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 입문자야말로 에어브러시를 써보길! ‘코픽 어워드 2025’ 수상자 sushidog 님 인터뷰
전 세계의 코픽 팬들을 작품으로 잇는 공모전 ‘코픽 어워드’도 어느덧 8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약 4,800점에 달하는 작품이 모인 ‘코픽 어워드 2025’에서는 sushidog 님의 일러스트 ‘心のCMYK(마음의 CMYK)’가 pixiv상을 수상했습니다.
‘코픽 어워드 2022’에서도 입선한 바 있는 sushidog 님은 올해 코픽 ABS(에어브러싱 시스템) 기법을 한층 더 갈고닦았다고 하는데요. ‘코픽 어워드’에 대한 생각, 그리고 코픽 ABS의 매력은? sushidog 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 하라다 이치보

거의 대부분을 에어브러시로 완성한 수상작
pixiv : pixiv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의 소감을 들려주세요.
sushidog : 저는 ‘코픽 어워드’를 1년에 한 번 열리는 하나의 축제처럼 생각하고 있어서, 사실 상을 크게 의식하고 응모하는 편은 아니다 보니 수상 가능성에 대한 감도 잘 없었던 터라 수상 연락을 받았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코픽 ABS(코픽 클래식이나 코픽 스케치를 장착하기만 하면 간편하게 에어브러시 효과를 낼 수 있는 도구)를 정말 좋아해서 그 기술을 전부 쏟아붓겠다는 마음으로 제작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수상 소식을 듣고는 진심으로 기뻤어요.

pixiv : ‘코픽 어워드 2022’에서 입선했을 당시에도 코픽 ABS의 활용법이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이번 수상작 ‘마음의 CMYK’는 거의 전부를 에어브러시로 제작했다고 들었어요.
sushidog : ‘코픽 어워드 2022’ 때는 에어브러시의 기류를 손가락으로 흐트러뜨려서 생기는 불균일한 도트를 주근깨처럼 표현했어요. 다만 그 방식은 완성도에 운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내가 의도한 대로 완성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스텐실 시트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고, 일상용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도 이것저것 궁리해서 사용했습니다.
Pixiv : ‘일상용품 중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이라면 어떤 건가요?
sushidog : 설명이 조금 어려운데, 컴퓨터 마더보드에 들어가는 부품 중에 작은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는 부품이 있어요. 온라인 쇼핑몰을 보다가 우연히 그 부품이 눈에 띄어서 ‘이 위에서 검은색 에어브러시를 뿌리면 스크린톤 같은 도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래서 부품을 주문해서 시험해봤더니 딱 좋은 느낌이 나왔어요. 여자아이 머리 부분에 찍힌 점들이 바로 그 기법이에요.

Pixiv : 발상이 정말 대단하네요! 아까 ‘스텐실 시트를 직접 제작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sushidog : 네. 스캐너가 내장된 커팅 머신에 디자인 데이터를 불러와서, 그 형태 그대로 클리어 파일을 재단해서 스텐실 시트를 직접 만들었어요.

코픽 ABS에 대한 애정으로 집중력을 유지
Pixiv :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거쳐 완성된 작품인 것 같은데, 제작에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렸나요?
Sushidog : 선화를 그리고 채색하고, 에어브러시를 사용하는 등 실제로 손을 움직인 작업은 1주일 정도였어요. 다만 작품의 테마와 디자인을 정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려서 그 과정까지 포함하면 약 두 달 정도가 걸린 것 같아요.
평소에는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그리는 편이지만, ‘코픽 어워드’에 출품하는 작품인 만큼 테마가 분명한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CMYK’라는 작품이 탄생했어요. 다면적인 행복을 프린터의 CMYK 잉크에 빗대어서 모든 색이 균형 있게 겹치면서 선명한 행복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떠올리며 작업했습니다.
Pixiv : 작품의 테마와 표현 방식이 정말 잘 어우러져 있네요. ‘거의 전부를 에어브러시로 그린다’는 방식은 처음부터 정해두신 건가요?
Sushidog : 아니요. 처음에는 민속 의상을 입은 여자아이를 그리고, 배경에만 에어브러시를 사용하는 구상이었어요.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에어브러시를 좋아하는데, 거의 전부를 에어브러시로 표현한 작품이야말로 지금의 내가 만들어야 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방향을 바꾸게 됐죠.

