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녀전선2, 전작을 몰라도 즐길 수 있을까?
서브컬처 열풍의 시발점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소녀전선’의 후속작, ‘소녀전선2: 망명(이하 소녀전선2)’이 지난 5일 국내 서비스를 개시했다.
‘소녀전선 2’는 전작으로부터 10여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 수집형 SRPG로, ‘그리폰’을 나와 현상금 사냥꾼이 된 ‘지휘관’이 전술인형들과 함께 오염지대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여정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전작을 알지 못한 채로도 이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직접 플레이해 봤다.
개인적으로 스토리의 경우 소녀전선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이용자에겐 진입장벽이 느껴질 수 있겠다는 감상을 받았다. 많은 게임에서 플레이어블 캐릭터(지휘관)는 기억을 잃거나 신입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와 캐릭터 모두 배경 지식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게임의 시스템과 세계관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소녀전선2 ‘지휘관’의 경우 이미 전술인형들과 10년 이상의 유대를 쌓아온 설정으로 등장하며, 이야기 속 사소한 개념과 과거의 사건들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로 진행된다. 전작을 플레이했던 이용자에게는 세세한 디테일을 통해 반가움을 느낄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이용자들은 몰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토리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초보자의 입장에서 감정적으로 깊이 빠져들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고 게임을 즐길 수 없는 건 아니다. 소녀전선2는 예상보다 더 탄탄한 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스토리를 보지 않고 전투만 즐겨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소녀전선2의 전투는 타 SRPG장르의 골조와 크게 다르진 않다. 체스판 같은 타일에서 유닛을 이동시키고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게임은 여기에 안정 지수, 속성과 약점, 지형지물 등의 전략 요소를 더해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안정 지수는 엄폐물 뒤에 숨은 상태에서 발동되는 일종의 방어력으로, 전투에서 중요한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안정지수 상태의 캐릭터는 적의 공격을 60% 방어할 수 있고, 엄폐물 종류에 따라 25%~30% 정도의 방어 효과 보너스를 받는다. 나무상자나 벽 등 엄폐물 뒤에 숨어있으면 적의 대미지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안정지수는 적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상대의 안정지수를 차감하기 위해 불안정한 엄폐물을 부수거나, 안정지수 차감 효과가 달린 스킬을 사용하는 등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속성과 약점 시스템도 소녀전선2의 전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전도, 탁류, 산성, 빙결, 연소의 5가지 속성과 경량탄, 근접, 산탄, 중량탄, 표준탄으로 구분되는 무기 타입은 순서대로 서로 상성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약점 속성을 이용한 공격은 피해량 증가와 안정 지수 소진 효과를 가져오니 적을 빠르게 무력화할 수 있다. 상성인 속성이 없어도 지형지물을 이용해 절벽으로 적을 밀어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상황과 환경에 따라 여러 방식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설명만 들으면 고유명사가 낯설어 어렵게 보일 수 있지만, 직접 플레이해보면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는 이용자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학습 곡선은 완만하다. 또한, 사냥꾼 입문이라는 별도의 전투 튜토리얼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시스템 이해에서 진입장벽을 느낄 것 같진 않았다.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자동 전투’ 시스템도 존재해 전투를 빠르게 넘기고 싶은 부분에서는 이를 이용해도 좋다. 기믹이 있는 보스 스테이지나 완벽 클리어 조건이 까다로운 스테이지에서는 직접 전투를 지휘해야겠지만, 초반부 기준 일반 스테이지는 전부 자동을 돌려둬도 클리어에 큰 문제는 없었다. 전략적인 사고가 전투의 핵심 요소인 만큼 딱 편의성 기능으로만 사용하기 좋을 정도였다.
서브컬처의 핵심, 캐릭터에 대한 시스템도 탄탄하다. 소녀전선2에는 일종의 호감도 시스템인 ‘결합도’가 존재한다. 선물을 제공하는 등 ‘결합도’가 오른 캐릭터는 ‘결합도’ 레벨에 따라 재화를 지급하고, 전체적인 능력치 보너스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수집의 즐거움을 넘어서 캐릭터와의 교류를 통해 전투에서의 성취감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소녀전선2는 그래픽 퀄리티가 상당한 만큼 캐릭터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뛰어났다. 캐릭터의 세부적인 스토리를 몰라도 그래픽을 보고 좋아할 수 있을 정도다.
2D 일러스트를 3D 모델링으로 구현할 때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소녀전선2는 일러스트보다 모델링이 더 뛰어나다고 느낄 때도 있을 정도로 퀄리티가 우수하다. 가죽, 털, 스타킹 등 사실적으로 구현된 질감 표현이 데포르메가 강한 미소녀 캐릭터 비율에서도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데, 상향평준화된 서브컬처 게임들의 그래픽과 비교해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훌륭한 모델링 솜씨라고 느꼈다. 이런 그래픽으로도 모바일에서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니 최적화 상태도 상당하다고 본다.
많은 이용자가 관심을 가지는 일일 및 주간 퀘스트, 즉 ‘숙제’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자동전투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미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재화만 내면 즉시 완료되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3~5분 안에 일일미션이 끝날 정도다. 가끔 이벤트가 시작되는 경우 전용 재화를 획득하거나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해 별도의 시간을 소비해야겠지만, ‘숙제’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소녀전선2는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았던 사람도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이다.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는 조금 떨어져도 탄탄한 전투 시스템과 뛰어난 그래픽, 재밌는 부분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편의성 시스템 등으로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캐릭터 수집이나 SRPG를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경험이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