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칙칙했던 공포 게임의 화사한 변신. ‘칼리스토 프로토콜’ 세계관 잇는 ‘리댁티드’
콜오브듀티, 데드 스페이스로 유명한 글렌 스코필드가 개발한 게임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겨줬던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실패 이후 잠잠한 모습을 보였던 크래프톤의 개발 스튜디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가 오랜만에 신작 ‘리댁티드’를 선보였다. 암울한 세계관과 기괴한 괴물들이 등장했던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세계관을 이어가는 게임이지만, 게임 화면부터 화사한 것이 꽤나 신선한 느낌을 준다.
‘리댁티드’는 목성의 얼음 위성 ‘칼리스토’에 위치한 최첨단 교소도의 수감자 입장에서 탈출기를 그렸던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달리, 이들을 감시하는 교도관이 주인공이다.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마찬가지로 사고가 발생하면서 감염자들이 발생하게 되고, 주인공인 교도관은 교도소 내의 삼엄한 보안 시스템을 뚫고, 감염된 수감자들과 다른 생존자들의 위협을 피해 마지막 탈출포드까지 도달해야 한다.
SF 로그라이크 던전 크롤러라는 장르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다양한 무기와 슈트를 이용해서 캐릭터를 강해서 성장시키고 끝까지 살아남아 하나만 남은 탈출 포드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로그라이크 장르의 특성상 초반에는 약하기 때문에 쉽게 죽게 되며, 반복 플레이를 통해 기초 재화를 획득해서, 무기와 슈트,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전투는 근접 무기와 총기류를 상황에 맞춰 번갈아 사용해야 하며,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도 있었던 중력을 이용해 적을 밀쳐내는 그립도 있어, 원거리와 근거리 전투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는 부족한 총알 때문에 근접 타격으로 적에 빈틈을 만든 후 약점에 총을 발사해서 마무리하는 형태였지만, ‘리댁티드’에서는 총알 제한없이 재장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원거리 중심의 전투 스타일로 즐길 수도 있다. 개발사에서는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것이 좀 더 조작이 편하다고 권장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키보드 조작도 나쁘지 않았다.
로그라이크 던전 크롤러 장르의 특성상 비슷한 스타일의 게임이 많은 편이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저절로 머리에 떠오르는 게임이 있다. 바로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하데스다. 배경만 SF로 달라졌을 뿐이지, 시점부터 전투 스타일까지 거의 모든 부분이 하데스와 거의 흡사한 느낌이다.
물론, 후발주자인 만큼 새로운 요소를 몇가지 더 넣기는 했다. 탈출 포드가 하나만 존재하다보니, 이를 노리는 경쟁자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이들의 전진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고, 게임 진행 중 사망한 뒤 다시 시작하면, 자신이 남긴 시체와 만날 수도 있다. 시체는 이용자가 획득한 무기와 슈트, 업그레이드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강해질수록 시체도 더 강해진다.
또한, 미국 코믹스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도 인상적이다. 칙칙하고 암울한 그래픽으로 공포심을 자극했던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달리 미국 코믹스를 보는 듯한 원색의 화려한 그래픽이 눈을 즐겁게 하며, 게임 내내 들려오는 강렬한 사운드도 게임의 속도감과 손맛을 더해준다. 교도소 내에서 탈출하는 게임인 만큼, 죽을 때마다 주인공을 화면에 담고 있던 감시 카메라가 꺼지는 연출을 보여주는데, 이 역시 꽤 신선한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하데스의 강점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게임이기 때문에, 하데스를 플레이해본 이들이라면 크게 감흥을 받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의 모법 답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을 벤치마킹한 덕분에, 게임의 완성도는 꽤 뛰어나다. 이 장르를 많이 플레이해보지 않은 이들이거나, SF 세계관의 색다름을 선호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