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4-2025', 일본어 압박만 버티면...
코나미의 대표적인 야구 게임 시리즈 '프로야구 스피리츠'가 3년 만에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4-2025'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2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된 작품인 만큼, 다양한 부분에서 전작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시리즈 최초로 스팀을 통해 PC 플랫폼으로도 진출한 것이 강점이다. 기자도 이번 작품을 스팀에서 PC 버전으로 즐겼다.
'프로야구 스피리츠(이하 프로스피)' 시리즈는 일본의 프로야구를 만날 수 있는 야구 게임이다. 귀여운 모습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코나미의 또 다른 야구 게임인 '파워풀 프로야구'와 달리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첫 작품인 '프로야구 스피리츠 2004'부터 리얼한 선수들의 모습을 게임에 구현해, 실사형 야구를 원하는 이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시리즈 2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4-2025'의 강점은 더욱 발전한 비주얼을 꼽을 수 있다. 실사형 야구 게임의 재미를 선사해 온 '프로스피' 시리즈는 지난 '프로야구 스피리츠 2015'부터 선수들을 실제로 360도 촬영해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3D 스캔 기술을 도입해 더 현실감 넘치는 모습을 선사해 왔다.
이번 작품은 새로운 비주얼을 위해 그래픽 엔진으로 언리얼 엔진을 활용했고, 또 비주얼의 큰 발전을 일궈냈다. 기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을 PC로 즐기고 있으며, 게임 내 모든 옵션을 최고로 설정해 플레이했다. 게임 화면을 얼핏 보면 실제 중계나 사진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비주얼 퀄리티가 정말 좋다
선수들의 피부나 땀, 눈동자의 움직임 등 다양한 디테일이 살아있고, 표정도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전해준다. 하이라이트 장면의 경우, 공을 던지는 선수의 그립을 보고 구종을 파악할 수 있다. 레이저 스캔을 통해 완성한 거대한 야구장 묘사도 좋다. 다만, 게임 출시 전 공개된 스크린샷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느낌이 든다. 적당한 과장이 섞여 있던 스크린샷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몇 년간 발전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든 메이저리그 야구 게임 'MLB 더 쇼' 시리즈보다 비주얼 부분에서 충분히 큰 만족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전작인 'eBASEBALL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1 그랜드슬램'이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작품인 만큼, 전작을 즐긴 이용자라면 천지가 개벽할 수준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야구 엔진도 차세대 엔진인 'eBaseball™ Engine'을 탑재했다. 야구 엔진은 경기장 내에 모든 움직임 등을 연출한다. 프로스피 시리즈를 즐겨온 이용자라면 큰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다. 야구 게임의 기본인 던지고 치는 재미는 여전하다. 참고로 보통 버튼을 잘 누르기만 하면 되는 투구보다 타격이 어려울 수 있는데, 타격의 경우 미트 어시스트 레벨 조정을 통해 보정을 받을 수 있고, 그래도 어려운 배트 모양이 아닌 존 타격 방식으로 설정해 더 쉽게 즐길 수도 있음을 알아두자.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설정한 난도에 따라 플레이가 달라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장타에 가까운 타구들에 대한 불만이 조금 생겼다. 분명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생각했지만, 2루를 밟아 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나오기도 했고, 장타라고 생각한 공이 수비수 앞에서 조금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며 외야수들에게 잡히는 느낌도 들었다. 뭐 자잘한 부분이기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개선하고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 크게 염두에 둘 정도는 아닐 수 있겠다.
또 이번 작품의 경우 사운드도 많이 개선하고 신경 썼는데, 경기장 내 사운드 등이 훌륭하다. 공간의 음향 특성을 캡처한 데이터를 활용해 리얼한 사운드를 완성했다. 개인적으로는 음성 합성 AI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스포츠 게임들은 캐릭터를 생성하면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못해 몰입감이 식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작품은 캐릭터가 어떻게 불리면 좋을지 직접 설정해서 들을 수 있다. 생성한 선수로 경기를 즐겨도 실제 녹음된 소리를 듣는 것처럼 해설이나 중계가 나와 몰입감이 엄청났다.
다양하게 마련된 게임 모드도 강점이다. 일반적인 연습 경기는 기본이고, 30년을 넘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페넌트 레이스', 고교 야구 감독으로서 전국 제패를 노리는 '흰 공의 기적', GM으로서 팀을 운영하는 '마이볼 파크', 한 명의 선수가 되어 즐기는 '스타플레이어' 등 다양한 모드가 준비됐다.
여기에 '스피리츠' 모드에서 카드 게임 같은 미니 게임을 통해 선수를 생성하고, 생성한 선수를 다양한 모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본인이 생성한 선수를 팀에 넣고 야구 시즌을 즐길 수도 있고, 팀을 만들어 연습 경기에서 활용하는 플레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올해 일본에서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일본 고시엔 고교야구 우승하며 화제를 모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흰 공의 기적' 모드가 와 닿았다. 특히, 게임이 메뉴를 제외하면 모두 일본어로 되어 있어 게임을 즐기기가 쉽지 않은데, GM의 입장에서 다양한 선택을 해야 하는 마이볼파크 모드보다 아무래도 고교 야구팀을 육성하는 '흰 공의 기적' 모드가 직관적이라 여러모로 플레이하기 수월했다.
게임에서 아쉬운 부분은 역시 한국어의 미지원이다.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4-2025'에서는 초기 메뉴와 시합 중 조작 가이드 등 간단한 부분들에서 한글 표기를 확인할 수 있다. 언어를 영어로 바꿔봐도 일본어의 압박은 그대로다. 사실 일본 내수용 게임에 가깝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는 대목이긴 하지만 이왕이면 다양한 모드들을 한국어로 즐길 수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일본어의 압박만 버틸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야구 게임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특히 야구 본연의 재미는 물론 다양하게 마련된 모드들이 그 재미를 더욱 살려주고 말이다. 일본 야구가 아니더라도 야구에 관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아울러 드디어 PC로 출시된 만큼, 능력 있는 이용자들의 참여로 게임이 한층 풍성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국어 패치나 KBO 구단과 선수 등 얼마든지 우리나라 이용자들도 즐기기 좋은 모드와 패치들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기대감을 갖고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