벌 서울'에서 한국 이용자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황금의 유산’ 확장팩은 신규 직업 바이퍼와 픽토맨서가 추가된 것은 물론, 10종의 이상의 신규 NPC가 등장해 새로운 스토리가 전개된다.
특히, 페스티벌 현장에서 요시다 나오키 디렉터가 직접 글로벌 서버보다 5개월가량 늦었던 한국 서버의 업데이트 주기를 글로벌 서버와 같이 가져갈 예정이라고 밝혀 많은 이슈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에 적용되는 ‘파판14’의 새로운 확장팩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팬페스티벌부터 한국 최초의 오케스트라 콘서트 ‘에오르제아 심포니’까지 숨 가쁜 일정을 수행하고 있는 요시다 나오키 디렉터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5년 만에 개최된 ‘팬페스티벌 서울’이다. 소감은 어땠나?
요시다 디렉터: 정말 많은 이용자가 환영해 주었고,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5년 만에 다시 돌아온 만큼 엄청난 성원을 보내줘서 즐거웠고, 역시 개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은 ‘파판 14’를 즐기는 분위기나 이용자들이 주는 메시지가 어느 지역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본인은 물론, 다른 스텝들도 이를 느끼고 있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글로벌 투어 중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소감은?
요시다 디렉터: 한국 출장 직전까지 ‘게임 위크’ 때문에 호주 멜버른에 있었다. 마지막 인터뷰를 마친 다음 6시에 공항을 출발해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여 잠깐 자고, 바로 ‘팬페스트 서울’로 이동했다. 10시까지 리허설을 한 뒤 마사지를 잠깐 받은 다음 자고 일어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기조 강연을 진행하고 있더라(웃음).
현장에서 이용자들의 열열한 성원을 맞이했는데, 정말 세계에서 가장 뜨겁게 한국의 열기를 느낀 사람이 아닐까 할 정도였다. 코비드 19 사태 이후 한동안 만남이 단절됐는데,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오게 된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Q: 국내 서버와 글로벌 서버의 업데이트 주기를 맞춘 이유가 궁금하다.
요시다 디렉터: 처음부터 설명해 드리면 이 이야기는 중국 서버와 글로벌 서버의 업데이트 시기를 맞추는 작업에서 시작됐다. 한국 이용자들의 요청도 계속 있었고, 중국 서버 패치 작업을 하면서 한국도 작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다만 그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는 없어서 중국 서버 다음으로,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긴 한데, 최대한 빠르게 작업할 예정이다.
“그래서 왜 지금이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랜 시간 할 수 없었던 일에 결단을 내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오랜 시간 게임을 서비스한 만큼 운영팀과 개발팀의 경험이 많이 쌓였다. 그 결과 ‘워크플로우’(반복적인 프로세스와 작업을 관리하는 절차)의 퀄리티가 높아져 음성 녹음부터 번역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두 번째 이유는 글로벌로 게임을 더욱 확대하기 위함이다. ‘파판14’가 ‘신생 에오르제아’로 서비스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처음부터 전세계 모든 이용자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두고 있었다. 이번 작업으로 그 목표에 조금 더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이는 서비스 10년을 넘어 앞으로도 ‘파판14’를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는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스퀘어에닉스는 앞으로도 ‘파판14’의 언어와 권역을 늘어갈 예정이다.
다만 팬페스티벌은 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팬페스티벌이 일본, 유럽, 미국, 중국, 한국 등 여러 국가에서 열리는데, 확장팩을 서비스할 때마다 이 지역을 모두 방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잘못하면 1년 내내 팬페스티벌만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웃음). 이에 확장팩 서비스 전후로 나누어 행사를 여는 식으로 형태가 달라질 것이니 양해를 먼저 구한다.
Q: 이번 ‘팬페티스티벌 서울’ 오프닝에서 ‘평생 게임 서비스’를 약속했다. 평생 서비스라는 자신감의 원천이 궁금하다.
요시다 디렉터: 시간이 지나 의지가 흔들릴 정도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분위기에 휩쓸려서 좋은 말만 하면 나중에 발목을 잡힌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말만 하고 있다.(‘평생 서비스’ 역시 확실한 결정이라는 설명)
MMO는 하나의 마을이나 세계, 나라와도 같다. 이들이 어떻게 이 나라에서 살아가면서 즐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그 나라를 끊임없이 넓히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사실 MMO 담당 PD 중에 나만큼 오래 한 사람이 없다(웃음). 그래서 “이제 슬슬 질리지 않느냐?”, “새로운 타이틀을 만들고 싶지 않으냐?” 같은 질문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파판14’에서 하고 싶은 것과 구현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이미 다음 확장팩도 준비 중인데, 생각할 때마다 두근두근한다. 수명이 끝나는 것보다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여전하다. 아마 돌연사하지 않는 한 여전히 ‘파판14’의 서비스를 할 것 같다(웃음).
Q: 그렇다면 대략 구상하고 있는 ‘파판14’의 서비스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요시다 디렉터: ‘창천의 이슈가르드’도 그렇고, ‘홍련의 해방자’ 확장팩 때도 다음 단계를 3개는 생각하고 있었다. 현시점에서 약 3개 확장팩 에피소드와 이후 등장할 1개까지는 생각해놨는데, 일단 10.0 패치까지라고 하면 8년 정도 서비스할 테니, 그러면 60살이 넘는다(웃음). 회사(스퀘어에닉스)가 “너 필요 없어”라고 하지 않는 한 열심히 할 것이다.
