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재결제 강요, 확률 조작... 논란이 멈추지 않는 중국 게임들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는 중국 게임 ‘라스트 워: 서바이벌(이하 라스트 워)’이 유료 재화를 환불받은 이용자에게 재결제를 강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중국 게임사 퍼스트펀이 서비스하는 ‘라스트 워’가 유료 재화를 환불받은 이용자의 ‘신용점수’를 차감한 뒤 게임 이용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용자는 환불받은 금액만큼의 ‘신용점수’를 다시 현금으로 구매해야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악의적인 환불 요구가 아닌 실수나 착오로 인한 환불도 예외 없이 ‘신용점수’를 구매해야 한다.
이에 대한 불만과 항의가 게임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퍼스트펀은 별다른 해명이나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의 이런 배짱 횡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샤이닝 니키’를 서비스한 동북공정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있다.
페이퍼게임즈는 2020년 ‘샤이닝 니키’의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복 의상을 선보였다. 한국 서버를 기념해서 우리나라 전통 의상인 한복을 출시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갑자기 일부 중국 이용자들이 “한복은 중국 한푸에서 유래한 것이다”, “한국이 중국 문화를 도둑질하고 있다”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지만 페이퍼게임즈는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조국의 뜻에 동의한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한국 서버에서 조국(중국)을 모욕하는 이용자를 처벌하겠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한복은 중국의 전통 의상을 모방한 것’이라는 청년 연맹 중앙위원회의 글까지 게임 공식 카페 공지로 올렸다.
이후 페이퍼게임즈는 서비스 시작 7일 만에 돌연 한국 서비스 종료 소식을 발표하는 황당한 일을 저질렀다. 참고로 페이퍼게임즈는 현재 한국 법인 ‘인폴드코리아 주식회사’를 세우고 여성향 게임 ‘러브앤딥스페이스’, 샤이닝 니키 후속작 '인피니티 니키'를 당당하게 서비스하고 있다.
일부 중국 게임사들은 ‘먹튀’ 논란까지 빚은 바 있다. 2023년 5월 ‘데빌노트: 보물 헌터’를 국내에 출시한 유주 게임즈 한국 법인은 게임 출시 전부터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법인을 청산할 경우 법적인 조치에 어려움이 따른다.
유주 게임즈는 “허위 정보가 나와 문제가 되고 있다. 게임의 실제 운영법인은 유주(싱가포르)로,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라고 입장을 밝혔으나, 게임사는 2019년 출시한 ‘리그오브엔젤스’, 2021년 출시한 ‘삼국지혼’의 서비스도 1년을 채 유지하지 못했던 만큼 주장의 신빙성은 떨어졌다.
실제로 유주게임즈는 공식 라운지를 통해 유료 아이템 환불 신청을 받긴 했으나, ‘데빌노트: 보물 헌터’를 출시 1년도 지나지 않은 2024년 4월 30일에 서비스 종료했다.
추가 취재한 결과 현재 ‘데빌노트: 보물 헌터’는 후속작 운영권을 넘긴 애닉(구 베스파)을 통해 ‘데빌노트2: 레이더스 사가’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서비스되고 있다. 2024년 5월 15일 출시된 게임은 (구글플레이 기록 기준) 업데이트 날짜가 2024년 5월 27일에 멈춰 있으며, 공식 라운지를 통해 안내되던 서버 점검 소식도 2024년 11월 1일에 멈췄다.
‘데빌노트2: 레이더스 사가’ 게임 이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게임은 버그 등의 운영 제보에도 묵묵부답이며, 게임 후반부에는 한국어 번역이 덜 된 인 게임 스크립트도 등장하고 있다. 또다시 서비스 1년이 지나기 전에 서비스를 종료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서도 중국 게임사들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중국 게임사 릴리스게임즈의 자회사 파라이트 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방치형 모바일 게임 ‘AFK: 새로운 여정’이 확률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게임 운영진은 이벤트 캐릭터 획득 확률이 3%이며, 40회 뽑기를 하면 확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고 공지했으나, 실제로는 천장 횟수에 도달하기 전까지 당첨 확률이 지나치게 낮아 확률 조작 의혹이 생겼다.
이에 이용자들이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하자 진실이 드러났다. 3%는 특정 영웅을 확정 획득(일명 천장)하는 경우를 포함해 계산한 것으로, 실질적인 뽑기 확률은 그보다 낮았다. 파라이트 게임즈는 공식 카페를 공지를 통해 ‘확률 표기 방식 오류’였을 뿐 ‘뜻하지 않게 불편을 드린 점 양해 부탁드린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게임사는 이용자들은 명시된 표기보다 낮은 확률에서 뽑기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환불이나 보상에 대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조이게임즈의 ‘픽셀 히어로’도 확률 조작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희망 소환’이라는 뽑기 시스템에서 특정 영웅의 획득 확률을 1.1%로 표기했지만, 실제로는 특정 횟수 이하에서는 해당 영웅이 나오지 않는 ‘락(Lock)’이 걸려 있었다. 한 이용자가 100개의 계정을 사용해 1460번의 뽑기를 진행하면서 실험한 결과, 특정 구간에서는 선택한 영웅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던 것.
논란이 커지자 게임 운영진은 확률이 천장에 가까워질수록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방식이며, 전체적으로 평균 확률을 1.1%로 계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확률 변동 방식과 특정 구간에서의 ‘락’ 설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신을 샀다.
이처럼 중국 게임사들의 불공정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법률상 해외 게임사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어렵고, 서비스 중단으로 책임을 회피한 뒤 다른 법인을 통해 재진출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이용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그나마 국회가 지난해 해외 게임 사업자가 국내에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오는 10월까지 유예기간이 적용되어 즉시 해외 게임사들의 횡포를 막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라스트 워 서바이벌’, ‘화이트 아웃 서바이벌’ 등 중국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대리인 제도도 아직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되지 않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이용자를 보호하고 중국 게임사들의 막장 행보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