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뇌절에 기세를 더하면 예술이 된다 '용과같이 8: 파이리츠 인 하와이'
메인 스토리는 한없이 묵직한 수컷 향 짙은 이야기를. 서브 퀘스트는 온갖 변태들이 난무하는 저세상 스토리를 보여주는 용과같이 시리즈에 새로운 외전이 등장했다.
지난 21일 정식 출시된 '용과같이 8 파이리츠 인 하와이'(이하 파이리츠 인 하와이)가 그 주인공이다. 2024년 출시된 '용과같이 8' 외전으로 출시된 '파이리츠 인 하와이'는 시리즈 전통의 명품 조연이자 '시마노의 광견'으로 불리는 마지마 고로가 단독 주연으로 등장하여 많은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파이리츠 인 하와이‘의 제작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본 필자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새로운 주인공으로 밀고 있는 이치반도, 전통의 주인공 키류도 없는 신작을 왜 만들까?"라는 의구심이었고, 또 하나는 "마지마 고로가 주인공이면 제정신인 게임은 아니겠네"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플레이해 본 게임은 뇌절에 뇌절을 거듭하는 ‘용과같이’의 서브 콘텐츠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뇌절도 이 정도면 예술이다"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느낌이었다.
우선 이 게임은 '기세'로 모든 개연성을 돌파한다. 미국 영토인 하와이에 15~16세기 ‘대항해시대’에나 나올 법한 해적들이 등장하는 것은 “그냥 있으니까 있다”라는 식으로 돌파하고, 일본인인 마지마 고로가 현지인들과 말이 통하는 것도 “기억상실이라 여차저차 됐다”라는 식으로 넘겨버린다.
여기에 ‘범선’에 부스터를 달고, 레이저를 쏘는 레이저 대포까지 장착할 수 있지만, 해적들끼리 배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선상 전투’는 여전히 남아있고, 전설의 해적이 남긴 보물을 찾았다는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등 앞뒤가 하나도 안 맞지만, 오롯이 ‘기세’로 모든 것을 돌파해 나간다.
마치 별것 아닌 말인데 ‘기세’ 하나로 배꼽 잡게 웃겨버리는 개그맨의 개그를 보듯이 개연성은 안중에도 없고, 모든 것을 ‘기세’로 몰아붙이다 보니 게임을 하던 필자도 별다른 생각 없이 게임 자체에 빠져드는 묘한 경험을 했을 정도였다.
물론, 단순히 설정만 신기하고 정작 게임 콘텐츠가 재미없다면 그냥 뇌절만 하다 끝나는 작품이 되겠지만, 게임의 완성도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전투의 경우 턴제 액션으로 전환됐던 ‘용과같이 7~8’과 달리 다시 리얼타임 액션으로 회귀했다. 주인공 고로는 ‘광견’과 ‘파이리츠’ 두 가지 형태의 전투 스타일로 전환할 수 있는데, ‘광견’은 원작의 팬들이라면 익숙한 형태의 액션 콤보와 함께 회피기와 빠른 공격 스피드를 보여준다.
여기에 ‘파이리츠’는 두 자루의 검과 함께 ‘머스킷 총’을 활용한 원거리 공격을 펼칠 수 있으며, 밧줄을 활용해 먼 거리의 적에게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공격패턴을 펼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도시에서의 전투나 강적과의 전투는 빠른 공격과 회피를 통한 카운터 공격을 날릴 수 있는 ‘광견’으로, 다수의 적을 상대해야 하는 해상 전투 및 보물섬 공략은 ‘파이리츠’ 형태로 전환하여 전투를 펼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게임의 진행은 크게 바다 질주하며 진행되는 해양 콘텐츠와 도시에서 진행되는 육지 콘텐츠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이번 작품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해양 콘텐츠는 주인공 고로의 함선인 ‘고로마루’를 타고 해양을 질주하며, 해적선을 상대하고, 숨은 보물을 찾아내는 등 해상 전투와 탐험을 중점으로 진행된다.
해상 전투의 경우 배를 조작하는 방식이나, 액션 효과가 상당하고, 비나 바람이 부는 악천후 속에서 벌이는 전투가 상당히 재미있어서 어지간한 해적 게임보다 더 나은 액션을 보여주는 수준이다.
특히, 해적들의 집합지인 매드란티스에서 벌이는 ‘파이리츠 콜로세움’은 이 해상전을 극한으로 추구하는 콘텐츠로, 선원들을 영입하는 영입 조건이 이 콜로세움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기록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메인 & 서브 스토리도 상당수 엮여 있는 등 이번 작품의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한다.
다만, 사람을 잡아다 전투를 벌이는 전작의 ‘야쿠몬’과 비교해 함선 전투-> 선상전투로 이어지는 흐름이 너무 반복적이고, 후반부로 갈수록 실력보다는 배의 업그레이드나 무기에 따라서 승부가 결정되다 보니 흥미롭기보다는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에는 다른 형태로 보강이 필요해 보였다.
다수의 선원이 필요한 배를 움직여야 하다 보니 선원 영입도 상당히 중요한 모습이었다. ‘고로마루’의 선원은 특정 아이템을 주거나 일정 해적 등급 달성, 서브 퀘스트 등으로 영입할 수 있으며, 크게 전투원과 갑판 승무원으로 능력치가 나뉘어 등장한다.
이 선원들의 능력치는 해상 전투는 물론 선상 전투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배를 최대로 업그레이드하더라도 선원의 레벨이나 능력치가 좋지 않으면 강적을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해적선을 찾아 선원 레벨을 올리는 일종의 ‘레벨 노가다’가 필요할 정도였다.
워낙 정신 나간 설정을 지닌 작품인 만큼 서브 퀘스트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재미를 보여준다. 전작에 등장했던 변태 사진 찍기가 그대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장비를 개발했다는 박사가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음성변조로 ‘동물용 샴페인’을 주문하게 하는 등 육성으로 웃음을 터트릴 만한 이벤트가 계속 등장한다.
이 중에서도 일본의 코미디언 마사루 후지타가 열연한 ‘아키야마 류지’와 연계된 ‘마나토구계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서브 퀘스트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무려 실사 배우들이 직접 연기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만큼 꼭 플레이해 보는 것을 추천할 정도다.
이처럼 '파이리츠 인 하와이'는 마지마 고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극한의 기세로 몰아붙이는 기괴한 설정과 이 설정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바꿔주는 뛰어난 해상전과 알찬 콘텐츠. 그리고 다양한 미니게임부터 신선하다 못해 괴랄하기까지 한 서브 퀘스트 등 원작의 재미를 새로운 형태로 비튼 모습으로 등장했다.
개인적으로는 ‘용과같이 7’로 죽어가던 시리즈를 다시 살려낸 용과같이 스튜디오가 새로운 형태의 시리즈를 찾은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물론, 매드란티스와 해상 콘텐츠를 제외한 장소 대부분이 전작과 완전히 똑같이 등장하고, 캐릭터들 역시 겹치는 이들이 많아 “맵을 또 재탕한다”라는 평가를 듣기 충분하고, 메인 콘텐츠인 ‘파이리츠 콜로세움’이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만약 용과같이 시리즈를 즐겨봤거나,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 없이 단순하고, 화끈하지만 짜임새 있는 게임을 즐기기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파이리츠 인 하와이'는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