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취업이 이렇게 힘듭니다... 취준생 대머리 아저씨의 ‘겟 투 워크’

신승원 sw@gamedonga.co.kr

취업이 너무 힘들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04만 1천 명으로 1년 전보다 5만 2천 명 줄었다. 15세 이상 고용률도 61.4%로 작년 대비 0.3%포인트 감소했으며, 이는 2021년 2월 이후 약 4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같은 기간 실업자 수는 111만 5천 명으로 전년보다 17만 1천 명 늘어 2020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3.8%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증가하며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런 극심한 취업난을 그대로 담아낸 게임이 등장해 화제다. 그 주인공은 ‘겟 투 워크’로, 취업 준비생의 고단한 일상을 담은 액션 플랫포머 게임, 일명 항아리류 게임이다. 게임이 출시된 지는 한 달도 넘었지만, 국내 유명 유튜버들이 플레이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유행이 들불처럼 번졌다.

겟 투 워크
겟 투 워크

원래 항아리류 게임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알고리즘에 뜨는 플레이 영상들을 보고 궁금해져 직접 한번 플레이해 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게임의 조작 방법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방향키로 가속하고, 발판을 붙잡아서 멈추는 브레이크 기능만 익히면 끝이다. 대신 점프를 임의로 할 수 없고, 가속도를 올려 날아오르듯 다음 발판으로 이동해야 한다. 컨트롤러 사용이 권장되지만 키보드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어차피 사용하는 버튼이 거의 없다.)

물론 조작 방법은 간단해도 게임 진행 자체는 간단하지 않다는 게 항아리류 게임의 특징이다. 한 번 삐끗하면 다시 맵의 초반부로 돌아가고, 이용자의 실수를 유도하는 발판의 배치도 교묘하다. 일자로 이어진 줄 알았던 길이 중간에 홈이 있어서 속도가 낮으면 그대로 떨어지록 유도하기도 하고, 어려운 구간 아래를 뻥 뚫어두어 실수하는 순간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지도록 만든다. 서류 한 번 내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받아주세요
받아주세요
제발 받아주세요
제발 받아주세요

게임은 취업 준비생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만큼 내레이션을 통해 가벼운 스토리를 전달한다. 첫 맵의 이름도 ‘구직 신청’이다. 이용자는 면접 서류를 준비하고, 제출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재현해야 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윗선에서 이제 일반 이력서를 원한다고 하네요 그러니 일반 이력서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도발성 메시지도 던져준다.

고생 끝에 ‘구직 신청’이 끝나면 ‘첫 면접’ 맵에, ‘첫 면접’을 통과하면 우여곡절 끝에 ‘창고 연수생’ 맵에 도착하는 등 맵이 변하면서 스토리가 천천히 진행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반전 요소들도 있다.

왜 면접을 보려면 서커스를 해야하나요
왜 면접을 보려면 서커스를 해야하나요

참고로 취직에 성공했다고 바로 이야기가 끝나진 않는다. 욕심 많은 우리의 주인공은 더 높은 자리, 더 높은 연봉을 꿈꾸며 나아간다. 그만큼 이용자도 더 높은 발판, 더 어려운 맵으로 이동해야 한다. 취업 준비생의 고난을 겪었다면, 게임 중반부부터는 직장인의 고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앓는 소리를 냈지만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맵의 디자인과 시스템이 지나치게 불합리하지는 않다. 아이템 같은 걸 먹지 않아도 자동 세이브가 진행되고, 특정 지점에서 떨어져도 복구가 쉬운 몇몇 ‘안전지대’가 탄탄하게 마련돼 있다. 일명 ‘태초마을’이라고 불리는 시작지점이 갱신되기도 한다. 내 손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을 뿐, 불합리한 속임수로 한 번은 반드시 실수해야 하는 구간도 없다.

벽 타고 가는 숨겨진 루트가 있다
벽 타고 가는 숨겨진 루트가 있다

게임에 익숙해지면 독자적인 스피드런 루트도 뚫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게임은 눈앞에 바로 보이는 루트 외에도 여러 샛길과 발판을 통해 기록 단축을 노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조작을 완전히 마스터해야 갈 수 있는 루트들도 있지만, 초보자도 특정 구간을 여러 번 연습하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난도가 낮은 길도 있어서 이를 찾거나 연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연히 루트를 뚫다가 태초마을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외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면 자동으로 인게임 내 내장 타이머가 돌아가면서 각 구역을 얼마나 빨리 클리어했는지 알려주는 걸 보면, 상당히 스피드러너 친화적인 게임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는 개발자가 공식적으로 스피드런 대회도 개최할 정도다. 필자는 튜토리얼 스테이지만 클리어하는데도 2시간이 걸렸는데, 10분대에 정상에 도착한 이용자도 있다고 한다.

스피드런 대회
스피드런 대회

아직은 출시 초기인 만큼 일부 끼임이나 저장 버그와 같이 불안정한 요소가 있지만, ‘겟 투 워크’는 항아리류 게임을 처음 접하는 이용자도 입문하기 좋을 만한 친절한 점진적 난이도 조정과 안전지대가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쉽다고 말할 순 없어도 손맛과 도전 욕구를 느끼게 해주는 데는 성공한 작품이라고 본다. 제발 다른 이용자들도 한 번만 플레이해 줬으면 좋겠다.

듣기로는 최정상에서 만날 수 있는 히든 엔딩도 있다고 하던데, 필자는 중간 관리직에 만족하는 삶을 살 예정이다.

현실이든, 게임이든,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는 이용자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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