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하면 압수수색까지?” 설립부터 석연찮았던 디나미스원의 1년간의 행보

지난 2024년 8월 한 신생 개발사에서 새로운 서브컬처 게임을 소개하는 이미지 하나를 공개했다.

이 게임을 만들던 개발사는 8월 21일부터 27일까지 총 4번에 걸쳐 새로운 이미지를 공개했고, 한국 소재의 회사임에도 오롯이 일본어와 영어로만 정보를 공개하여 해외 시장을 타겟으로 한 게임임을 공공연히 밝혔다.

하지만 이 게임은 프로젝트 단계에서 좌절됐고, 이 개발사는 현재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인해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이 개발사의 이름은 디나미스원. 그리고 이들이 개발하던 게임의 타이틀이 바로 전세계 서브컬처 팬들에게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킨 ‘프로젝트 KV’였다.

디나미스원
디나미스원

디나미스원은 지난 2024년 설립된 신생 개발사다. 실제로 이 회사는 ‘블루아카이브’의 개발 및 서비스를 담당하는 넥슨게임즈 산하 ‘MX 스튜디오’의 핵심 인력이 대거 회사를 이탈하여 설립한 개발사라는 점에서 국내 서브컬처 팬들의 초유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이들의 행보는 난항 그 자체다. 2024년 8월 공개된 ‘프로젝트 KV’부터 이들의 예전 회사인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이하 블루아카)와 유사성이 발견되어 논란을 일으켰고, 회사를 이탈하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아 게임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손가락질받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 26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로부터 회사의 압수수색이 진행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디나미스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어떤 행보를 걸어왔기에 이처럼 게임 이용자와 산업 종사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것일까?

[시작부터 석연찮았던 디나미스원의 설립과정]

‘디나미스원’은 지난해 4월 26일 설립됐다. 이 회사의 주축에는 ‘블루아카’의 메인 디렉터로 이용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MX 스튜디오’의 박병림 PD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후 시나리오 디렉터, 아트 디렉터 등 스튜디오의 상급 디렉터들이 4월부터 7월까지 순차적으로 퇴사를 진행. 디나미스원에 합류했다.

게임 업계는 팀 단위로 회사를 옮겨 창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빈번한 시장이다. 이에 처음에는 ‘디나미스원’ 역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개발자들이 따로 새로운 회사를 창업한 사례 중 하나로 여겨졌으나, 내부 증언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바로 이들이 MX 스튜디오 재직시절부터 내부 인원을 대상으로 퇴사를 종용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넥슨게임즈는 물론, MX 스튜디오의 내부에서는 이 ‘디나미스원’이 설립되기 전인 2023년부터 성과급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직원들을 동요시켰다는 증언이 쏟아졌고, 이들이 함께 퇴사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을 차별대우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기존 회사를 나와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는 것은 업계에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성실히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들을 동요시켜 꾀어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여기에 이들이 퇴사를 진행한 표면적인 이유 역시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었으나, 넥슨게임즈에서 공개한 재무재표에 따르면 이들의 성과급은 ‘블루아카’의 개발을 총괄했던 김용하 PD, 심지어 넥슨게임즈의 박용현 대표보다도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설득력을 잃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디나미스원’은 최근까지도 이 퇴사 종용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디나미스원은 현재도 MX 스튜디오와 넥슨게임즈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상대로 디나미스원 합류를 종용하고 있다”라며, 이들의 행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KV
프로젝트 KV

[표절 논란 끝에 개발 중단된 ‘프로젝트 KV’]

이렇듯 설립부터 석연찮은 행보를 보였던 ‘디나미스원’이 본격적으로 게임 이용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프로젝트 KV’가 공개된 이후였다.

‘디나미스원’은 2024년 설립 이후 단 4개월 만인 8월 자신들의 신작 게임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KV’를 공개했다. 설립 당시부터 ‘블루아카’의 메인 디렉터들이 대거 합류한 회사로 주목을 받았던 만큼 서브컬처 팬들의 관심 역시 높았으나, 게임의 이미지가 공개될수록 한국과 일본 등 여러 지역에서 표절 논란이 불길처럼 일어났다.

실제로 ‘프로젝트 KV’에서 공개된 설정과 ‘블루아카’의 설정은 매우 흡사하다. ‘블루아카’가 학원도시 키보토스를 배경으로 하는 것과 유사하게 ‘프로젝트 KV’ 역시 학료도시 카필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용자의 명칭이 블루아카는 ‘선생’. ‘프로젝트 KV’는 ‘스승’으로 불린다.

여기에 ‘블루아카’ 캐릭터 디자인의 핵심인 머리 위의 ‘헤일로’를 ‘프로젝트 KV’ 캐릭터들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블루아카’의 캐릭터가 무기로 사용하는 ‘총’을 ‘칼’로 바꾼 정도로 매우 흡사하다.

블루아카이브
블루아카이브

이에 ‘프로젝트 KV’의 이미지가 공개된 이후 해외의 이용자들이 “블루아카의 신작이 나왔다”라고, 소개할 정도였고, 김용하 PD가 “관계없는 작품”이라고 공식 SNS에 해명할 정도로, 두 게임의 차이점은 거의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여기에 디나미스원 측은 이미지 공개와 함께 ‘프로젝트 KV’가 일본 최대 규모의 2차 창작 행사인 ‘코믹마켓’(이하 코미케)에 ‘검은 쥐들의 파토스적인 변증법’이라는 서클로 참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업이 아닌 일반 서클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코미케’는 기업과 일반 참가자의 구분을 명확하게 두고 있다. 이에 디나미스원이 ‘검은 쥐’라는 서클까지 만들어 편법으로 일반 참가자로 출전한다는 소식에 한국은 물론, 일본 팬들마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다.

이와 함께 오롯이 일본어로 정보를 공개하여 일본 시장을 타겟으로 한 게임임을 명확히 했으나, 이들의 공지와 게임 속 이미지에 사용된 일본어가 어법에 제대로 맞지 않아 일본 이용자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게임 캐릭터를 대상으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해괴한 ‘양성구유’ 밈(MEME)까지 유행하면서 여론이 악화된 ‘프로젝트 KV’는 2024년 9월 8일 설정화 자료 및 PV 영상 일괄 삭제와 함께 결국 폐기되는 길을 걸었다.

넥슨 게임즈
넥슨 게임즈

[법정으로 이어진 디나미스원의 프로젝트 유출 의혹]

이렇듯 설립 초기부터 개발 중인 ‘프로젝트 KV’의 폐기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걷고 있는 디나미스원은 이제 법정 싸움까지 돌입한 상황이다.

넥슨게임즈는 지난해 디나미스원의 설립 관계자들이 자사의 미공개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유출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정 소송에 나섰다.

디나미스원 일부 인사들이 비공개 신규 프로젝트 ‘MX BLADE’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으며, 퇴사 전부터 장기간 계획하에 'MX BLADE'의 핵심 정보를 무단 유출하고 신설 법인의 게임 개발에 활용하기로 모의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지난 26일 '디나미스원'에 대한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의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수사대 측은 압수수색을 진행하여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디나미스원 관계자들이 유출된 데이터를 실제 게임 개발에 사용하려 했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넥슨게임즈는 이번 소송에 대해 개발 환경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를 위중한 범죄를 막고자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넥슨게임즈 측은 “이번 사건이 상호 신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게임 개발 환경의 근간을 훼손하는 위중한 범죄라고 판단하며, 경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회사 차원의 제도 보완에도 최선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게임동아는 디나미스원 측과 여러 차례 문의를 시도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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