Pixiv : 구상 단계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하셨는데, 실제 작업 과정에서 특히 힘들었던 부분은 있었나요?
Sushidog : 마스킹 작업이 꽤 힘들었어요. 마스킹 시트를 붙이고 에어브러시를 뿌린 뒤에 다시 떼어내고 다음 시트를 붙이는 과정을 반복했거든요. 커터도 사용하다 보니 종이를 실수로 잘라버리지는 않을지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다행히 큰 실수는 없었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 뒤에는 한 번에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Pixiv : 원래 손을 많이 쓰는 세밀한 작업을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Sushidog : 아니요. 성격이 꽤 급한 편이라 중간에 포기해 버리는 일도 많아요(웃음). 그래도 흥미가 있는 일에는 깊게 몰입할 수 있어서 코픽 ABS에 대한 애정 덕분에 어떻게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코픽을 사용한 지는 약 4년
Pixiv : sushidog 님이 아날로그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Sushidog : 저는 원래 미국에서 살고 있었는데, 2019년 말에 일본으로 이주하게 됐어요. 일본이라고 하면 역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가 떠오르잖아요. 이미 사회인이 된 뒤였지만, 어린 시절에 일러스트레이터나 만화가를 동경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서 ‘기왕 일본에 왔으니까!’라는 마음으로 만화가 어시스턴트 일을 시작하고, 일러스트 방송도 하게 됐죠.
당시에는 디지털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가의 코픽 일러스트를 보고 나서 아날로그 일러스트에도 흥미가 생겼어요. 그래서 방송 중에 무심코 코픽을 한번 써보고 싶다고 했더니, 시청자분이 후원해 줄 테니까 한번 사서 써보라며 등을 밀어 주셨죠.
Pixiv : 정말 친절한 시청자분이네요.
Sushidog : 저는 영어로도 방송하고 있어서, 그분을 포함해 해외 시청자분들이 많은 편이에요. 해외에서는 코픽에 관심이 있어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미국만 해도 코픽 한 자루에 7달러, 일본 엔으로 치면 약 1,100엔 정도 하니까요……. 일본보다 가격이 비싼 만큼 ‘잘 쓰지 못하면 아깝다’는 부담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기술을 공유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점을 고맙게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게 2022년 2월쯤이니까, 코픽을 사용한 지는 대략 4년 정도가 됐네요.
Pixiv : 4년 만에 이렇게까지 실력이 늘었다니 대단한데요?
Sushidog : 코픽으로 그림을 그리는 분들의 튜토리얼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책도 많이 사서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그전까지는 계속 디지털로 작업했는데, 액정 태블릿에서 나오는 빛 때문인지 작업하다 보면 두통이 생길 때가 있었거든요. 아날로그 작업은 그런 일이 없어서 ‘나한테는 이쪽이 더 잘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빠져들게 됐어요.
물론 지금도 디지털로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개인전에서 선보일 작품은 아날로그로, SNS나 영상으로 보여줄 작업은 디지털로 하는 식으로, 발표하는 곳에 맞춰서 작업 방식을 나눠서 사용하고 있어요.
입문자에게 ABS를 추천하는 이유
Pixiv : sushidog 님 하면 코픽 ABS가 떠오르는데요, 코픽 ABS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Sushidog : 2022년 초쯤 화방에서 우연히 보고는 ‘이런 게 있었어?’ 하고 바로 구매했어요.
Pixiv : 에어브러시는 실패했을 때 되돌리기 어렵다거나, 사용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Sushidog : 저도 처음에는 마스킹 시트라는 게 있는 줄도 몰라서, 복사용지를 잘라 마스킹 테이프로 종이에 붙여 스텐실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그러다 보니 도료가 틈새로 스며들어서,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까지 에어브러시를 뿌려버리는 등의 실수가 자주 있었죠. 그래도 에어브러시는 색이 종이 깊숙이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바로 블렌더를 사용하면 비교적 쉽게 수습할 수 있었어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코픽 ABS야말로 입문자분들께 꼭 한번 써보셨으면 하는 재료라고 생각해요.
Pixiv :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Sushidog : 블렌더를 사용하면 생각보다 수습하기 쉽다는 점도 그렇고요. 예를 들어 여자아이를 그리고 나서 그 주변에 살짝 에어브러시를 뿌려주기만 해도 분위기가 확 살아나요. 캐릭터 위에 조금 묻더라도, 그것 역시 하나의 멋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요.
또, 100엔 숍에서 산 레이스를 마스킹 시트처럼 활용해 에어브러시를 뿌리면, 90년대 소녀 만화 같은 귀여운 효과를 만들 수도 있어요. 배경 그리기가 어려운 분들은 물론이고, 뒤쪽이 조금 허전하다고 느껴질 때도 에어브러시는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Pixiv : 각종 페인트 소프트웨어에도 에어브러시 툴이 탑재돼 있는데요. 아날로그 에어브러시만의 재미도 있을까요?
Sushidog : 그렇죠. 아날로그 에어브러시는 살짝 거친 질감의 텍스처가 나오는데, 저는 그 느낌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오감을 자극하는 아날로그 작업
Pixiv : 코픽을 사용한 일러스트 제작은 ‘되돌릴 수 없어서 어렵다’는 인상을 가진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이 점에 대해 sushidog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ushidog : 확실히 ‘한 번 실수하면 전부 망해버린다’는 이미지가 있죠. 그런데 제가 예전에 캐릭터의 손 좌우를 반대로 그려버린 적이 있는데, 그때는 다른 종이에 손만 다시 그려서 위에 붙이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해결했어요(웃음). 스캔하고 나면 전혀 티가 안 나더라고요. 그 밖에도 화이트를 사용하거나, 무늬를 더하는 식으로 의외로 어떻게든 수습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혹시 밥 로스라는 화가를 알고 계신가요?
Pixiv : 1983년부터 1994년까지 방영된 TV 프로그램 ‘밥 로스의 그림 교실’에서 ‘참 쉽죠?’라는 말로 유명한 미국의 화가죠.
Sushidog : 맞아요. 밥 로스가 ‘해피 액시던트’라는 말을 자주 했잖아요. 즉, 실패가 아니라 해피 액시던트이기 때문에 나쁜 일이 아니고,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거예요.
설령 실수를 했다고 해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면 되고, 그런 시행착오 속에서 새로운 테크닉을 발견하거나 실력이 늘 가능성도 있죠. 저 같은 경우에는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야말로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처음부터 다시 그리는 일은 거의 없어요.
Pixiv : ‘실수에서 새로운 테크닉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그런 식으로 얻게 된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Sushidog : 주근깨 표현이 딱 그런 경우였어요. 에어브러시 분사구에 실수로 손가락이 닿아서 순간 ‘큰일이다, 망했다!’ 하고 당황했는데, 자세히 보니 불균일한 도트가 주근깨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주근깨가 있는 여자아이를 그릴 때는 이 방법을 써보자’고 생각하게 됐고, 그게 ‘코픽 어워드 2022’ 입선작으로 이어졌죠.

