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하나 때문에…” 게임사들의 발목을 잡는 엑스박스 시리즈 S

신승원 sw@gamedonga.co.kr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에 따르면, 엑스박스에 게임을 출시할 경우 시리즈 X와 S 두 버전 모두를 함께 출시해야 한다. 서로 다른 기기의 최적화를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만큼 이 정책은 엑스박스 게임 출시 과정에서 주요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특히, 엑스박스 시리즈 S는 저가형 보급 모델로, 하드웨어 성능의 제약이 게임 개발자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엑스박스 시리즈 S
엑스박스 시리즈 S

시리즈 S는 지난 2020년 약 40만 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됐다. 시리즈 X에 비해 약 30% 저렴한 만큼 가격에 민감한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인 옵션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저렴한 만큼 저해상도 환경에서의 게임 구동을 목표로 하는 이 기기는 게임 당 메모리가 10GB로 제한돼 있고, GPU와 렘이 시리즈 X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점점 요구 사양이 높아지는 최신 게임의 최적화 과정에서 큰 난관을 겪게 된다.

게임사이언스 CEO 팽 지
게임사이언스 CEO 팽 지

최근 이슈가 된 사례로는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의 엑스박스 버전 출시 지연이 있다. 지난 1일, 게임사 게임사이언스의 CEO 팽 지는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엑스박스 시리즈 S의 메모리 제약이 개발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리즈 S의 10GB 공유 메모리는 수년간의 최적화 경험 없이는 활용하기 어렵다”라며, 엑스박스 버전 출시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검은 신화: 오공 외에도 엑스박스 시리즈 S로 인해 난항을 겪은 게임은 많다. 발더스 게이트 3는 2023년 8월에 PC 버전이 먼저 출시되었고, PS5 버전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9월에 나왔다.

발더스 게이트
발더스 게이트

그러나 엑스박스 버전은 협동 플레이 최적화 문제로 인해 같은 해 12월에야 출시됐다. 특히, 엑스박스 시리즈 S에서는 기능 최적화를 위해 협동 모드 분할 화면이 지원되지 않았다.

듄 어웨이크닝 개발진 역시 엑스박스 시리즈 S 때문에 듄 어웨이크닝을 PC에 먼저 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콧 주니어 최고 제품 책임자는 해외 언론 VGC와의 인터뷰에서 “엑스박스 시리즈 S는 도전적인 기기다. 낮은 사양에서 게임을 실행하려면 많은 최적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듄 어웨이크닝
듄 어웨이크닝

이어서 그는 엑스박스 시리즈 S 게임 출시를 “멀티 플랫폼 출시 과정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PC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도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게임사가 엑스박스 시리즈 S의 제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 변화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8월,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CEO 필 스펜서는 “저렴한 콘솔 기기 제공은 업계에 필요하다”며, “엑스박스 시리즈 S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기기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엑스박스 시리즈 S는 2022년 기준 시리즈 X에 비해 3배가량 더 많이 판매된 것으로 밝혀진 만큼(S가 74.8%, X가 25.1%) 가성비 게이머를 사로잡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할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개발사의 역량 문제로 시리즈 S 최적화를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용자 눈높이가 오르고 기술 기대감도 커진 상황에서 제한된 용량 안에서 게임을 맞추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본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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