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30주년 맞은 플레이스테이션
지난 2024년 12월 3일은 우리나라에서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 발생한 날이기도 하지만,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의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이 출시 30년을 맞이하는 날이었습니다. 소니는 올해 플레이스테이션 30주년을 기념해 한정 버전 플레이스테이션 5 프로와 듀얼센스, 포탈 등의 기기를 선보였고, 플레이스테이션5 내에 30주년을 기념하는 테마를 마련하며 자축하는 모습을 보였죠.
지금은 당당하게 닌텐도와 함께 게임 시장에서 큰 플레이어가 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30년이란 시간을 거치며 플레이스테이션 1부터 5까지 발매되어 게이머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크래시 밴디쿳, 스파이로, 크레토스, 슬라이, 에일로이, 아스트로 봇 등 세대를 상징하는 다양한 캐릭터들도 등장했죠.
아마 플레이스테이션 1의 론칭을 직접 경험해본 세대라면 당시 플레이스테이션이 선사한 어마어마한 충격은 엄청났으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이 게이머들과 함께한 지난 30년 사이 게임 산업은 단순히 오락을 넘어 이제 엔터테인먼트나 예술의 영역으로도 당당히 입성한 느낌인데요. 그 중심에서 활약해온 플레이스테이션을 함께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새로운 가정용 게임기의 등장: 플레이스테이션 1
1994년 12월 3일,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는 첫 번째 가정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PS1)을 출시하며 게임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억 200만 대 이상 판매되며 큰 성공을 거뒀고, 플레이스테이션은 게임 시장에 혁신을 불러왔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PS1의 시작은 소니와 닌텐도 간의 협력과 갈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소니가 닌텐도와 협력해 CD-ROM을 결합한 게임기를 개발하려고 했으나, 닌텐도가 필립스와 협력하기로 하면서 소니는 독자적인 게임기 개발을 결정했고, 그 결과 PS1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PS1은 CD-ROM을 채택해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었고, 뛰어난 그래픽 처리 능력으로 3D 그래픽을 지원하여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게임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이로 인해 개발자들은 더 창의적인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CD-ROM은 카트리지보다 생산 단가도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었죠.
이러한 장점 덕분에 소니는 서드 파티 개발사를 대거 섭외하며 큰 성공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게임 시장의 최강자는 닌텐도였고, 닌텐도의 높은 기준이 서드 파티 개발사들을 힘들게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PS1은 다양한 장르의 명작 게임을 선보였습니다.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은 ‘그란 투리스모’로 1,085만 장이 판매됐습니다. 또한, ‘파이널 판타지 7’은 영화 못지않은 비주얼과 스토리로 큰 인기를 얻었고, ‘철권 3’는 오락실의 재미를 가정으로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서바이벌 호러 장르를 개척하며 많은 팬을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게임들이 플레이스테이션의 글로벌 흥행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 역대 최다 판매 콘솔: 플레이스테이션 2
2000년 3월 4일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2(PS2)는 전 세계적으로 1억 6,00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판매 콘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PS2는 CD-ROM을 사용했던 PS1을 넘어, 게임 콘솔 최초로 DVD-ROM 드라이브를 탑재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더 큰 용량의 게임을 즐길 수 있었고, 게임뿐만 아니라 DVD 영화 감상까지 가능했습니다. 당시 DVD 플레이어를 별도로 구매하는 데도 상당한 금액이 들었는데, 가정용 게임기를 통해 DVD 영화를 즐기고 게임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또한, PS2는 출시 시점부터 PS1 게임의 하위 호환을 지원하여 초기 타이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 사용자들의 이탈을 방지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모션 엔진과 그래픽 신디사이저를 통해 정교한 그래픽과 물리 엔진을 제공하며 게임 표현력을 극대화했습니다. 인기가 많았던 기기인 만큼, 2013년까지도 현역으로 판매되었습니다.
다양한 명작 게임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습니다.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인 ‘그랜드 테프트 오토: 산 안드레아스’는 광대한 오픈 월드와 높은 자유도로 큰 인기를 끌며 오픈 월드 게임의 기준을 세웠고, ‘그란 투리스모 4’는 사실적인 그래픽과 주행 경험으로 레이싱 게임의 기준을 확립했습니다. 이외에도 ‘갓 오브 워’는 몰입도 높은 스토리와 혁신적인 게임플레이로 명작으로 평가받았습니다.
