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5] 아직은 좀 더 버틸 때! 다변화 성과 기다리는 카카오게임즈

지난해 많은 게임사들이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카카오게임즈는 특히 더 힘든 한해를 보냈다. 물론 주주들은 더 고통스러웠다.

지난 2021년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게임대상을 차지한 후 화려하게 날개를 폈던 카카오게임즈는 3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기며, 3N 구도를 깰 강력한 후보로 주목을 받았지만, 2023년 급격한 실적 악화로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에버소울, 아키에이지 워,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등 신작을 선보였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

2023년은 그래도 신작이 연이어 나왔기 때문에 매출도 1조원대를 유지하면서 회사가 움직이는 느낌이라도 줬지만, 2024년은 더 암울했다. 연초에 퍼블리싱 작품으로 출시된 롬이 그나마 선방했을 뿐, 회사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신작을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 출신이 설립한 해외 개발사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에 투자하면서 국내 퍼블리싱 권한을 획득한 스톰게이트는 RTS 부활을 외치고 야심차게 얼리액세스를 시작했지만 소리소문없이 묻혔고, 방치형 게임 시장을 노리고 퍼블리싱을 진행한 그랑사가 키우기 역시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투자를 늘려 자회사로 편입시킨 오션 드라이브 스튜디오에서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를 스팀으로 선보였지만, 이 역시 매출 기여는 미비했다. 1편에 이어 2편까지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의 ‘패스오브엑자일2’가 호평을 받으면서 PC방 순위 9위에 오른 것이 2024년 카카오게임즈의 유일한 위안거리다.

2024년에 유일한 위안거리가 된 패스오브엑자일2
2024년에 유일한 위안거리가 된 패스오브엑자일2

이렇다보니, 매출은 2023년보다 더 안좋아졌다. 1분기 2463억, 2분기 2356억, 3분기 1939억으로 지속적인 감소를 보였으며, 4분기 실적이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1700억대로 예상되고 있어, 4년 연속 1조 매출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영업이익 역시 계속 감소를 보이고 있으며, 4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주력 게임들의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그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에 많은 도움이 됐던 세나테크놀로지도 매각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코로나 당시 경쟁적으로 진행됐던 연봉 인상 흐름에 동참하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 됐다.

2024년 3분기까지 실적
2024년 3분기까지 실적

이렇다보니, 주가도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추락했다. 최고 주가를 찍었던 ‘오딘 발할라 라이징’ 1위 시절은 아예 논외로 하더라도, ‘아키에이지 워’ 출시 전 4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가, 2023년 2만원대로 주저앉았으며, 2024년에는 1만원대 중반까지 추락하면서 공모가 이하로 내려갔다. 주식 시장에는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지난 2021년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발행한 무보증 5000억 규모의 전환사채도 폭탄으로 돌아왔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보유하고 있던 현금 자산과 크래프톤 지분을 활용한 교환사채로 위기를 넘겼지만, 투자에 사용되어야 할 현금 보유고가 줄어든 만큼,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물론, 급격히 시장이 안좋아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준수한 매출과 영업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몇 안되는 기업인데 너무 저평가되고 있는 느낌도 있긴 하다. 하지만,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상장 추진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계속 커지고 있고, MMORPG에 치중된 라인업, 그리고 주력 매출원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북미, 유럽 진출도 연기되면서 해외 매출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어, 성장 기대감이 낮은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또한, 코스닥 입성 당시 7320만4731주였던 주식수가, 지속적인 스톡 옵션 발행으로 현재 8286만6437주까지 늘어났다. 주가가 하락 중임에도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없이 상장 주식수만 계속 늘어났으니, 주가가 낮아지는게 당연하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카카오게임즈 주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카카오게임즈 주가

이처럼 카카오게임즈가 힘든 2024년을 보낸 것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채질 개선을 하기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성공에 자극받아 너무 MMORPG에 치중된 라인업을 준비했기 때문에, MMORPG에서 글로벌 콘솔 시장으로 변한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크로노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크로노 오디세이’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고,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에서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을 개발하면서 뒤늦게 콘솔 시장 대응에 나섰지만, 대형 콘솔 게임의 특성상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장 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야심차게 인수했던 자회사들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잠식 상태였던 엑스엘게임즈가 ‘아키에이지 워’ 매출 덕분에 흑자 전환했고, 엔씨소프트와의 표절 소송에서도 1심에서 승소하면서 한숨 돌렸다.

