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슈퍼 쏘리’, 도게자가 처음이라 죄송합니다!
‘도게자를 박다’, ‘빨리 도게자 해라’ 등으로 표현되는 도게자는 일본의 사죄 방식 중 하나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이마를 바닥에 대고 절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고개 숙임보다 훨씬 강한 사과의 의미를 지니며, 상대에게 깊은 반성과 속죄의 뜻을 전하는 행위다. 세부적인 뜻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석고대죄와 유사한 무게감을 가진 것으로 통한다.
그리고 그런 도게자를 극한으로 활용한 게임이 있다. 바로 선 스튜디오의 시뮬레이션 게임 ‘슈퍼 쏘리’다. 이름부터 강렬한 이 게임은 말 그대로 최고의 ‘도게자’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용자는 한 샐러리맨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이유로 도게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주인공을 조종해, 최고의 사과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마우스를 꾹 누르면 무릎을 굽히고, 손을 떼면 다리를 쫙 펼치는데, 이를 이용해 최대한 화려한 도게자를 완성해서 최종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는 방식이다.
각 스테이지의 클리어 스코어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도게자의 점수는 이용자가 마우스를 2초 동안 누르고 있을 때를 기준으로 캐릭터의 자세와 누적 점수에 따라 정해진다. 공중회전을 하거나 땅을 오래 구를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마지막에 정확하게 엎드린 자세로 있어야 점수가 인정되며, 사과하는 대상을 치거나 시야에서 너무 벗어나면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 생각보다는 난도가 어려운 편이다.
또한 게임은 물리 엔진이 특이한 편이라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상체를 뒤집기 위해 바닥에서 물고기처럼 퍼덕거리게 되기도 하고, 우연히 완벽한 드롭킥 자세로 사과하는 대상을 공격하게 되기도 한다. (발로 차기 딱 좋은 각도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사과 대신 공격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도게자는 처음이라 그만...)
스테이지가 높아질수록 방해 요소도 점점 다양해진다. 주변에서 방해하는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전기가 흐르는 전깃줄을 피해서 도게자를 해야 하는 등 점점 난도가 올라간다. 현대적인 배경에 뜬금없이 움직이는 가시 발판이나 회전하는 기둥이 등장하기도 한다. 괜히 딴지를 걸고 싶어지는 디자인이다.
직접적인 컷신이나 대사를 통한 스토리 전달은 없지만 스테이지 배경의 변화에 따라 주인공의 일생도 얼추 유추할 수 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상사에게 도게자를 하던 주인공이 점점 여러 장소를 거쳐 나중에는 법정에서까지 사죄하는 상황에 처한다. 심지어 재판석에는 사과했던 대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최종적인 엔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하지만, 후속작의 이야기를 연결하기 좋게 마무리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짧지만 임팩트 있는 플레이 경험을 제공해 알차게 즐긴 게임이지만, 버그가 자주 발생해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캐릭터가 벽에 박혀서 움직이지 않거나, 몸이 기괴하게 꺾인 상태로 고정돼 엎드린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3시간 정도면 엔딩을 볼 수 있는 짧은 플레이타임은 짧고 굵게 즐기기 좋은 게임으로서는 적당했지만, 가격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워 게임을 모두 클리어했더라도 즐길 수 있는 별개의 기록 경쟁용 모드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았다.
요약하자면, ‘슈퍼 쏘리’는 과장된 물리 엔진과 코믹한 연출로 웃음을 주는 게임이다. 플레이하는 재미도 있지만, 보는 재미가 강조되는 만큼 게임 스트리머들이 가볍게 플레이하기에 좋은 거 같다. 실제로 벌써 몇몇 인기 스트리머들이 플레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버그가 좀 남아있지만, 독특한 물리엔진으로 웃음을 주는 게임을 좋아하거나 킬링타임용 게임이 필요한 이용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