PS2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과 기술적 혁신을 통해 게임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은 올해 PS2를 ‘미래 기술 유산’으로 등록하며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했습니다.
■ 휴대용 플레이스테이션의 시작: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은 2004년 출시된 휴대용 게임기로, 거치형 콘솔에서 입지를 다진 소니가 휴대용 기기 시장까지 진출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제품입니다. 누적 판매량은 약 8,252만 대에 달하며, 휴대용 시장의 강자인 닌텐도에게도 큰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PSP는 4.3인치 TFT LCD 스크린을 탑재하여 480x272 해상도를 지원하며, 333MHz의 CPU와 32MB 메모리를 장착했습니다. 휴대용 게임기임에도 닌텐도 64와 PS2 사이의 성능을 보여주었죠. 실제 성능은 다소 부족했지만, 텍스처 압축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PS2에 견줄 만한 화면을 구현했습니다.
또한, UMD(Universal Media Disc)라는 독자적인 광디스크 포맷을 사용하여 게임과 영화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음악이나 동영상 재생이 가능했고, Wi-Fi를 통해 웹 서핑이 가능했으며, PSP-2005와 PSP-3005 모델은 별도의 DMB 튜너를 통해 지상파 DMB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게임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캡콤의 대표작으로, 협동 플레이를 통해 거대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재미로 많은 이용자의 사랑을 받은 ‘몬스터 헌터 포터블’ 시리즈, 액션 게임 시리즈의 휴대용 버전인 ‘갓 오브 워: 체인즈 오브 올림푸스’, 파이널 판타지 VII의 프리퀄인 ‘파이널 판타지 VII: 크라이시스 코어’ 등이 사랑받았습니다.
■ HD와 온라인 시대의 개막: 플레이스테이션 3
2006년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3(PS3)는 HD 게이밍 시대를 대표하는 게임기로 자리매김했고, 고성능 하드웨어와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향상된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특히 PS3는 기술적으로 엄청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PS3는 소니, 도시바, IBM이 공동으로 설계한 셀 브로드밴드 엔진 CPU와 엔비디아의 RSX ‘리얼리티 신디사이저’ GPU를 탑재하여 고해상도 그래픽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블루레이 디스크 드라이브를 채택해 대용량 게임과 고화질 영상을 제공했습니다. HDMI 출력과 무선 듀얼쇼크 컨트롤러는 사용자 경험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다만 PS3는 초기 모델이 하위 호환을 지원하는 등의 강점이 있었음에도 론칭 초반 상당히 힘든 시간을 겪었습니다. 셀 프로세서가 오직 게임만을 위해 설계된 프로세서가 아니었고, 게임기에 탑재됐음에도 게임에 필요한 성능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개발 도구도 불친절해 개발 자체도 까다로웠죠. 게다가 초기에는 진동은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컨트롤러에서 진동 기능을 빼버리기도 했죠. 사실은 특허 문제 때문이었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면서 소니의 스튜디오를 통해 엄청난 게임들이 플레이스테이션 3으로 등장합니다. PS3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은 GTA 5이며, 올타임 베스트 게임 중 하나로 꼽히는 ‘라스트 오브 어스’, 영화 같은 연출과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사랑받은 ‘언차티드’ 시리즈 등이 PS3로 출시되며 게이머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게다가 PS3는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를 통해 온라인 멀티플레이와 다운로드 콘텐츠(DLC)를 지원하며 게이머들의 플레이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DLC 판매가 본격화된 것은 게이머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지만, 개발사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수입원을 만들어 줬죠.
론칭 초기 쉽지 않은 시간을 겪은 플레이스테이션 3는 거치형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 중 가장 성공하지 못한 모델로 꼽히는데요. 8,7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저조하다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기록인 것은 분명합니다.
■ 두 번째 휴대기 도전: ‘플레이스테이션 비타’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layStation Vita)는 휴대용 게임기로, 2011년 일본에서 처음 출시되었습니다. PS Vita는 전작인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의 후속 기기로, 코드네임 'NGP(Next Generation Portable)'로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이후 정식 명칭인 'PlayStation Vita'로 확정되었으며, 'Vita'는 이탈리아어로 '삶'을 의미합니다.
