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헌 와일즈’ 같은 대작 게임이 출시되면 아픈 사람이 늘어난다

신승원 sw@gamedonga.co.kr

최근 캡콤의 최고 기대작 ‘몬스터헌터 와일즈’가 출시되면서 이용자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몬스터헌터 와일즈’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신작으로, ‘하얀 그림자’라고 불리는 몬스터의 조사를 맡은 조사대의 여정을 즐길 수 있는 액션 RPG다. 게임은 28일 정식 출시 6시간 만에 스팀 동시 접속자 수 100만 명을 기록한 것은 물론 메타크리틱 점수 90점(PS5 버전)을 넘기며 ‘머스트 플레이’ 타이틀도 획득했다.

몬스터헌터 와일즈
몬스터헌터 와일즈

그리고 이런 ‘몬스터헌터 와일즈’의 폭발적인 인기를 보면 떠오르는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바로 대작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벌어지는 공통된 일들이다.

당시 일본 트위터 트렌드 순위
당시 일본 트위터 트렌드 순위

대작 게임이 나오면 이유 없이 몸이 아프다며 회사에 연차를 사용하는 일이 급증한다. 실제로 2023년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 출시됐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게임이 출시된 당일 일본 트위터 트렌드는 1위 ‘티아킨(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줄임말)’, 2위 ‘게임 휴가’, 3위 ‘젤다 휴가’가 차지했다. 해당 키워드를 이용한 게시물에는 젤다의 전설을 온전히 플레이하기 위해 연차를 냈거나 낼 예정이라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꾀병을 부리겠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이용자들이 회사 대신 게임플레이를 선택하다 보니, 아예 기업 차원에서 연차와 휴가를 장려하는 움직임까지 생겼다.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서비스하는 라센글의 경영진 오노 요시노리는 ‘젤다의 전설: 티어즈 오브 더 킹덤’의 출시 당시 “오늘부터 당분간 업무량이 줄어들 것 같다”라며 직원들에게 게임을 선물하고 회사의 자발적인 게임 휴가를 선언했다.

아파질 사람이 많아서... 특별 휴가를 제공한 포켓페어
아파질 사람이 많아서... 특별 휴가를 제공한 포켓페어

팰월드로 유명한 포켓페어도 ‘어차피 (회사에 불러봤자) 집중도 안 될 것’이라는 이유로 대작이 나올 때마다 특별 휴가를 제공했다. 포켓페어는 2022년 ‘엘든 링’이 출시된 날 직원들에게 4일간의 통 큰 연휴를 선물했으며, 이번에 ‘몬스터헌터 와일즈’가 발매되자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모두 하루 동안의 특별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포켓페어의 한 관계자는 “이번 특별 휴가(몬스터 헌터 휴가)는 왠지 많은 직원으로부터 ‘몸이 아플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아 마련한 휴가다”라고 글을 올려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일본 게임 매체인 전파니코게이머가 ‘2월 28일은 몬스터헌터 와일즈 출시일’이라며 모든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28일을 ‘유급 휴가 권장일’로 설정했다.

대작이 출시하면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지역 설정 업데이트 방법
대작이 출시하면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지역 설정 업데이트 방법

갑자기 몸이 아파져 연차를 내기 시작한 이용자들 외에도 신비한 현상이 일어난다. 바로 엑스박스에서 ‘뉴질랜드’의 사이버 이민자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게임은 엑스박스에서 일반적으로 자정(0시)에 출시되는데, 이는 각 국가의 현지시간 기준으로 적용된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정을 맞이하는 국가 중 하나라 출시 시간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 시간 기준 3월 5일 00:00에 게임이 출시된다면 한국(UTC+9)에서는 같은 순간이 3월 4일 20:00, 미국 동부(UTC-5)에서는 3월 4일 07:00이 된다. 즉, 한국에서 엑스박스 지역을 뉴질랜드로 변경하면 한국 자정보다 4시간 빠른 저녁 8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런 특이점을 이용해 많은 이용자가 대작 출시 당일 명예 뉴질랜드인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사이버 이민’, ‘키위(뉴질랜드 국조)가 된다’ 같은 은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토가시의 작업실. 드래곤 퀘스트5를 하는 모습이다
토가시의 작업실. 드래곤 퀘스트5를 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대작이 출시되면 만화계의 거장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휴재한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헌터X헌터의 작가 토가시 요시히로다. 이용자들은 토가시가 드래곤 퀘스트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을 계기로 그가 드래곤 퀘스트의 열렬한 팬이며, 신작이 나올 때마다 연재를 중단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토가시는 워낙 자주, 오래 휴재를 진행했던 만큼 휴재일과 게임의 출시 시기가 겹치는 일도 발생했고, 헌터X헌터를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일해라 토가시’ 밈이 이것을 계기로 탄생했다. (공식적으로 토가시는 요통이 악화되어 건강상의 이유로 잦은 휴재를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

대작이 스팀을 통해 유통되는 게임이라면 스팀 자체의 동시접속자 수가 갱신되는 움직임도 보인다. 작년 8월 20일 ‘검은 신화: 오공’이 출시되자 출시 1주일 만인 8월 27일, 스팀 동시 접속자 수가 역대 최고치인 3720만 명을 기록했다.

스팀DB, 역대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갱신했다
스팀DB, 역대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갱신했다

이어 지난 3월 2일, 스팀DB에 따르면 스팀의 동시접속자 수는 4027만여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이는 2월 28일 ‘몬스터헌터 와일즈’가 출시된 후 처음 맞이하는 주말에 세워진 기록으로, ‘몬스터헌터 와일즈’의 출시 여파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대작 게임이 현대인의 일상과 문화에 얼마나 깊이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준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개인의 생활 패턴을 바꾸고, 기업의 업무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앞으로는 어떤 대작들이 등장해 ‘엘든링’, ‘젤다의 전설’, ‘몬스터 헌터’ 등의 뒤를 이어 신비로운 현상을 만들어 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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