Pixiv : sushidog 님은 오히려 실수를 수습하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시는 것 같네요.
Sushidog : 그런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우연성이 있는 편이 더 재미있거든요. 그리고 아날로그 작업은 오감을 모두 자극해 준다고 느껴서 좋아해요. 코픽 캡을 여닫을 때 나는 ‘딸깍’ 소리라든지, 잉크 냄새 같은 것들…. 그런 여러 요소가 ‘자, 그려볼까’ 하는 마음을 북돋워 주는 것 같아요.
코픽 ABS 기법서를 출간하는 것이 꿈
Pixiv : 현재 보유하고 있는 코픽은 대략 몇 자루 정도인가요?
Sushidog : 대략 240자루 정도예요.

Pixiv : 역시 가장 좋아하는 건 코픽 ABS일 것 같은데요, 그밖에 마음에 드는 코픽 제품도 있나요?
Sushidog : 수성 마커인 ‘코픽 아크레아’가 요즘 눈에 들어와요.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사용법은 아니지만, ABS에 장착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잉크를 물에 풀어서 수채 물감처럼 써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실험해 보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뭔가 재미있는 발견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Pixiv : 코픽으로 일러스트를 제작할 때, 특히 마음에 드는 종이가 있다면요?
Sushidog : 에어브러시를 사용할 때는 마스킹 시트를 붙이기 쉽고 도료가 잘 고정되기 때문에, 코픽의 ‘특선 상질지’를 주로 사용해요. 수채화처럼 표현하고 싶을 때는 뮤즈의 ‘램프 라이트’가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좋아요.

Pixiv : 앞으로도 ‘코픽 어워드’에는 계속 응모하실 예정인가요?
Sushidog : 매년 참가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그럴 생각이에요. ‘코픽 어워드’는 거주 지역이나 나이, 성별, 창작 경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훌륭한 공모전이라고 생각해요. 코픽 ABS의 새로운 기법을 개발할 수 있다면, ‘코픽 어워드 2026’에는 한층 더 성장한 작품을 출품하고 싶어요!
Pixiv : 응모가 더욱 기대되네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를 들려주세요.
Sushidog : 최근에는 만화 제작에도 도전하고 있어서, 언젠가는 코미티아 같은 행사에서 책을 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코픽 ABS 기법서를 출간하는 것도 큰 꿈 중 하나예요. 어쨌든 앞으로도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에 계속 도전해 보고 싶어요.
기고 : pixiv