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아이돌론스’의 도전은 계속된다. SRPG 팬들을 만족시킬 때까지
지난해 라인게임즈의 스위치 도전작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아쉽게도 씁쓸한 기억으로 남긴 했지만, 국산 패키지 게임의 전설이자, 오랜만에 등장한 콘솔용 국산 SRPG 신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1년 전에 또 다른 국산 SRPG 신작이 스팀으로 발매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데뷔작인 ‘로스트 아이돌론스’라는 게임이다.
당시 별다른 홍보없이 북미 시장 타겟으로 발매된 게임이다보니 국내에서는 발매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플레이해본 사람들 대다수가 중국 고전 초한지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왕도형 스토리와 깊이 있는 전략 시스템을 높게 평가했다.
이 ‘로스트 아이돌론스’를 만든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최근 신작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라는 신작을 선보였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SRPG 장르의 틀을 유지하면서, 로그라이크 요소를 더한 새로운 시도다.
“’로스트 아이돌론스’는 북미 시장을 겨냥해서 선보였던 게임이고, 당시 카카오게임즈도 자유롭게 도전해보라는 입장이었다보니, 바닥부터 다지는 느낌으로 준비했던 게임입니다. 신생 IP이다보니 많이 알려지지 못한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탄탄하게 기반을 다지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외전인 ‘위선의 마녀’가 출시 초반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네요.”
‘로스트 아이돌론스’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김진상 디렉터의 말에 따르면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설립 첫 작품부터 SRPG 장르에 도전한 것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김진상 디렉터는 창세기전을 인생 게임으로 꼽을 만큼 SRPG 광팬이고, 나머지 개발팀들도 대부분 조조전 온라인 개발에 참여했던 이들이다.
김진상 디렉터는 SRPG 장르가 마니아 장르라고는 하지만, 반대로 요즘 SRPG 장르 신작이 별로 없다보니 마니아 입장에서는 늘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며,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SRPG 장르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를 밝혔다.
아쉽게도 1편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배운 것이 많다고 한다. SRPG 마니아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작품을 벤치마킹하면서 깊이 있는 시스템을 준비했지만, 한 판에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늘어지는 게임 플레이가 요즘 게이머들의 감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세 실사풍의 게임이지만, 캐릭터성을 살리기 위해 투구를 쓰지 않은 형태로 캐릭터를 구현했더니, 오히려 투구를 안쓰고 전투를 하니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와 놀랐고, 별다른 생각없이 넣어두었던 턴 제한이 왜 있는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쏟아지면서, 마니아들은 내러티브를 굉장히 중시 여긴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위선의 마녀’는 ‘로스트 아이돌론스’에서 호평받았던 전략적인 전투 시스템을 좀 더 빠르게 즐길 수 있도록 로그라이크 요소를 더한 게임입니다”
‘위선의 마녀’에서 SRPG에 로그라이크 요소를 섞는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디스가이아’ 시리즈처럼 끝없이 도전하는 무한의 탑 같은 개념을 통해 전투에만 집중하는 게임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김희재 대표의 말 덕분이다.
김진상 디렉터는 ‘디스가이아’가 있는 상태에서 똑같은 게임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고, 대신 무한으로 반복되는 장르를 고민하다보니, 로그라이크 장르가 떠올랐다고 한다. 때문에, SRPG 인기작들을 죽어라 연구했던 ‘로스트 아이돌론스’ 때와 달리, 이번에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 ‘하데스’ 등이 연구 대상이 됐다.
SRPG와 로그라이크를 섞는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반복된 과정을 경험해야 하는 로그라이크와 한판에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할 정도로 느린 템포의 SRPG는 서로 상극이었기 때문이다. 김진상 디렉터는 일단 1편에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던 캠프에서의 세팅 시간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는데 노력했고, 프롤로그만 1시간 이상 진행됐던 1편과 달리, 시작하자마자 바로 전투에 돌입하도록 만들어서, SRPG 전투의 재미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초반부터 죽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지만, 운이 좋으면 시작부터 신화 스킬을 얻어서 게임을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보니, ‘로스트 아이돌론스’ 초반부에 비해 지루함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SRPG 장르에 익숙한 이용자들은 벌써 스피드런을 즐기고 있으며, 최대한으로 줄여놓은 컷신까지 스킵하고 싶다는 이들도 있고, 2배속 전투도 느리다고 4배속 전투를 추가해달라고 하는 이들까지 있다고 한다.
또한, 카메라 이동의 불편함, 패시브 능력치를 올려주는 불꽃의 부족함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 있어서, 최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초반에는 개발 의도가 잘 전달이 안된 것 같아서 답답한 느낌도 있었지만, 대표님이 ‘고객이 짜다면 짠거야’라고 일갈하셔서,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상 디렉터의 말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패치를 통해 초반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불꽃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변경하는 등 지속적인 패치를 진행 중이며, 내년 6월에서 8월경에 정식 출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진상 디렉터는 PS5와 XBOX는 출시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는 닌텐도 스위치까지 준비중이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후반부 스토리 강화, 그리고 게임 내 조건을 더 어렵게 변경할 수 있는 시련 콘텐츠 등 도전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들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개발팀을 처음 세팅할 때부터 20년 만들자고 얘기하면서 직원들을 합류시켰습니다. 1편을 초한지를 배경으로 스토리를 만들었는데, 이것처럼 실제 역사를 소재로, 그 안에서 영웅들의 활약을 그리는 것이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작품은 삼국지가 될 수도 있고, 임진왜란 같은 우리 역사가 소재가 될 수도 있겠네요. SRPG 장르가 마니아 장르라고 하지만,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가 보여줬듯이, 여전히 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만큼 매력적인 작품이 안나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져가다보면 마니아분들도 호응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