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려면 곱게 죽여라! 게임 속 치욕 시스템
게임을 하게 되는 원동력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특정 아이템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또 다른 이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모험을 경험하기 위해 게임에 몰입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게이머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하는 건 바로 승부욕이다. 특히, 패배를 딛고 일어서 복수의 쾌감을 맛보려는 욕망은 게임의 주요 동력이 되곤 한다.
그리고 게임 속에는 이러한 승부욕을 자극하는 독특한 시스템들이 존재한다. “죽이려면 곱게 죽여라!”라고 외치다가도, 치욕스러운 순간에 자극받아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시스템들이다. 이런 독특한 치욕 시스템을 선보인 게임들을 살펴보자.
-지는 순간 노예된다!
대표적으로 블루포션 게임즈의 MMORPG 에오스 블랙은 ‘매운맛’의 PvP 콘텐츠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게임의 PvP 콘텐츠에서는 승리한 쪽이 패자를 노예처럼 끌고 다닐 수 있다.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이겨 상대의 ‘영혼’을 얻을 경우 ‘치욕’이라는 전용 시스템에서 다이아를 소모해 해당 이용자의 이름을 단 NPC를 질질 끌고 다닐 수 있다. 노예를 터치하면 “당신의 발밑에 조아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 주제에 맞게 살겠습니다” 등 비굴한 대사도 출력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받은 영혼은 게임 내 지역인 ‘이그네아의 처형대’에 매달아 전시해 버릴 수 있다. 노예를 전시하고 터치하면 캐릭터가 처형대에 돌을 던지는 모션이 나온다. 죽는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비참한 모습이 공개적으로 전시되는 굴욕까지 맛봐야 한다.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MMORPG ‘천존협객전’도 비슷한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았다. 에오스 블랙이 이용자의 클론을 끌고 다녔다면, 이쪽은 실제 이용자를 30초 동안 사슬에 묶어 끌고 다닐 수 있다. 원한다면 하찮은 동물로도 변신시켜 굴욕을 줄 수 있다.
시스템을 남발해 많은 이용자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굴욕 시스템을 사용하기 전에 ‘곤선자물쇠’라는 아이템을 사용해둬야 하고, 동물로 이용자를 변신시킬 때는 ‘청신주’라는 아이템을 사용해야 하는 제약은 있었지만 그런 걸 감안해도 상당히 파격적인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이건 당신의 신체고요, 이제부턴 제겁니다.
고어함으로 유명한 멀티플레이 액션 게임 ‘시벌리2’는 전투를 벌이면 무기에 맞은 부위가 그대로 절단되기도 한다. 이건 이용자 캐릭터가 사망한 상태에서도 유효한데, 죽은 캐릭터 근처에서 공격을 하면 목이나 팔다리를 분리할 수 있다. 특히, 캐릭터의 잘린 머리는 아이템으로 취급되어 들고 다니거나, 투척 무기로 던질 수도 있다.
죽었던 캐릭터가 리스폰되어도 잘린 머리 아이템은 그대로 유지가 되기 때문에 내 캐릭터의 머리를 든 적과 다시 마주칠 수도 있다. 굴욕이다.
유서 깊은(?) 디아블로의 ‘귀 떼기’도 빠질 수 없다. 디아블로3에서는 잠시 사라졌지만, 디아블로 1과2, 4에서 다시 부활한 이 시스템은 PvP에서 패배한 이용자의 ‘귀’를 전리품으로 제공하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획득한 ‘귀’ 아이템은 사망한 이용자의 닉네임이 반영돼, ‘[닉네임] 귀’라고 표시가 남는다.
해당 아이템은 특별히 다른 재화로 변환하거나 특별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서 말 그대로 승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용도로 사용된다. 쓸모가 없으니 괜히 더 굴욕적인 기분이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6에도 새로운 처형 모션, 특히 ‘인질 방패’ 기능이 추가돼 시선을 모았다. 적의 뒤에서 근접공격 버튼을 두 번 연타하면 해당하는 적을 몇 초간 방패로 사용하다 즉시 처형시켜 버린다.
심지어 ‘인질 방패’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공격한 이용자와 인질로 잡힌 이용자 간의 음성채팅도 가능하기 때문에, 붙잡힌 적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유명 애니메이션의 대사를 외치며 조롱하는 등의 일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혼자 죽기 싫어? 그럼 동료 위치도 팔아줘~
혼자 죽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고, 동료들의 위치까지 노출되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카베이라’라는 캐릭터에게는 적을 ‘심문’하는 특수 능력이 있다. 부상당한 적에게 접근하여 상호작용 키를 누르고 있으면, 적을 제압하고 목에 칼을 들이대며 ‘심문’을 시작한다.
2초 동안 자신이 죽지 않으면 ‘심문’이 성공, 붙잡고 있던 적을 즉시 처리하고 숨어있던 적 팀들의 위치가 10초 동안 실시간으로 드러난다. 심문당한 이용자는 자신의 죽음이 패배로 끝나지 않고, 동료들에게까지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이중의 굴욕을 느끼게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