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솔직히 테일즈 리마스터 중 원탑"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 f'
리마스터 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반다이 남코의 '테일즈 오브' 시리즈에 새로운 신작이 등장했다.
지난 1월 16일 발매된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 f 리마스터'(이하 '그레이세스 f')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2010년 PS3 버전으로 발매된 '테일즈 오브 그레이세스'의 리마스터 버전으로, 원작의 그래픽 향상 작업이 적용된 것은 물론, 다양한 편의 기능이 추가되어 더욱 쾌적한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이 게임은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낮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원작부터 '닌텐도 Wii'로 발매되었고(2009년), 한글화 암흑기였던 2010년대 PS3로 국내 출시되어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사실상 즐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심지어 '테일즈 오브' 시리즈가 저물던 시기에 등장하여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던 ‘테일즈 오브 시리즈 베스페리아’, ‘테일즈 오브 엑셀리아’와 비교해 해외에서도 아는 이들이 드문 인지도가 바닥을 치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리마스터로 등장한 ‘그레이세스 f’는 지금까지 반다이남코가 진행한 ‘테일즈 오브’ 시리즈 리마스터 작품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원작의 단점을 지우고,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한 모습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향상된 그래픽이다. 이 게임은 그래픽이 ‘Full HD’ 수준으로 향상되어 게임 화면이 매우 선명해졌고, PC 버전은 최대 120프레임과 2160P까지 지원한다. (스위치는 30 프레임)
예전 게임의 그래픽을 너무 급격히 높이면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만, ‘그레이시스 f’는 전혀 이질적인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으로 작업 되어 게임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다양한 편의 기능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먼저 2회차에서 제공됐던 ‘그레이드 샵’이 초반부터 등장해 경험치 증가, 아이템 입수 확률 증가, 듀얼라이즈 가격 인하, 상점 가격 인하 등 유용한 기능을 곧바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샵 포인트도 7천 포인트 가까이 제공된다.)
여기에 퀘스트 목적지가 표시되어 나침판을 보면서 이동해야 했던 원작의 전근대적인 플레이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이벤트 스킵 기능, 인카운트 전환 등 더욱 빠른 게임 플레이를 지원한다.
이 다양한 편의 기능 중 가장 반겼던 것은 다름 아닌 이동 속도 증가였다. ‘그레이세스 f’ 원작의 경우 끔찍할 정도로 느린 이동 속도를 보여줬고, 한번 지역을 잘못 방문하면 한숨이 나올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려 필자가 게임을 도중에 하차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2배 가까이 이동 속도가 상승해 “이 맵이 이렇게 작았었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쾌적한 플레이를 자랑한다.
다만, 이 속도 증가 작업이 그리 매끄럽지 않아 상점을 방문하거나, NPC와 대화 이후 원작 이동 속도가 순간순간 구현되어 캐릭터가 마치 렉에 걸린 듯이 끊기는 듯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 그래픽 향상과 편의 기능 추가로 게임의 전투 시스템의 재미는 더욱 높아졌다. 사실 ‘그레이세스 f’는 매우 낮은 인지도를 가진 작품임에도 전투 시스템 하나만은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었고, 이 시스템은 이후 ‘테일즈 오브’ 시리즈에도 지대한 영향을 줬을 정도로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먼저 전투 스킬의 경우 복잡한 커맨드를 넣는 것이 아닌 스틱(키보드는 방향키) 방향을 설정하는 것만으로 구현되며, 일반 공격 역시 버튼을 누를 때마다 발동되는 콤보를 이용자가 직접 수정할 수 있어 다양한 패턴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기본 캐릭터 이외에 다른 파티 캐릭터를 ‘오토’로 설정하여 자동으로 공격하게 할 수도 있고, ‘매뉴얼’로 설정하여 파티원 모두를 실시간으로 조작할 수도 있는 등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유로운 전투를 펼칠 수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아울러 스토리, 이벤트 등으로 획득할 수 있는 ‘칭호’를 성장시켜 통해 전투 스킬과 기본 스탯을 향상할 수 있는 육성 시스템은 15년이 지난 지금 플레이해도 큰 이질감이 없을 정도의 재미를 주었다.
다만 게임의 스토리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2009~10년 당시 일본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캐릭터들이 ‘마모루’(守る / 지킨다)를 자주 언급하는 ‘마모루’ 열풍이 불고 있었는데, 이 게임 역시 무슨 일만 벌어지면 “널 지키겠어.”, “또 지키지 못했어….”와 같이 뭘 지키지 못해서 병이 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게임 장르 소개부터 ‘지키는 것의 소중함을 아는 RPG’다.)
여기에 ‘금쪽이’에 나가면 한동안 SNS에서 온갖 질타를 받을 정도로 말 더럽게 안듣는 유년기 시절 주인공의 행동이나 성장기 이후 발생하는 ‘억까’ (억지로 까이는) 스토리 등은 15년이 지난 지금 받아들이기 다소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레이세스 f'는 원작의 단점을 지우고, 장점을 극대화한 상당한 재미를 담은 작품으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는 ’테일즈 오브‘ 시리즈 중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1~2‘를 이런 식으로 리마스터 해줬으면 할 정도였다.
만약 ’테일즈 오브‘ 시리즈를 예전에 즐겨봤거나, 자유도 보다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를 지닌 JRPG에 더 큰 흥미를 느끼는 이들이라면 ’그레이세스 f'는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