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카드게임 초창기 개발진이 팔던 수백 억 규모 빈티지 카드, 사실 가짜였다?

신승원 sw@gamedonga.co.kr

수백, 수천 만 원을 들여 구매한 포켓몬 카드 게임의 프로토타입 카드가 사실 가짜일 수도 있다.

포켓몬 카드게임은 1996년, 크리처스에서 개발하고 포켓몬 컴퍼니가 유통하기 시작한 TCG다. 게임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전 세계 93개국에서 무려 648억 장(2025년 2월 기준)의 포켓몬 카드가 판매되었다. 해당 TCG를 모바일로 옮긴 ‘포켓몬 카드 게임 포켓’도 출시 한 달 만에 전 세계 2억 800만 달러(약 3022억 448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포켓몬 카드게임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포켓몬 카드게임
프로토타입 카드는 비싸게 거래된다
프로토타입 카드는 비싸게 거래된다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만큼 포켓몬 카드게임의 초기 개발 단계에서 사용된 프로토타입 카드는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 1995년 제작된 프로토타입 중 하나인 피카츄 카드는 한화 약 3,544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포켓몬 카드 게임의 오리지널 제작자 중 한 명인 아카바네 타쿠미는 작년부터 자신의 개인 컬렉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8년까지 게임의 개발사인 크리처스에서 근무했던 만큼, 다수의 프로토타입 카드를 소장하고 있었으며, 해당 카드들은 감정 회사 CGC의 검증을 거쳐 판매되었기 때문에 모두가 신뢰하고 카드를 거래했다.

하지만 ‘pfm’이라는 한 이용자가 일부 카드의 진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해당 이용자는 카드의 인쇄 메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부 카드가 2024년에 제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프린터는 종이를 인쇄할 경우 인쇄 시간 및 프린터 일련번호와 같은 메타데이터가 포함된 작은 점 패턴이 삽입된다. 예를 들어, 니드퀸 프로토타입 카드의 색상을 조정하고 확대하면 작은 점 패턴이 보인다. 이 패턴은 인쇄 시간(mm/HH), 일(DD), 월(MM), 년도(YY), 일련번호를 이진수로 나타낸다.

이를 해석하면 ‘2024년 6월 29일 8시 17분에 일련번호 704641508의 프린터에서 인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토타입 카드가 2024년에 인쇄될 일은 없으니, 가품이다.

직접 싸인까지 한 카드가
직접 싸인까지 한 카드가
2024년 출력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 이용자 ‘pfm’가 efour에 공개한 사진
2024년 출력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 이용자 ‘pfm’가 efour에 공개한 사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아카바네 타쿠미가 공개한 이브이 프로토타입 카드를 확인하니 동일한 도트 패턴이 확인됐다. 화질이 좋을 경우 사진만으로도 메타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카바네 타쿠미가 판매하는 다수의 프로토타입 카드가 2024년에 인쇄된 위조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더욱 커졌다.

아카바네 타쿠미가 판매한 프로토타입 카드가 가짜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용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거래된 카드들의 피해 규모는 최대 약 1000만 달러, 우리 돈 145억 3,1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CGC 감정을 거쳐 판매된 카드의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기존 거래 카드뿐만 아니라 향후 거래될 카드의 진위성도 의심받게 되었다.

CGC
CGC

사건이 커지자 침묵하던 CGC는 ‘포켓몬 프로토타입 및 플레이테스트 카드에 대한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CGC 관계자는 “문제가 된 카드는 CGC에서 등급을 매긴 전체 카드 중 0.03% 미만에 불과하다”며, 등급을 매긴 모든 카드를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CGC는 해당 카드들의 감정을 재검토하고, 관련된 모든 거래 기록을 조사 중이다. 조사의 일환으로, 의심되는 프로토타입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이용자는 CGC 본사에 카드를 일시적으로 반환해야 한다. 2025년 1월 31일 기준 CGC에 반환되지 않았고, 프로토타입 가품 사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카드 인증 번호 목록이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카드 거래가 활발한 Alt
카드 거래가 활발한 Alt

아울러 포켓몬 카드가 활발히 거래되던 카드 거래사이트 ‘Alt’ 역시 “우리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판매된 CGC 등급 포켓몬 프로토타입 및 플레이테스트 카드에 대한 최근 주장을 알고 있으며, CGC와 긴밀한 협력 하에 철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가 확인되면 즉시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Alt’에서 유통되던 프로토타입 관련 카드들은 대부분 거래가 중단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아카바네 타쿠미는 현재까지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해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해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 사건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포켓몬 카드 수집 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CGC를 비롯한 감정 기관의 신뢰도 문제, 기존 구매자들의 피해 보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가품 의혹을 제기한 이용자는 ‘Alt’는 “(프로토타입에 가품이 섞여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낙담했다. 재정적인 측면보다도 역사의 일부를 소유한다는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돼 안타깝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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