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포크레인에 부처까지! 어딘가 이상한 격투 게임들!
우리는 흔히 격투 게임이라고 하면 매력적인 모습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해 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부분의 대전 격투 게임들이 그런 모습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나 '철권'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모습이죠.
하지만 게임 시장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캐릭터들이 등장해 대결을 펼치는 대전 격투 게임들도 존재합니다. 개는 기본이고, 포크레인과 부처까지 등장해 이게 격투 게임이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분명히 대전 격투 게임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어딘가 이상한 괴작 냄새를 풍기는 게임들을 함께 살펴보시죠.
■남자는 중장비! '건설중기 싸움배틀 빡돌았다 금강!(建設重機喧華バトル ぶちギレ金剛!!)'
남자라면 소싯적에 중장비 안 좋아했던 사람이 있을까요? 포크레인이나 불도저와 같은 장난감에 분명 열을 올렸던 적이 있으리라 봅니다.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중장비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마음에서부터 뜨거운 열정이 끌어오르기 마련이죠.
그런 게이머들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2로 출시됐던 '건설중기 싸움배틀 빡돌았다 금강!'이 주인공입니다. 이 게임은 루나틱돈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아트딩크가 선보인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열혈 만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주인공 캐릭터 금강이라는 사나이가 중장비를 이용해 격투를 벌이는 1:1 대전 액션 입니다. 일가의 부흥을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이게 왜 중장비를 사용한 전투로 이어지는지 쉽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게임은 건설용 중장비를 활용해 대결을 펼치는 특징이며, 당시 PS2의 성능을 십분 활용해 풀 3D 그래픽의 게임으로 완성됐습니다. 3D 공간의 전투를 구현한 만큼 기존의 2D 형태 대전 격투 게임과는 조작 방식부터 달랐습니다.
이용자는 마치 레이싱 게임처럼 중장비를 계속해서 조작해 상대의 옆구리나 후방을 공격해야 했습니다. 특히, 필살기 게이지가 가득하면 화려한 연출과 함께 강력한 필살기를 활용할 수 있었는데요. 어이가 없을 정도의 연출이 등장하는 것도 포인트죠.
■말 그대로 갓겜 '파이트 오브 갓즈(Fight of Gods)'
예수와 부처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 장난 같은 말을 게임으로 구현한 작품이 있습니다. 대만의 개발사 디지털 크래프터가 개발한 대전 격투 게임 '파이트 오브 갓즈'가 그 주인공입니다. 게임에는 세계 각지를 대표하는 종교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 모세, 산타가 등장하고, 불교에서는 붓다가 참전하며,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와 아테나 그리고 라미아가 얼굴을 비춥니다. 북유럽 신화 속 오딘과 프레이야 그리고 시프가 등장하며, 이집트 신화의 아누비스, 도교의 토지신이나 무신으로 추앙받는 삼국지의 관공(관우)가 나오고, 가까운 일본의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도 등장합니다.
게임은 2017년 얼리 액세스로 출시되어 2019년 정식 출시된 만큼 지금도 스팀에서 만날 수 있으며, 제법 제대로 된 게임 시스템과 완성도를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캐릭터별로 가진 필살기도 매력적이며, 체력이 회복되지만 방어력이 하락하는 예수의 부활처럼 각 등장인물에 맞춘 기술도 눈길을 끌죠.
각 종교의 신들을 게임 캐릭터로 등장시킨 만큼 후폭풍도 상당했었는데요. 말레이시아 정부는 스팀에 해당 게임을 지역 제한 걸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스팀이 이를 무시하자 아예 스팀을 차단해 버리는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에서야 스팀이 지역 차단 요청을 받아들여 스팀 차단이 해제됐다고 하죠.
개발사인 디지털 크래프터는 이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동물 이미지를 이용한 '파이트 오브 애니멀즈'라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핵주먹을 날리는 것 같은 시바견, 팔짱을 풀지 않고 다리만 사용해 싸우는 여우, 엄청난 복근을 자랑하는 흰돌고래 벨루가, 이족보행을 터득한 고양이 등 밈 동물 캐릭터를 사용한 게임입니다.
게임은 최대 4인 동시 플레이가 가능한 격투 파티 게임으로, 간단한 조작으로 박력 넘치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죠.
■희대의 괴작 격투 게임 '동동 네버다이(東東 不死傳說)'
정식으로 발매된 게임은 아니지만, 희대의 괴작 격투 게임 '동동 네버다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동동 네버다이'는 일종의 동인 게임으로, 2009년 2D 격투 게임 쯔꾸르(만들기)를 통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인 감각으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할 각종 이상한 연출이 게임의 강점입니다.
이 게임은 인기 격투 게임 시리즈 '모탈 컴뱃'처럼 실사를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무려 24종을 넘고, 마리오나 성냥개비맨과 같은 캐릭터 등을 제외하면 모두 현실의 인물이 게임 속 캐릭터를 연기했고, 그 데이터를 활용해 실사 형태로 게임에 구현됐습니다. 캐릭터는 물론 게임의 배경까지 중국 각지의 명소를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배가 나온 아저씨가 기술을 사용하는 장면이나 필살기를 사용할 때 등장하는 실사 기반 컷인 연출들이 정말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전해줘 괴작이라는 냄새를 진하게 풍깁니다. 여기에 동동은 수십 년 동안 전 인류를 이끌고 스카이넷에 대항해 싸운다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스토리를 가진 스토리 모드도 준비돼 있습니다.
이런 이상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격투 게임으로서 기본기가 생각보다 탄탄한 것이 장점이며, 개발자가 게임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만큼 2025년 현재도 활발히 팬들 사이에서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고, 내려받아 즐길 수 있죠.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동동 네버다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중국에 동동 네버다이가 있다면 일본에는 'Brief Karate Foolish'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동동 네버다이'와 마찬가지로 실사형 그래픽으로 완성됐고, 전설적인 속옷 블랙 브리프를 차지하기 위한 팬티 바람의 남성들의 싸움을 그렸습니다. 무려 초당 60프레임으로 말이죠.
쉽게 말하면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몸매를 가진 남자들이 팬티만 입고 싸우는 대전 격투 게임인데요. 무려 브리프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 중에 있습니다.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94%의 이용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으니, 라이브러리에 추가해 내 라이브러리를 더럽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