Q: 한국에 출시되는 버전은 어느 시점인가?
요시다 디렉터: 현재 신규 직업 중 ‘픽토맨서’가 설계대로라면 화력이 ‘흑마도사’보다 약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강하다. 이에 너프보다는 다른 직업을 상향하는 쪽으로 생각 중이다. ‘흑마도사’도 상향이 되는데, 혹시나 말하자면 내가(요시다 디렉터) 플레이하는 직업이라 그런 것은 아니다(웃음).
이러한 패치까지 더해서 최적의 상태로 한국 서버에 확장팩을 더할 예정이다. 현재 버전인 7.0이 될지 이후 버전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출시 전까지 아슬아슬하게 조율할 것 같다. 잡(직업) 밸런스와 세세한 버그도 잡은 가장 좋은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Q: 글로벌 서버와 업데이트 주기는 어떻게 맞출 예정인지?
A: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다. 현재 중국에서 테스트하는 중이다. 대형 패치의 속도를 점점 높여가서 붙일지. 아니면 한꺼번에 업데이트할지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중인데, 우선 게임을 체험하는 이용자들의 경험이 중요하다. 이것에 대한 조정이 끝나야 제대로 말씀드릴 것 같다.
Q: 2015년 지스타에서 “MMO는 포기하지 않는 자가 성공하는 장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나?
요시다 디렉터: ‘파판14’를 맡은 지 14년을 맞이하는데, “벌써 14년인가?”라는 마음과 “아직도 14년밖에 안 됐나?”라는 마음이 공존한다(웃음). 그런데도 아직도 ‘MMO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파판14’처럼 방대한 이용자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개발 텐션이 내려가지 않는 게임은 정말 드물고, 지금껏 쌓아온 커뮤니티와 인지도는 신작들과 비교해 ‘10년은 앞서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방대하다.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것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고 넓혀서 후발주자와 간격을 벌리는 일종의 비법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도 게임을 계속 확대하고 나아갈 것이라고 확답드릴 수 있다.
한가지 말하자면 위키나 여러 문서에 나(요시다 디렉터)를 검색하면 저 ‘지스타 2015’ 강연 사진이 메인으로 뜨는데, 볼 때마다 “와 진짜 젊네”라고 생각하곤 한다(웃음).
Q: 직업 스킬이 단순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요시다 디렉터의 생각은?
요시다 디렉터: 한가지 말씀드릴 것은 전세계에서 다양한 피드백이 오는데 커뮤니티가 늘어나면서 이를 판단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어떤 패치 버전에서 게임을 즐겼냐에 따라 생각이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칠흑의 반역자’ 시절에는 “난도를 낮추고, 시너지를 맞추어 달라”라는 피드백이 있어서 시너지를 조정했더니, 이번에는 개성을 넣어 달라는 피드백이 오는 중이다. 그만큼 밸런스를 잡기가 어렵다.
여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즐거움을 주는 것은 정말 종이 1장 차이다. 스트레스를 낮추면 성취감이 없어서 그만두고, 난도를 높이면 또 이용자들이 어려워해서 이탈한다. 또한, 콘텐츠의 짜릿함을 부여하고, 직업의 자유도를 동시에 높이면 이용자들은 패닉에 빠지기도 한다.
이번 7.0 ‘황금의 유산’ 확장팩의 목표는 이 적정선을 지키면서 콘텐츠의 짜릿함을 살리자는 것이다. 실제로 어려움 난도는 제법 어렵고, 보스들의 패턴도 상당히 유니크한 편이다. 물론,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고 적용하겠지만, 앞으로도 본적도 없는 색다른 기믹이 나올 테니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이다.
Q: 오랜 시간 ‘파판14’를 서비스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요시다 PD: 게임 시장에는 “런칭에 실패한 MMO는 부활이 안 된다.”라는 징크스가 있었는데, ‘파판14’는 그 징크스를 깬 게임이다. “무조건 저 징크스는 깬다”라는 각오로 게임을 개발했고, 목적을 이뤄서 기뻤다. 이렇게 징크스를 깨고 게임을 종료하면 재미가 없으니 앞으로도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신만의 일을 도전하는 것도 큰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저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전력을 다해서 놀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잘 정도로 진심으로 즐거워한다. 이것처럼, 너무 즐거우니까 게임을 만들고 플레이하는 느낌으로 일하는 중이다. 물론, 개발자로서 하는 일은 재밌지만, 임원으로 하는 일은 재미없다(웃음).
Q: 12월 확장팩을 만날 한국 이용자들에게 한마디
A: 이번 확장팩에 대해 긍정적이고 기대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버그 없이 최고의 밸런스를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고, 이용자들이 미소를 짓는 게임을 위해 노력하겠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활기찬 미소를 보아서 너무 좋았다.
연속된 일정으로 지치기는 했지만, 삼계탕이나 음식도 맛있었고, 여러모로 최고의 한국 출장이 아니었나 싶다. '황금의 유산'에 대해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