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똥손을 위한 밀키트 건축게임, ‘타이니 글레이드’
대충 클릭만 해도 결과물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주는 건축 게임이 등장했다.
필자는 사실 건축을 잘하지 못한다. 건축이 주요 플레이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마인크래프트’에서조차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만들지 못해서, 자연 생성되는 건축물인 주민 마을의 집에 얹혀살고는 했다.
그렇게 건축은 어렵다는 인식이 깊어지던 와중, ‘똥손’도 화려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타이니 글레이드’의 소문을 듣고 직접 한번 플레이해 봤다.
게임은 플레이 방식도, 구조도 상당히 간단했다. 숲, 초원, 강가, 언덕 등 다양한 테마의 정원(건축 터)에서 건축물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된다. 세세한 튜토리얼은 없지만, 이것저것 눌러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플레이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지형 편집 도구’, 집의 규모와 모양을 잡아주는 ‘건축 도구’, 호수나 강 같은 물길을 낼 수 있는 ‘물 편집 도구’, 창문이나 굴뚝, 깃발 같은 조형물을 배치할 수 있는 ‘기타 도구’ 등 건축을 돕는 기능들도 잘 마련돼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사전 구성된 건물틀이 있어서 드래그 앤 드롭,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멋진 건축물이 완성된다. 자동으로 조정되는 구조 덕분에 어색한 건축물이 나오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건축을 시작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건물 색상에 제한은 좀 있지만, 어떻게 조합해도 묘하게 어울리는 신기한 스타일이 완성된다.
여기에 굴뚝이나 깃발, 창문, 건물의 높이나 배치 등으로 차별화 주면 나만의 건축물이 완성된다. 사전에 재료가 구비된 밀키트에 내가 자주 사용하는 조미료를 넣어 변주를 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건축물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자원도 없어서 원하는 대로 무한하게 건물을 지어나갈 수 있다.
이렇게 완성한 건물은 별도의 촬영 모드들을 통해 더욱 아름답게 기록할 수 있다. 사이드 뷰, 버드 아이 뷰 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점도 다양하다. 조리개값 옵션도 있기 때문에 아웃포커싱 효과를 주어 감성적인 연출도 가능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1인칭 모드로, 직접 게임 안에 들어간 것처럼 사람 눈높이에서 건물을 돌아볼 수 있다. 가끔 방문한 양이나 오리를 쓰다듬을 수도 있는데, 평화로운 BGM과 아기자기한 건축물, 감성이 물씬 풍기는 상황이 펼쳐지니 힐링하기 딱 좋았다.
여기에 ‘시간’ 설정을 건드리면 인 게임 내 낮과 밤을 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서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쉬웠다. 원한다면 그림자의 방향을 조정하거나, 인 게임에 내장된 필터를 통해 감각적인 사진도 저장할 수 있다.
확실히 건축을 못하는 이용자도 제법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지만, 반대로 이게 게임의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건물이 이상적인 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배치 제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세밀한 난간의 높이, 창문의 크기 등의 조작은 막아두어 게임의 자유도가 떨어지는 것.
심지어 창문이나 문의 위치를 조정하면 게임에서 임의로 꾸밈 아이템을 배치하게 되는데, 이걸 이용자 마음대로 변형할 수 없다. 창문에 마음대로 걸린 빨래걸이를 없애고 싶었는데, 삭제가 안 됐다.
이용자가 직접 배치할 수 있는 추가 장식 요소가 부족한 것도 상당히 아쉬웠다. 특히 건물을 높게 지을 때 어울리는 계단이나 사다리 아이템이 부재하고, 자동 생성되는 꾸밈 아이템들을 따로 원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는 요소도 없다. 지금까지의 기능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은 만들 수 있지만, 가장 이상적인 작품이 나오긴 어렵다.
요약하자면, 타이니 글레이드는 직관적이고 편리한 조작으로 건축 초보자도 쉽게 멋진 건축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게임이다. 하지만 자유도가 다소 제한적이고, 꾸미기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은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보완되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다른 건축 게임들이 저점이 낮은 대신 고점이 높았다면, 타이니 글레이드는 저점이 높고 고점이 낮은 타입이다. 이용자의 성향에 따라 플레이 경험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으리라 본다.
건축 게임을 좋아하지만 복잡한 조작이 부담스러웠던 이용자나, 건축게임에 입문해 보고 싶은 이용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