PS Vita는 초기 모델의 경우 5인치 OLED 멀티터치 스크린과 후면 터치패드를 탑재하여 다양한 조작 방식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듀얼 아날로그 스틱, 후면 카메라, 3축 자이로스코프, 3축 가속도계, 전자 나침반 등의 센서를 내장하여 풍부한 게임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후속 모델은 LCD 디스플레이로 변경되었고, 내장 메모리 1GB를 추가하여 저장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무게와 두께가 줄어들어 휴대성이 향상된 것도 강점이죠.
PS Vita는 휴대용 게임기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기능과 콘텐츠를 통해 게임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PS3와 PS4의 중간에 발매된 게임기이긴 하지만 온라인 플레이에도 대응했으며, 멀티 플랫폼 게임도 지원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줬죠.
여기에 PS3와 PS4의 리모트 플레이를 지원해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가정에 자리한 게임기의 게임을 즐길 수도 있었죠. PS Vita는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통해 게이머들의 게임 경험을 확장시켜 줬습니다. 여기에 비타를 TV로 즐길 수 있는 VITA TV도 있었죠.
다만 아쉽게도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PS Vita는 출시 이후 약 1,600만 대가 판매되었으며, 이는 전작인 PSP의 8,252만 대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성과였습니다.
■ Pro의 시대가 열리다: 플레이스테이션 4
2013년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4(PS4)는 누적 판매량이 1억 1,700만 대에 달합니다. 지금은 닌텐도 스위치에 자리를 내줬지만, 한때 가장 많이 팔린 콘솔 게임기 3위였고, PS2보다 빠르게 1억 대를 판매한 기기이기도 하죠.
PS4는 AMD의 CPU와 GPU에 AMD 커스텀 칩셋을 탑재해 개발 환경이 PC와 거의 같아지면서 개발자들도 한층 더 편하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PS3와 PS4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기에 아쉽게도 하위 호환은 지원되지 않았죠.
특히 PS4는 더욱 강화된 버전인 Pro의 시대를 연 첫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PS4 Pro 모델은 CPU와 GPU 성능이 한층 강화됐습니다. GPU 성능이 2배에 달했죠. 이에 PS4 Pro는 꿈만 같았던 4K 해상도의 게이밍을 지원했고, HDR을 활용해 더 선명하고 생동감 있는 환상적인 그래픽을 선사했죠.
명작 게임도 많이 나왔습니다. ‘블러드본’, ‘갓 오브 워(2018)’, ‘호라이즌 제로 던’ 등은 깊이 있는 스토리와 혁신적인 게임플레이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게임들은 PS4 Pro의 고성능 하드웨어를 활용해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은 ‘마블 스파이더맨’인데요, 무려 2,000만 장에 달하죠.
아울러 PS4는 소셜 기능을 강화하여 게임 스트리밍과 커뮤니티 기능도 확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게임을 그저 즐기는 것을 넘어 함께 소통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데에도 한몫했죠. 다만 온라인 멀티플레이 유료화는 이용자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 초고속 게임의 시대를 열다: 플레이스테이션 5
2020년 출시된 PS5는 초고속 SSD, 4K 해상도, 레이 트레이싱 기술,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햅틱 피드백 등을 통해 기존의 게임보다 한층 몰입감 있는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강점입니다.
화면 속 캐릭터의 이동 모습에 맞춰 컨트롤러인 듀얼센스가 진동하고, 거대한 맵도 SSD의 빠른 속도를 이용해 순식간에 로딩을 마쳐버리죠.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기기 공급이 쉽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판매량을 올려갔죠.
게다가 2024년 출시된 PS5 Pro는 GPU와 메모리 속도를 대폭 향상시키고 고급 레이 트레이싱 기술과 AI 기반 업스케일링을 지원해 더 뛰어난 게임 환경을 제공합니다. 아직 론칭 초기인 만큼 더 많은 게임이 PS5 Pro를 지원하면 더 높은 프레임 레이트와 향상된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한편, 소니는 PS5의 게임을 리모트 플레이로 즐길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포탈도 선보였는데요. 이 기기는 별도의 게임 구동 능력을 갖고 있지 않고 오직 PS5 기기의 리모트만 지원하는 기기임에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오늘은 30년간 함께해 온 플레이스테이션의 여정을 살펴봤는데요. 플레이스테이션은 기술적 혁신과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며 게임 산업을 이끌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가 어떤 혁신과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