엑스엘게임즈를 흑자 전환시킨 아키에이지 워
엑스엘게임즈를 흑자 전환시킨 아키에이지 워

넵튠 역시 모바일 마케팅 전문회사 애드엑스와의 합병을 통해 강력한 광고플랫폼 회사로 거듭나면서 지난 2023년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기업으로 변신했다. 고양이스낵바로 유명한 트리플라, ‘무한의 계단’으로 유명한 엔플라이 스튜디오 등 인수한 캐주얼, 미드코어 모바일 개발사의 작품들이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광고 플랫폼 사업과 시너지를 낸 덕분이다.

강력한 광고 플랫폼 회사로 거듭난 넵튠
강력한 광고 플랫폼 회사로 거듭난 넵튠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카카오게임즈의 든든한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는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으로 준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첫 작품으로 선보인 ‘발할라 서바이벌’은 글로벌 사전예약 500만명을 돌파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고, 2분기 출시를 준비 중인 서브컬쳐 도전작 ‘프로젝트C’도 지스타2024에서 이어 AGF2024에도 참가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루트슈터 장르에 도전하는 ‘프로젝트S’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후속작으로 불리는 ‘프로젝트Q’도 올해 3분기 출시 예정인 만큼,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2024년 한해 동안 신작 가뭄으로 고생했던 카카오게임즈의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 중인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 중인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계속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카카오게임즈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긴 하지만, 어차피 실적이 연결되는 자회사인 만큼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높았을 때는 중복 카운팅 이슈 때문에 카카오게임즈 가치가 낮아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주가 낮아진 상황에서는 오히려 라이온하트가 상장에 성공하는 것이 주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몸값이 오른 만큼, 카카오게임즈가 들고 있는 지분의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처럼 퍼블리싱 계약으로 엮여 있는 게임은 카카오게임즈 매출로 잡힌 후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로 수익 배분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상장한다고 해서 카카오게임즈 매출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조계현 대표 임기 만료 후 어수선한 상황에서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한상우 대표의 지휘 아래 글로벌 PC/콘솔 시장을 노리는 게임사로 변신하는 작업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2024년 게임스컴에 한상우 대표가 직접 나서서 자회사 오션드라이브의 신작 3종을 소개하면서 PC/콘솔 게임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크로노 스튜디오의 ‘크로노 오디세이’도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고,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내년으로 밀렸지만, 트리플A급 게임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콘솔 플랫폼에 도전한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긴 하나, 유명 IP인 만큼 기대감이 높은 ‘검술명가 막내아들’도 있다.

카카오게임즈 재도약의 핵심이 될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카카오게임즈 재도약의 핵심이 될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지난해 나왔어야 할 가디스 오더의 출시가 많이 밀리긴 했지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게임성을 업그레이드 중이고, 지난해 말 성공적으로 데뷔한 패스오브엑자일2도 여름 경에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얼리액세스 단계인데도 전 세계적으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식 서비스가 된다면 패스오브엑자일1 못지 않게 카카오게임즈에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 시장이 혼돈 그 자체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보라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2024년에 일본 자이프 거래소에 상장했으며, 기존의 인플레이션 도입안을 철회하고, 메인넷 가스 수수료로 지불되는 보라의 일정 비율을 소각하는 다이나믹 토큰 소각 모델 적용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 코인이지만 그동안 주목할만한 게임을 선보이지 못해서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글로벌 IP를 활용한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M과 계약을 맺고 개발 중인 SM게임스테이션은 메타보라가 개발을 맡아서 블록체인 적용 기대감이 있었지만,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2025년 핵심 게임이 될 프로젝트Q
2025년 핵심 게임이 될 프로젝트Q

올해 카카오게임즈의 출시 예정 라인업을 보면 상반기에는 이미 출시된 발할라 서바이벌과 2분기 출시 예정인 프로젝트C, 가디스오더 정도이고, 하반기에 프로젝트Q, 크로노 오디세이 등이 출격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2분기 출시라고 하면 분기 마지막 달인 경우가 많으므로, 여름까지는 기존 게임으로 버티고, 여름 이후부터 신작들의 활약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것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 연말에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오랜만에 구글 매출 1위를 탈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했고, ‘아키에이지 워’,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등도 대형 업데이트가 있을 때는 매출 순위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 게임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줘서 상반기를 무사히 넘긴다면, 하반기에는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2026년에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으로 화려하게 도약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이 있다. 이미 많이 물러섰으니, 이제 앞으로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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