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로 e 스포츠 대회를 연다고?” 특이한 e 스포츠 대회!

신승원 sw@gamedonga.co.kr

e스포츠라고 하면 보통 빠른 손놀림과 전략이 중요한 ‘발로란트’, ‘롤’, ‘오버워치’ 같은 FPS나 MOBA 장르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통적인 게임을 넘어 엉뚱한 방식으로 경쟁하는 e스포츠 대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엑셀 e 스포츠 월드컵
엑셀 e 스포츠 월드컵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엑셀 e 스포츠 월드컵(Microsoft Excel World Championship)'이다. 사무실에서나 쓰일 법한 프로그램이 피 말리는 승부의 장이 된다. 엑셀 e 스포츠 대회는 2020년부터 시작된 독특한 경기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복잡한 수식을 처리하는 기능이 특화된 ‘엑셀’을 극한까지 활용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대회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40분 안에 주어진 과제에 맞는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엑셀 수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대회 문제는 ‘이걸 엑셀로 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롭다. 바람 속도와 방향을 고려한 요트 경기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도록 하기도 하고, 주어진 게임 화폐나 경험치 등의 통계 자료로 가장 먼저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는 방법을 측정하는 문제가 나온 적도 있었다.

문제를 푸는 참가자
문제를 푸는 참가자

워낙 독특한 대회다 보니 참가자들의 경력도 특이한 편이다. 금융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컨설턴트 등 연봉 수억 원대의 엘리트들이 대거 출전한다. 특히, 2023년 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한 호주의 앤드류 응아이는 시드니의 유명 보험회사에서 선임 보험계리사로 일하고 있다.

2025년에도 엑셀 e스포츠 경기는 진행된다. 오는 9월 27일 예선을 치르고, 10월 18일 플레이오프 경기를, 2025년 12월 1일부터 3일까지 결승전을 펼칠 예정이다. 대회의 상금 규모는 6만 1500달러(한화 약 8,955만 원)다. e스포츠 대회를 구경하면서 공부하는 중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희왕 마스터 듀얼 AI 전뇌전
유희왕 마스터 듀얼 AI 전뇌전

시대의 흐름에 맞춰 AI끼리 맞붙는 e 스포츠도 등장했다. 이름하여 ‘유희왕 마스터 듀얼 AI 전뇌전’은 카드게임 ‘유희왕’을 기반으로 벌어지는 이벤트 경기다. 이 경기에서는 2개의 엔지니어 팀이 30일 동안 AI 듀얼리스트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간 대신 AI끼리 서로 대결을 펼친다.

현재 ‘유희왕 마스터 듀얼’에는 1만 개 이상의 카드가 구현되어 있으며, AI가 최적의 덱을 구성하고 상황에 맞는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단순한 자동 플레이가 아니라, AI가 스스로 전략을 세우고 성장하는 방식이라 난도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해당 경기는 향후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닌 코나미의 이벤트 e스포츠 경기지만, 향후 AI를 활용한 리그나 기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5년 대회는 8월에 온다
2025년 대회는 8월에 온다
2024 지오게서 e스포츠 대회 결승 장면
2024 지오게서 e스포츠 대회 결승 장면

지도를 보고 정확한 위치를 맞추는 ‘지오게서(GeoGuessr)’도 e스포츠화되었다. ‘지오게서’는 전 세계 랜덤한 장소의 스트리트 뷰 이미지를 보고 위치를 추측하는 게임이다.

이용자들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지형, 도로 표지판, 건물 등을 분석해 가장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야 한다. 단순한 감이 아니라, 지리적 지식과 관찰력이 승부를 가르는 진정한 ‘뇌지컬’ 스포츠다. 참가자들이 풀이 자란 모양, 언덕의 기울기 등으로 단서를 분석하는 과정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e스포츠가 낯설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2024년 개최된 지오게서 월드컵은 최고 시청자 수 25만 4천 명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했다. 2025년에도 지오게서 월드컵은 오는 8월 29일부터부터 30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상금 규모는 10만 달러(한화 약 1억4,560만원)로 책정되었다.

파밍 시뮬레이터 리그
파밍 시뮬레이터 리그

의외의 장르인 농사 시뮬레이션 게임도 e 스포츠로 만나볼 수 있다. 파밍 시뮬레이터 실력을 겨루는 ‘파밍 시뮬레이터 리그’는 유럽을 돌며 지역별 토너먼트를 개최하고, 시즌 말미에 챔피언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3으로 팀을 꾸린 참가자들은 곡물을 수확하고 건초 덩어리를 누구보다 빨리 쌓아야 한다. 설명만 들으면 평화로워 보이지만 트랙터로 상대를 들이받아 넘어뜨리거나, 길을 막아 경로를 방해하고, 상대 지역의 농작물을 훔치는 등 예상외로 흥미진진하고 과격한 움직임이 자주 나온다.

이처럼 e 스포츠의 영역은 전통적인 FPS, MOBA를 넘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독특한 e스포츠 대회가 개최돼 이용자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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