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게임백과사전] 전설로 남은 헐크 호건 "그가 남긴 게임계의 발자취“
2025년 7월 24일. 전 세계 프로레슬링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 프로레슬링의 상징이자, '레슬링'이라는 장르를 하나의 대중문화로 끌어올린 주역, 헐크 호건(Hulk Hogan, / 본명 테리 진 볼레아)이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죠.

보도에 따르면 헐크 호건의 사인은 심장마비로, 미국 플로리다 자택에서 쓰러진 그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록 사생활 문제도 많았고, 말년에는 극우주의적인 정치적인 발언으로 이미지를 깎아 먹기도 했지만, 1980년대 WWF(현 WWE)의 황금기를 이끈 인물이자,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헐크매니아'라는 사회현상을 일으킨 문화의 아이콘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특히, 해외 문화에 대한 소식을 접하기 힘들었던 80~90년대 당시 한국에서도 미군 방송인 AFKN(현 AFN)이나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헐크 호건'과 '얼티밋 워리어'는 알 정도로 그 영향력은 엄청났습니다.
이러한 영향력을 가졌던 만큼 헐크 호건은 레슬링을 소재로 한 게임 중 가장 많은 작품에 얼굴을 비친 실존 인물 중 하나였는데요. 그렇다면 이제는 별이 된 헐크 호건은 게임계에 어떤 발자취를 남겼을까요?

– 아케이드부터 차세대 콘솔까지 게임 속의 ‘헐크 호건’
헐크 호건은 1980년대 후반부터 각종 레슬링 게임에 고정 인물로 활약했습니다. 1989년 아케이드 게임 'WWF 슈퍼스타즈'에서는 커버 캐릭터로만 모습을 드러냈지만, 1991년 발매된 후속작인 'WWF 레슬페스트'에서는 메인 이벤트급 연출과 함께 실제로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이후 1990년 슈퍼패미컴과 메가드라이브, 게임보이, PS1 등 다양한 게임기들이 격돌하던 콘솔 전쟁이 벌어지던 시기에는 'WWF Raw', 'WWF 레슬마니아: 더 아케이드 게임' 등 다양한 작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기 캐릭터 중 하나였죠.

여기에 2002년 WWE에서 복귀함에 따라 THQ의 WWE 시리즈, 특히 '스맥다운 vs 로우' 시리즈와 'WWE 2K' 시리즈에서도 꾸준히 등장하며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WWE 2K24'의 Legends 로스터에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들에는 헐크 호건의 특징이 유달리 세밀하게 구현되어 있었는데요. 고유 기술인 레그 드롭(Leg Drop), 귀에 손을 갖다 대며 관중 반응을 이끌어내는 퍼포먼스, 빨간색과 노란색 복장 등 상징적인 요소가 게임 내 최고의 그래픽으로 등장했습니다.
특히, ‘신일본 프로레슬링’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었던 만큼 레슬링 시장이 큰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아 서구권에서 개발한 WWE 게임들이 일본으로 수출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 세상을 떠난 별을 기리는 디지털 추모 열풍
헐크 호건의 사망 이후에도 그 영향력은 게임 업계에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많은 유저 커뮤니티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커스텀 커버 이미지, 추모 영상, 테마곡 모드 등이 제작되어 공유되고 있으며, 스팀과 PS 스토어에서는 WWE 클래식 시리즈의 판매량이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WWE 2K’ 시리즈를 출시 중인 ‘테이크 투’(2K)는 공식 입장을 통해 “그(헐크 호건)의 유산을 게임 속에서도 기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발표하기도 했죠.

실제로 2K는 세상을 떠난 선수 중 ‘에디 게레로’를 WWE 2K에 히든 캐릭터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생전에 등장한 게임에서는 그다지 능력치가 좋지 않았으나, 사후에 발매된 'WWE 2K 14'에서는 거의 최종 보스급 능력치를 부여해 레전드 대우를 제대로 해줬는데요. 이 캐릭터의 해금 조건도 워낙 어려워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오기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팬들도 많을 정도였죠.
이에 WWE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는 헐크 호건 역시 ‘WWE 2K’의 히든 캐릭터로 등장할 가능성이 굉장히 커지는 중인데요. 올해 가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WWE 2K 26’에 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헐크 호건은 단순한 레슬링 선수가 아니라, 한 시대를 대표했던 아이콘이자 게임 문화의 일부로도 살아 있는 존재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80~90년대 아이콘과 같은 그의 사망 소식에 “벌써 한 시대가 저물어 버렸구나”라는 씁쓸함까지 느껴질 정도네요.
과연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 헐크 호건은 어떤 인물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